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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8 | 연재 [문화비평]
중,고등학교의 음악 교과서
심인택 우석대 교수(2004-01-29 15:06:57)



국민학교와는 달리 중․고등학교 음악교육은 전담교사가 따로 있다. 사범대학 음악과와 일반대학 음악과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하여 교사 자격증을 받은 전문직 교사들이다.
그리고 국민학교는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지만 중․고등학교는 교육부가 검인정한 다섯 가지의 교과서 중에서 각 학교가 선택하게 된다.
다섯가지 음악교과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비슷하게 편성되어 있어서 각 교과서의 특징이 없어 보인다. 물론 교과서 내용의 편성지침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내용을 싣기가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중학교의 경우는 매 학년마다 책이 바뀌며, 고등학교는 3년동안 한 권의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 교과서의 내용을 일일이 말할 수는 없지만 전체 내용 중에서우리 음악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적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 음악은 대개 민요 몇 곡에 불과하고 양악식 가곡(이강숙씨는 이를 준 한국음악이라고 한다)과 외국 노래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식 양악이라고 해야 할지 양악식 한국음악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지만 소위 작곡가의 소개가 양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만 소개되어 있고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작곡하는 사람은 전혀 소개 되고있지 않다. 물론 양악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저자의 대부분이지만 서양의 전통음악을 공부하는 작곡가와 작품은 교과서에 싣고 우리의 전통음악을 공부하는 작곡가나 작품은 없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
교과서는 성악곡이 주류를 이루게 되고 기악곡은 감상부문으로 나뉘게 된다. 수업진행을 위하여 성악곡을 가르치는 것이 쉽고 배우기도 쉽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음악은 민요 몇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물론 민요는 양악을 공부한 사람도 대충 노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교과서 싣는다고 보아야 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교과서에 싣고 자신이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교과서에 싣지 않는다면 이는 마치 내가 믿으면 종교이고 남이 믿으면 미신이라는 얘기와 같다.
현재까지 불려지고 있는 성악곡은 악장․가곡․시조․가사․판소리가 있는데도 감상이나 이론 부문에 약간의 언급이 있을 뿐 악보로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지를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통음악도 싣지 않고 창작음악도 싣지 않고 있으며 과거에 우리 음악을 위하여 애쓴 사람도 없고, 외국의 작곡가만 사진과 함께 싣고 있으며 창작음악도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양악식 음악을 하는 작곡가와 작품을 실으면서 우리 음악을 하는 작곡가와 작품을 싣고 있지 않다.
이런 교과서와 이 교과서를 가지고 가르치는 음악교사는 대체 음악 교사인지 아니면 서양에서 파견한 음악전파자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교과서를 중심으로 배운 청소년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
그들은 선배도 우습게 보일 것이며 선생님도 존경스럽지 않고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을 것이며 조상을 원망스럽고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을 후회 할 것이다.
우리는 음악 교육을 통하여 정서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얘기를 한다. 정서생활은 우리의 문화를 배우고 익힌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우리의 문화를 가르치기 위하여 외국음악을 배운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얘기인가. 음악교육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학교에서 이런 식의 음악교육은 학생들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들은 학교 음악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비디오와 라디오를 통하여 외국의 광란음악을 찾게 되고 대중음악의 가수를 찾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우리는 TV나 공연현장에서 많이 보아 왔다. 이때 우리는 쉽게 요즘 아이들은 왜 저러느냐 하고 나무라지도 못한다. 하기는 그 청소년에게 나무랄만한 자격을 갖춘 선배도 선생도 없는 것이다.
학교도 사회의 일부이다. 이 사회를 살찌우기 위하여 학교에 자녀를 보내 교육시키는 것인데 음악교육은 남의 다리를 긁고 있으니 이게 될 말인가?
우리는 음악 교육을 통하여 우리의 문화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음악을 통하여 역사를 알고 음악을 통하여 조상의 슬기를 배워야 한다. 음악을 통하여 민족을 사랑하고, 부모에게 감사하고, 친구와 동기간에 우애를 돈독히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음악을 통하여 예를 갖추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음악은 예(禮)를 가르치는 것이며 도(道)를 알게 하는 것이다.
음악은 예와 도를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이다.
음악을 즐기려고 배우려 한다면 이는 교육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즉 음악교육과 음악은 구분지어야 한다.
다음으로 중․고등학교 음악 교사는 예술가가 아니고 음악 교육자임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음악교사는 현 교육제도의 잘못으로 교육 현장에서 여러 가지 고초를 당하게 되어 마음의 갈등을 겪게 된다. 음악교육자인가 아니면 전공을 살려 실기인으로 성장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 속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질지 뻔 하다.
음악교사는 성악이 전공이 되어도 안되고 기악이 전공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음악교사는 음악교육이 전공이어야 하는 것이다. 음악교육이 전공으로 되어야 음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자기의 전공과 연결된 편협한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 그래야 음악교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알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이 사회가 혼란스러운 것은 사회가 어지러워서만이 아니다. 음악교육에도 책임이 있다. 근세 100여년 동안 음악교육은 교육의 목적을 벗어난 상태에서 음악으로만 남으려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음악교육은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고 악기를 잘 다루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유명한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 것이 음악교육이 아니다.
음악교육은 역사성․민족성․사회성 등 문화의 부분으로 이 사회를 물과 같이 흐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제라도 사범대 음악과 교육과정을 역사성과 민족성 그리고 사회성을 기준으로 하여 수정하여야 할 것이다. 즉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 속에서 음악교육자를 양성하여야 하고, 현재 일선 교육현장에 있는 음악교사는 자신이 교사라는 점을 다시 깨닫고 음악교육에 전념을 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하여야 하며, 음악교과서는 세계의 음악을 시장처럼 늘어만 놓지 말고 전통음악을 기준으로 재구성하여야 한다. 양악을 가르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양악도 우리의 전통음악과 함께 배우자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어떤 음악교육이 가장 올바른 것인지 다시 생각하여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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