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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 | 문화현장 [문화현장]
비밀과 거짓말로 묶이고 얽힌 네 친구 이야기
김이정 기자(2015-01-05 10:15:16)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반성 없이 넘어가는 실수는 반복되기 마련이고,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실수는 어느덧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 된다. 잘못을 저지른 이후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지난 13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는 영화 <못>의 서호빈 감독과 출연배우 호효훈과 강봉성, 이바울, 변준석이 한자리에 모여 무거운 주제를 관객들과 함께 풀어나갔다.

2011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3년 만에 전주를 찾았다는 서 감독은 “개인적으로 되게 오고 싶어 했어 주변 분들에게도 전주에 가고 싶다는 어필을 많이 했다”며 “주로 서울 부산 GV를 주로 했는데, 전주 GV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못>은 젊은 친구들 네 명이 나오는 영화다. 이들이 특정한 사건을 겪은 후, 인간관계에 대해 표현을 한 영화다. 서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 때 그의 나이는 28살이었다. 첫 장편영화를 이렇게 빨리 만들어 관객을 만나게 될 줄은 본인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십대 초반 친구와 절교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는 19세부터 시작해 30대 후반의 나이가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경험하지 못해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든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영화의 제목은 ‘못’이다. 영화 속 인물들이 놀고 있는 장소라는 1차적인 의미 외에도 ‘가슴에 못을 박다’는 표현의 ‘못’이기도 하고, ‘못 하겠다’나 ‘못 먹겠다’ 등 부정을 뜻하는 의미이기도 한다. 뜻을 강조하기 위해 영문 제목도 <MOT>으로 그대로 썼다. 그는 “개인적으로 잘못을 저질렀거나 죄를 짓고나서 그것들을 감당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과 비밀, 거짓말이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한 달 가량 배우와 함께 합숙을 했다. 젊은 영화감독과 젊은 배우들이 모여 의기투합해 찍었던 영화인만큼 극 중 배우들의 눈빛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배우들이 좋아하는 영화 <못>의 장면들은 의외였다. 두용 역을 맡았던 이바울은 좋아하기보다 아쉬운 장면을 꼽았다. 그는 “극 중 대사 중에 ‘실수는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면서 매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감정을 앞부분에서 폭발시키지 않고 어느 정도 남겨두었다”며 “사실 앞에 장면 찍을 때 쏟아내야 하지만 뒤에서 찍을 때 감정을 폭발시켜 아쉬웠다”고 말했다.

현명 역을 맡은 호효훈은 “두용이랑 만나는 장면과 강봉성 배우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봤을 때는 모든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동갑역할이었지만, 나이가 제일 어렸던 배우 변준석은 “힘들었던 장면은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감독도 “중국집에서 벌어지는 술자리와 그 술자리 이후에 세 명이 속마음을 다 풀어 놓는 장면이 제일 공들여서 찍어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는 서울에서 영화를 보러온 관객, 배우 강봉성의 팬클럽 회원 등 타 지역에서 온 관객들이 많았다. 예기치 않았던 배우들의 성대모사와 장기자랑이 벌어져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됐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진행자를 구하지 않았다는 서 감독의 말이 무색하게 관객과의 대화는 진지하게 흘러가기도 했다. 

관객들은 캐릭터의 행동과 심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배우와 감독, 그리고 그 장면을 짚어내는 관객. 영화 <못>에 깊이 빠진 사람들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는 그래서 ‘못’하지 않았다.  

 문화현장,  ,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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