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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연재 [삶이담긴 옷이야기]
옷, 분노를 표현하다
최미현 패션디자이너(2003-03-26 16:50:12)

패션이라는 말뜻이 "현재 유행하는" 이라는 뜻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옷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게 유행을 쫓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어서 화려한 외양을 보이는가 하면 무섭고 섬뜩한 얼굴을 디밀기도 한다.
기득권 층에 소속된 사람들은 그들의 질서를 유지하고 싶어하기 마련이고 그것에 어울리는
차림을 하게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현실은 가혹하기 마련이고 그런 상황을 돌파하기란 쉽지가 않다. 신분세습이 아니라는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못가진 자의 삶이란 그 자식의 삶까지도 한정적인 테두리에 가두게 마련이다.
이런 계층의 젊은이들이 이 사회의 기득권 층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 중의 하나가 옷차림이다. 1960년대 중반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히피(Hippy)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거부하는 옷차림을 했다. 긴 머리와 화려한 차림의 남자와 남자같이 옷을 입은 여자는 기존의 가치체계를 거부하는 표시였다.
스킨헤드(Skin Heads)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회의 패잔자라는 자조적인 의미를 지닌 집단이다. 짧게 깎은 머리 때문에 스킨헤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주로 학교로부터 소외당한 무상계층의 자녀들로 폭력과 난폭한 언어의 사용으로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또한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타 인종에 대해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빡빡 깎은 머리에 진 바지를 접어 올리고 끈을 맨 군화에 체크 남방이나 검은 가죽 재킷을 입는다.
또 다른 저항패션으로는 펑크를 들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영국의 노동자 계층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극단적인 스타일을 택해 자신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사회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강렬한 색상의 염색머리, 멍든 것 같은 눈 화장, 까만 입술과 아울러 면도날이나 옷 핀 쇠사슬 같은 실생활에서 하찮은 물건을 액세서리로 사용하였다. 이들은 모두 이 사회의 비주류들이다. 한마디로 옷차림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혐오하고 거부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받아들이게 되어 기존의 옷차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은 펑크 룩이 오히려 재미있고 신선하고 변화가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요즘 머리를 염색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서구사회에서 한물 간 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외양만 따라서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도 이제 앵무새 패션은 그만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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