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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 문화현장 [리뷰]
노인 문제, 가벼운 움직임으로 표현하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제23회 정기공연 ‘행복동 고물상’ | 11.7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김이정 기자(2014-12-02 09:47:31)


노년의 슬픔이 ‘고물’이라는 소재에 유쾌하게 녹아들었다. 

그러나 ‘행복한 고물상’은 ‘효’라는 주제를 가볍게 풀어낸 작품이었지만, 원작의 느낌을 무용극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어색함이 느껴졌다.  

지난 11월 6~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의 제23회 정기공연 ‘행복동 고물상’이 공연됐다. 김수현 무용단장의 취임 첫 작품인 ‘행복동 고물상’은 뮤지컬을 원작으로, 치매 노인들과 해외 고려장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고물’이란 소재와 함께 풀어낸 무용극이다.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작품은 총 6장으로 구성, 10개 소품으로 세분화했다. 고물상 망태기 춤의 리드미컬한 표현과, 치매와 신 고려장이라는 아픔을 전통춤에 유머 코드와 결합시켰다. 현대적(넌버벌 퍼포먼스) 기법과 무용수 연기를 조화시켰고, 춤 테마는 4가지로 구성했다. 인물과 공간을 연결하는 망태기 춤과 전라도 사투리 재담이 곁들어졌다. 사실적 상황을 재현한 현실인물들을 춤으로 구성했다. 의인화한 고물들의 춤과 마지막으로 장면 분위기를 확장한 코러스들과 춤을 통해 주 인물들 심리를 보여주었다.

이번 무용극을 돋보이게 해줬던 것은 비보이 라스트포원과 라이브 연주를 맡은 불세출이었다. 망태기를 두르고 통로로 입장하면서 극의 시작을 알린 비보이들은, 무거울 수 있는 극 중간마다 등장해 춤과 사투리로 너스레를 떨며 감초역할을 해냈다. 음악을 맡은 불세출은 기타와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 등의 연주로 전통과 현대음악의 조화가 잘 어우러졌다.

무대장치나 배경전환, 조명도 공연의 주제의식과 맞게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이 여사의 죽음’에서 무대가 아래로 가라앉는 효과를 통해 현생과 저승 사이의 경계를 나타내고, 이를 통해 관객들도 안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용극이 ‘효(孝)’를 너무 가볍게만 표현하려다 보니 갈피를 잃은 듯한 장면이 보여지기도 했다. 극의 초반부에서 보여줬던 몇몇 장면들은 무용수들이 현대무용을 하는 것인지, 뮤지컬 연기를 하는 것인지 정체불명의 춤사위를 보여줬다. ‘고물잔치’ 및 ‘돈잔치’ 등 몇몇 장면들의 경우 유치하게 느낄 수 있는 연출과 안무로 가볍다는 인상을 남겼으며, 한국무용의 지나친 현대화로 전통춤의 깊이와 멋을 느끼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떠나는 길’에서 꽃상여와 연꽃으로 노부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뒤 공연의 피날레 무대 격인 ‘다시 활기찬 현실로’에서는 교복을 입은 10대 소녀들이 무대에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는 등 상황에 맞지 않는 장면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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