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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 | 문화현장 [문화현장]
젊어진 연극 고무적이나 희곡적 완성도, 테크닉 등은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
제35회 전북연극제
이동혁(2019-05-31 15:53:25)

따스한 봄기운 충만한 4월 9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은 만석이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은 관객들의 수다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시계 바늘이 7시 30분을 가리키자 무대와 객석의 불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며 이내 암전, 언제 그랬냐는 듯 주변이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깜깜한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바짝 긴장한 기척만은 여과 없이 객석으로 전해졌다. 공연이 시작되기까지의 그 짧은 침묵의 시간, 멀리 떨어진 관객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릴 듯한 그 순간, 배우의 우렁찬 목소리가 축포처럼 객석을 갈랐다. 봄의 전령사처럼 찾아온 제35회 전북연극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전북연극인들의 큰 잔치, 제35회 전북연극제가 지난 4월 9일부터 13일까지 닷새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진행됐다. 극단 까치동의 '각시바우 사랑'을 시작으로 극단 마진가의 '성동반점', 극단 자루의 '여름동화', 창작극회의 '아 부 조부', 극단 둥지의 '돈키호테 택배기사'까지 의욕 넘치는 다섯 극단의 작품들이 관객들의 공감과 감각을 자극하며 흥미롭게 펼쳐졌다. 주최 측의 우려와는 달리 첫날부터 객석은 활기로 가득 찼고,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닷새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시상식은 연극제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9시 진행됐고,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는 창작극회의 '아 부 조부'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창작극회 '아 부 조부'는 오는 6월 열리는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전국대회 우승을 놓고 다시 한 번 경합을 벌이게 됐다.
'아 부 조부'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강요받는 삶의 선택을 주제로 조부와 아버지, 아들의 역사적 비극을 다룬 대하 드라마 같은 연극이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다채로운 표현 방식과 흥미로운 볼거리 등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인간의 모습을 잘 담아낸다면 우수한 작품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수작품상에는 극단 까치동의 '각시바우 사랑'이, 장려상에는 극단 자루의 '여름동화', 극단 둥지의 '돈키호테 택배기사'가 각각 선정됐다. 연출상은 '아 부 조부'의 조민철 연출, 희곡상은 동 작품의 송지희, 무대예술상은 '각시바우 사랑'의 동작무대 미술연구소가 각각 수상했다. 최우수연기상에는 '돈키호테 택배기사'의 문광수, 우수상에는 이미리(성동반점), 고광일(여름동화), 김준(아 부 조부)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올해 연극제에선 특히나 작, 연출이 많았다. 다섯 편의 경연작들 중 무려 세 편이 작, 연출이었으며,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춘 4차원적인 작품들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희곡적으로는 창작극의 역량과 완성도가 부족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통일된 지적이었다. 특히, 작, 연출의 경우 "희곡의 취약한 부분을 연출이 보완해 줘야 했는데,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연출하다 보니 냉철한 객관성이 결여됐던 것 같다"며 아쉬웠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연기 부분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젊은 배우들의 등장이 많아져 고무적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사 전달의 미숙함이나 발음, 억양, 강약, 리듬 테크닉 등의 부족은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아울러 "폭넓고 다양한 표현력과 연극적 세련미 등은 전북연극인들이 넘어서야 할 목표"라며, 전북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연기자 재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편,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는 오는 6월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원에서 진행되며, 전북 대표로 선발된 창작극회 '아 부 조부'는 11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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