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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연재 [먹거리이야기]
먹거리 이야기장 담그는 시절 떠오르는 생각
김두경 서예가(2003-03-26 16:49:03)

우리네 살림살이로 보자면 설이 지나고 나면 곧 장 담그는 시절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절은 왔고 우리는 제 할 일 못하고 삽니다. 간장 된장은 시골에서 가져다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거나 얼마나 먹는다고 그걸 담그느냐는 생각입니다.
실제 사다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편리합니다. 그러니 어찌 보면 그것이 시간절약 돈 절약 '꿩 먹고 알 먹고'임은 분명 합니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쌀 농사 포기하는 것만이 근본이 무너지는 것 아니라 생각합니다. 장 담그는 문화가 없어지는 것도 우리네 삶의 근본이 무너지는 것이라는 절실한 안타까움입니다.
요즈음 도시 사람들은 거의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가장 기본적인 장류마저도 담그려 하지 않습니다. 말씀으로는 귀찮아서 담그지 않는 게 아니라 여건이 어렵기 때문이라 하십니다. 아파트에서는 아예 못하는 것이라 단정해 버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핑계입니다. 그것들이 정말로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렇게 합니다. 아파트 옥상에 장독대 올려놓고 살수도 있고 아니면 아파트단지 내에 공동장독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정말 필수라는 인식이 있으면 아파트 설계에 장독대를 기본으로 집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네 삶에서 이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같이 모여서 만들고 나누어 먹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려고 마음조차 먹지 않습니다. 바쁘다고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진정으로 필요하다면 다 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을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우리인 까닭도 잃고 사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머지않아 월드컵 세계 축구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많은 외국인 손님들이 오실 것입니다. 이 고장 전주에서도 손님맞이를 위해 숙박시설 정비도 하고 민박도 준비하고 한옥체험관도 새로 만들었다 합니다. 이런 것들도 다 좋지만 이런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보다 실제 우리 식으로 사는 모습일 것입니다. 아파트 단지 중앙에 장독대가 보기 좋게 자리한 모습을 외국 손님에게 보여 줄 수 있고 그 음식은 대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또 돈 많이 들어서 뭘 짓고 뭘 만들어 보여주려 해보아도 그들의 눈에 그것들이 살아있는 문화로 보이지 않고 상품처럼 보일 뿐입니다. 상품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상품이 되게 하는 것은 주인의 품격을 최대로 높이면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상도가 아닐는지요.
음식의 고장 전주, 예향 전주의 자존심을 걸고 아파트단지 내 공동장독대 갖기 운동이 벌어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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