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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8 | 연재 [문화저널]
죽음의 수용소에서
황익근 전북의대교수, 정신과학(2004-01-29 14:56:40)

이 책의 저자인 빅토르 프랑클 교소는 2차 세계대전 때에 몸소 겪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체험을 통해서 ‘의미치료(logotherapy)'라는 독보적인 정신요법체계를 이루어 놓은 비엔나의 정신과 의사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원제는『죽음의 수용소에서 실존주의에 이르기까지(Form Death Camp to Existentialism)』인데 이 책은 저자 자신의 말대로 사실의 보고라기 보다는 자신의 체험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강제수용소에서의 생활이 저자와 그의 동료들 마음속에 어떻게 비추어졌고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였나 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가스실 화장터, 그리고 집단학살로 상징되는 아우슈비츠라는 극한적 상황 속에서 취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다. 절망하고 좌절하든가 아니면 고통이 주는 의미를 참고 무엇엔가 희망을 거는 일이다.
그가 아우슈비츠에서 배운 교훈에 의하면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그를 지탱해 준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인생이 자기에게 요구하는 그 무엇이 있고 자신은 그것을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본서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요지는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그는 아우슈비츠를 체험하기 이전 비엔나 대학의 정신과 외래진료소에서 일할 때부터 가졌고 아우슈비츠는 그의 이런 사상을 확인하는 실험실이었다.
그 자신 죽음의 수용소에서 수많은 다른 유태인들처럼 자살하거나 병들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완성하지 않으면 안될 원고가 있다는 것(그는 그곳에서 ‘의미치료’에 관한 원고를 감시병 몰래 휴지에다 매일 매일 썼다), 그리고 자기를 기다리는 아내가 있다는 것(그는 영하 20도의 철도 건설장에서 강제 노역을 하면서 아내와의 마음속 대화를 계속했다)등 자기가 살아남지 않으면 안될 의미를 끊임없이 추구하였다.
그는 자신에게 던져진 운명의 주사위를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운명이 자기에게 요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고자 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발진티프스가 창궐했을 때 자신도 병중에 있으면서 환자들을 위로하고 돌보았다. 또한 마지막에는 환자들을 수송하는 열차의 탑승자 명단(가스실행을 의미)에 자신이 끼었을 때 동료 의사가 수송자 명단에서 그를 제외시켜 주도록 교섭해 놓았다고 그에게 귀뜸해 주었으나 그는 그것을 사양했다. 왜냐면 자기가 빠진 자리에 누군가 한사람이 끼어 넣어야 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무릇 진실한 길을 택해서 가겠네, 나는 운명에 맡기는 것을 배웠네, 나는 병자가 있는 곳으로 가겠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전할 마지막 유언을 친구에게 부탁하고 열차에 오른다. 지금까지 스물세권정도 되는 그의 저서가 십칠개국어로 번역되었으며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그중 하나다.
본서는 3부로 되어있다. 2부와 3부에서 다루고 있는 ‘의미치료’에 대해서 좀더 알고자 하는 독자는 意味治療)무제, 빅터 프랭클의 생애와 로고 테라피, 高炳鶴 譯, 출판사, 맥밀란)를 참고하기 바란다. 본서의 譯者는 정태시(전 공주사대 학장), 제일 출판사 발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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