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9.3 | 연재 [홍PD가 만난 청년]
시대와 소통하는 무대, 관객이 먼저다
극작가 김소라
홍현종(2019-03-22 16:45:52)

새로운 작가의 등장이 아쉬운 지역의 현실에서 지역을 터전으로 관객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생산하고 있는 작가. 더욱이 서울로 초청공연을 다니고, 중앙 인력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김소라(40)를 만나 그의 작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인이 평가하는 김소라는 어떤 사람인가요?
"극작가 김소라입니다. 극은 결국 서사를 이야기할 테지요. 무엇이든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시대와 소통하고,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야기, 질문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꿈도 작가였나요?
"처음에는 외교관이 되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정외과를 선택했었지요. 2002년에는 북경으로 1년간 연수도 다녀왔습니다. 당시에 북한과의 접경지로 여행을 갔었는데, 배타고 두만강 유람을 하면서 북녘 동포들을 멀리서 볼 수 있었습니다. 동행했던 중국인 가이드가 빈 깡통을 던져주었는데, 저쪽 사람들은 강으로 뛰어들어서 깡통을 찾아다니고, 중국인들은 웃음을 보이는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그릇된 행동을 극적인 장소에서 몸소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인권이란 무엇인지 국가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이후에 졸업 논문으로 탈북자 문제를 다루기도 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외교관이 되고자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며 유학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우연히 뮤지컬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공연을 보고도 가슴이 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결심을 하였습니다. 외교관이 아닌 작가가 되겠다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처음에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물어물어 방송작가협회의 작가수업을 수료하게 되었고, 잘 진행되는 듯하였지만 부모님 사업이 안 좋아지는 일이 발생하고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후에 지역 극단에서 작가로 입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에 공연된 '포옹'이라는 작품인데, 새터민의 삶을 다루었습니다. 이후에 몇 편의 대본작업과 연극 조연출을 이어가며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가, 2017년 한예종 뮤지컬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하게 되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본격적으로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어떤 작품인지요?
"2017년 말에 공연했던 '레디메이드 인생'이 생각납니다. 처음 판소리로 작품을 만들어 보았는데, 너무 몰랐던 게 많았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특히 국악에 대한 공부가 그렇습니다. 국악 장단과 사설의 조화, 국악기 사용의 효율성. 이런 부분들이 제게는 근본적인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다시 수정해서 개선된 작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설령 다른 이야기가 되더라도 말이지요."


본인에게 감명을 준 작품은 무엇인가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를 말할 수 있습니다. 극중극 형식의 뮤지컬로,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주인공이 되어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형식인데, 너무 신선했어요. 저도 작가인 제가 주인공인 되는 작품을 해봐야겠다는 꿈을 품게 했던 작품입니다. 최근 작품으로는 소리극 '화용도'가 있습니다. 판소리 고전인 '적벽가'를 우리시대 우리의 이야기로 풀어냈는데, 저는 이렇게 시대와 함께하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김소라 작가의 특징은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극과 뮤지컬은 물론, 2015년 KBS를 통해 전국으로 방영된 창작 시트콤 '옥이네'를 성공시킴으로써 방송작가로서의 또 다른 능력도 보여주었다. '조선호랑이 어흥', '레디메이드 인생', '완판본' 등을 통해서는 우리의 전통과 국악을 아우르는 작품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물론 작가에만 머물지 않고 연출과 제작에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열혈 청춘이기도 하다.



다양한 활동을 위하여 중앙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가요?
"이제는 중앙과 지역의 경계가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기에 전주에 산다는 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작가는 자신의 터전에서 글을 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에서 5년 정도 생활했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북적거림이 싫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피곤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반면 이곳은 저의 터전이자 고향입니다. 정서도 통하고 무엇보다 안정감이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도 전주에서 작업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재공연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간단합니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항상 공연이 끝나면 미처 보지 못했던 허점들이 발견됩니다. 제 손을 떠난 작품은 관객들을 통해서 저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안 고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정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최소한 작가의 양심상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말 공연했던 '완판본'도 올해 9월 다시 무대에 올립니다. 음악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입니다."


지원사업에도 선정이 잘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작품이라는 게 우선은 관객들이 봤을 때, 재미있느냐?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장르도 연극에서 뮤지컬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뮤지컬이 관객의 반응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원사업에 신청하기 위해 기획서를 쓸 때도, 제 위주가 아닌 관객의 반응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관객들에게 흥미가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그러한 면이 기획서에 반영되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음악'이 들어간 '서사'를 좋아합니다. 이야기와 노래, 춤이 함께하는 작품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 스토리는 뮤지컬이, 저 이야기는 국악이 어울리지 않을까 혼자서 판단해봅니다. 어찌보면 다양한 장르를 작가인 제가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김소라 작가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자기비판이 좀 심합니다. 그래서 수정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평론가들의 비평보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중요시합니다. 과연 이 작품이 재미있는가를 고민하고, 내가 관객이 돼서 본다면 이 작품이 객관적으로 볼만한 작품인지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관객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수 있습니다."


지역 동료 예술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지역에서 작품을 창작하게 되면 으레 지역성을 강조하고는 하는데, 저는 그게 보편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성'에만 생각을 집중하지 말고 생각을 달리해서 '보편성'까지 갖추게 된다면, 진정한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웹드라마 대본작업을 해보고자 합니다. 지역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인데, 유튜브 등 채널을 확장하고 플랫폼을 달리해서 전국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방식의 도전은 지역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뉴욕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해보고 싶습니다. 이미 작품은 결정을 하였습니다.  2016년에 공연했던 '조선호랑이 어흥'입니다. 위안부 이야기를 호랑이로 의인화한 작품인데, 아직은 완성도면에서 부족하지만, 충분히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극작가 김소라. 그의 도전이 빛나는 이유는 작가 자신이 아닌, 관객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작지 않은 결과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예술가를 위한 작품이 아닌, 관객을 위한 작품이 더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