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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1 | 연재 [문화저널]
창간 4주년을 축하하며문화저널을 옹호함
안도현 시인(2004-01-29 16:51:00)

경상북도 출생 나는
한 십년 넘게 전라북도에 살면서
아침 저녁으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점잖은 술자리에서
이 고장만 왜 이렇게
푸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하느냐고
전북인이라는 말도
애향이라는 말도

시인이랍시고 어물쩡 나는
한 십년 가까이 문화계 쪽에서 놀면서
귀 멍멍하도록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엄숙한 시인들한테서
파이프담배 화가들한테서
이 고장은 옛날부터
멋과 맛을 아는 이들이 살아왔다고
예술인이라는 말도
예향이라는 말도

나는 <문화저널>이 그런 구호를
외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애향이라는 말을 앞세우고
도적들과 결탁하여
<문화저널>이 제 잇속을 챙기는 꼴을
문화라는 말을 팔아
관리들 앞에 굽신거리며
<문화저널>이 밥 한끼 얻어먹는 꼴을
나는 한번도 보지 못하였다

내가 <문화저널> 옆에
사랑채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편집위원들 몇몇하고
곧잘 어울리는 술친구 사이여서가 아니라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나는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어제 <문화저널>만큼 일한 놈 있으면 나와봐라
오늘 <문화저널>만큼 일하는 놈 있으면 나와봐라
내일 <문화저널>만큼 일할 놈 있으면 나와봐라

<문화저널>두께는 80쪽 남짓
보잘 것 없이 한손에 잡히지만
김제 만경 들녘 같은 이 삶의 넓이와
모악산 골짜기 같은 이 삶의 깊이를
낮은 곳으로 흐르는 냇물같은 따뜻함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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