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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 | 문화현장 [문화현장]
세상살이 고단하다만 오늘도 따뜻한 밥상이 올라온다
'전지적작가시점'
강미선(2017-06-30 15:49:19)



따뜻한 봄을 맞은 남부시장의 5월은 떠들썩했다. 전국 200여개의 전통시장이 참여하는 봄내음 축제, 전주국제영화제 100Film 100Poster, U20기념으로 천변에서 진행된 패션쇼 등 여러 행사가 지나갔다. 한때 대형마트들로 인서 자식을 다 키워낸 그릇가게 사장님, 뜨끈한 피순대국밥과 함께 한 학창시절의 추억, 반찬으로 장 본 구운김을 콩나물국밥집에서 나눠먹던 정, 켜켜이 쌓인 세월의 발판위에 생긴 청년몰과 징검다리마켓, 그리고 야시장 모두 전주 남부시장의 이야기다.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남부시장에는 청년몰 말고도 색다른 문화공간이 하나 생겼다. 바로 '갤러리 남부'라는 이름의 전시장이다. 갤러리남부가 생기기 전 오랫동안 빈 공간으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곳이 전시장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5월 2일 오픈한 갤러리남부에서는 남부시장을 주제로 한 <전지적작가시점>이라는 이름의 첫 전시를 가졌다. 전시에는 기획을 맡은 작가 장근범과 고형숙, 김시오, 김준우, 김누리, 소보람, 정문성, 하태운, 허인석 8인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했다. 비록 8평 남짓한 공간이었지만, 여느 미술관이 부럽지 않게 작가들의 관점에서 본 남부시장 이야기가 담긴 작품 하나하나가 전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작가 김준우의 설치작품 '어색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기로 했다'가 눈에 띈다. 자전거, 의자가 있는 수레, 드로잉을 위한 유리판, 파라솔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져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작가 소보람의 설치미술 작품 '이불을 위한 에뛰드 I-XX'는 이불위에 패턴을 그려 넣던 미싱사의 움직임에 한동안 넋을 놓고 관찰하다 페달에 박자를 넣는 발의 움직임과 엇박으로 움직이는 손놀림에서 영감을 얻어 보며 탄생한 작품이다. 행거에 걸린 패턴 이불 뒤로는 미싱사의 공업용 미싱기계와 의자가 있다. 당장이라도 작업을 시작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가진 설치 작품으로 바로 옆면의 벽에는 이불에 들어간 패턴들이 그려져 있다.
소보람 작가의 뒤에는 작가 허인석의 '아 모도돌 따사로이 가난하니'라는 작품이 벽면에 걸려있다. 작품에는 남부시장의 음식들, 시장 상인들의 모습 등이 따뜻한 색채로 표현돼 있다. 작가는 남부시장 사람들이 거쳐 온 무수한 세월들을 표현하며, 남부시장의 식재료로 만든 밥상을 그려냈다.
벽면 옆에는 책장같아 보이는 곳에 여러 색깔을 가진 북어들과 돼지 한 마리가 장식돼 있다. 작가 하태훈의 작품 '북어대가리 / 달빛아래 슬피우는 돼지' 이다. 우리 민속 신앙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북어는 집안의 액운을 막아주고 신과 교감 할 수 있는 상징물로 사용돼 왔다. 작가는 과거와 달리 북어와 명주실이 가게나 집 문 위에 걸려 있는 모습을 점점 찾아 볼 수 없다는 지점에서 작업적으로 충분히 재해석 해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북어의 순수한 민속적 의미를 되살리고자 현대적 감성과 조형성에 무게를 두고, 도예 작업으로 재구성 했다.
작가 김누리는 전국 재래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온 청년몰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까사델타코 전주'라는 제목으로 청년몰 상점의 초상을 전지적작가시점에서 재해석해 재래시장의 모습을 간직한 남부시장과 모던한 청년몰이 조화롭게 하나가 되는 기록을 표현해냈다 한 부분으로 기록했다.
'숨을 뱉는 날 / 숨을 참는 날'이란 작품을 그린 작가 김시오는 남부시장 옆 전주 천의 느티나무를 그렸다. 사람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느티나무를 마치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인양,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작가 고형숙은 남부시장의 가게들 마다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였다. 한지에 수묵으로 표현한 남부시장의 단정한 선반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타인에게 선택받고자 하는 물건들의 욕망이,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보면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작가 정문성은 오픈식때 시장에서 타일을 깨는 퍼포먼스아트를 선보였다. 파괴하지 않고서는 한 장의 벽돌도 쌓아올릴 수 없다는 작가의 퍼포먼스는 파쇠쇄머의 굉음으로 시작된다. 관객들에게 벽돌 한 장을 쌓아올리는 행위를 통해 사람살이를 빗대어 되돌아 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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