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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 | 연재 [음반감상]
IMF와 대중가요
유재창(방송작가)(2015-06-09 11:21:02)


 모처럼 좋은 사색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과의 대화, 또 추억과의 반가운 해후여서 이내 오랜 친구의 이름을 되뇌어 보는 듯한 착각에 사로 잡혔다. 어쩌면 그런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청취자들에게도 배려하고자 좋은 노래 찾기에 열중하고, 후미진 자리 한 구석을 차지한 채 더러는 외면 당하고 있을 음반을 뒤적이고, 기억조차 가물한 추억을 떠올리며 호들갑스럽게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정작 어느 특정 음반을 손꼽아보려 하던 노력은 이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한 장의 음반에 국한시킬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음반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니, 차라리 좋은 가요음반을 시리즈로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을 허락해 달라고 조르기라도 해봐야겠다.

 얼마 전 모 방속국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IMF 경제 한파가 가요시장에 미치는 여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음반 제작자, 가수, 방송작가, 프로듀서 등 가요가 방송관계자를 대상으로 하였는데, 필자도 그 설문에 응할 수 있었다. 설문의 의도랄까 주요 문항을 살펴보면, 기존 대중 가요흐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에 나름대로 무게를 싣고자 한 것으로 사료디는데, 문제는 숱한 각성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의 소재는 늘 불분명하기 마련이란 점이다. 현재 가요 시장의 실수요자는 청소년들이다. 따라서 음반 제작자들은 그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혈안이 되었으며 흥행을 위해 수단고 ㅏ방법을 가리지 않았음을 분명하다. 거기에 기존 성인 가요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홍수를 이루어 대중 음악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나, 한결같이 흥행의 변수로 작용한 것은 청소년층에 의해 주도되었다. 다양한 음악을 고루 수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는 되었지만 정작 음반 구매 연령층은 한정되어 있었으니, 10대 취향 일변도라며 매도를 일삼았던 것은 자신들의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은 아니었는지 생가해 볼 일이다. 어쨌든 IMF 특수로 인하여 Adult Contemporary, 성인가요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흔히 발라드라는 통칭으로 불리우지만, 발라드는 장르가 아닌 음악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니 일제의 잔재에서도 과감히 벗어나 보자. 이제 가요 시장이 10대 일변도였다는 오명을 씻어볼 차례, 성인강요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온 것이다. 팝 음악 시장에 빼앗겼던 우리네 음악의 명예는 물론이고, 10대에게 내중었던 대중 가요의 자리도 이제 누려보자. 우리 가요에 대한 사랑을 이제 실천할 차례가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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