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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8 | 인터뷰 [생각의 발견]
‘천칭의 마케팅’을 아십니까?
얼음처럼 차가운 소비자를 향하여
윤목 ㈜더커뮤니케이션그룹 대표,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2013-07-30 17:42:49)

지금까지 수많은 광고주를 만나다보면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의 오너에서부터 작은 중소기업의 오너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의 오너들은 자기가 만든 제품, 자신의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 최고라는 것이다. 자기 회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제품은 마치 자신의 자식 같이 소중할 터이니 이해가 된다. 이런 분들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자신의 제품이 이런 강점이 있으니 이 강점만 잘 설명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광고주의 욕심대로 소비자들이 그 제품의 장점만 잘 기억하고 이해한다면 무조건 지갑을 열어줄 것인가. 20여 년 동안 광고 마케팅 현장에서 일해온 나의 경험상 그것은 한마디로 ‘No’다. 기업의 오너들이 생각하는 만큼 소비자들은 그러한 혁신적인 제품에 아무런 관심도 없을 뿐더러 기업이 하는 이야기에 절대로 호의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99명의 고객이 만족했다 하더라도 1명의 고객이 올린 불만의 댓글에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고 뒤돌아서 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얼음처럼 차가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서 성공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을까.


천칭의 원리를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서 나는 ‘천칭의 원리’를 이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천칭의 원리’란 저울대에 매달린 2개의 저울판에 올려진 양쪽의 무게 중 어느 한쪽이 기울어지면 평형을 이루기 힘들다는 쉽고도 간단한 원리다. 그렇다면 한쪽의 저울대에 올려진 것을 ‘소비자의 관심’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반대쪽 저울대에 올려진 것은 당연히 ‘광고주의 욕심’일 것이다. 광고주의 욕심이 소비자의 관심보다 조금이라도 무겁다면 당연히 마케팅은 실패로 끝난다. 또한 반대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메이커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면 이것도 실패로 끝나 버린다. 이 2개의 저울대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균형 있게 맞추는 일, 이것이 바로 천칭의 원리이자 마케팅의 역할인 것이다.


1) ‘광고주의 욕심’이 ‘소비자의 관심’보다 큰 경우
이 경우는 광고주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끝나버리는 그런경우를 말한다. 또한 광고주가 자신의 기술 우위력을 앞세우기 위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니즈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고 끝내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요즘 통신시장의 주된 관심사인 속도전쟁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 요즘 통신시장에는 3G, 4G도 모자라 4G보다 2배 더 빠른 ‘LTE A’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과연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금 그렇게나 빠른 통신 속도뿐일까. 통신시장의 경쟁은 지금 소비자의 관심보다는 광고주들끼리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의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속도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그것을 실생활에서 체감화 하기도 힘들고, 끝없이 펼쳐지는 기능싸움에 디지털 피로감까지 느낀 소비자들은 오히려 보다 간단하고 편리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심플 디지털에 목말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2) ‘소비자의 관심’이 ‘광고주의 욕심’보다 큰 경우
그 반대의 경우도 다반사다. 10여년 훨씬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출근을 하는데 서울시내 거리에 ‘선영아, 사랑해’라는 포스터가 여기저기 도배를 하고 있었다. 저게 과연 뭐지 하는 궁금증을 안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그 ‘선영아, 사랑해’라는 포스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원들끼리 내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는 어느 간 큰 남자가 내건 포스터 같다고 주장을 하는가 하면, 어떤 직원은 분명 어느 기업의 티저광고(소비자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위해 브랜드를 감추고 조금씩 조금씩 알려주는 광고형식)일 거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조간신문에 서울 시내를 도배한 이 포스터에 대한 기사가 대서특필 되었다. 기자도 그 정답을 찾지 못한 채한술 더 떠 때마침 국회의원 선거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강남구에 출마한 어느 여성 후보자의 이름이 선영이라고 하면서 고도의 정치광고 아닐까 라는 추측기사를 내놓기도 하였다. 결국 이 포스터는 마이 클럽이라는 여성포털사이트의 광고로 판명이 났는데 초기에 전국적으로 엄청난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을 하고서도 브랜드인지도와 매출 등으로 연결되지 못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을 했지만, 그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광고주의 욕심을 내볼 수도 없이 뒷심부족으로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3) ‘광고주의 욕심’과 ‘소비자의 관심’이 일치한 경우
마케팅에서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바로 광고주의 욕심과 소비자의 관심이 천칭의 균형을 이룬 경우일 것이다. 바로 소비자의 관심 속에서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경우 말이다. 최근 이러한 천칭의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가 매일 몇 잔씩 마시는 커피믹스의 크림 속에 인공합성물인 ‘카제인나트륨’이 들어있다는 사실에 착안, 우유로 만들었다는 프렌치카페는 소비자의 관심과 광고주의 욕심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어 단기간 내에 시장점유율 20% 이상을 확보, 커피시장 2위인 네스카페를 제치고 1위인 동서식품을 긴장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소비자의 관심을 찾아내 천칭을 맞추자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생각을 하거나, 그 어떤 일에도 이제는 생각의 잣대를 기업의 오너나 광고주의 욕심이 아니라 오로지 소비자의 관심에 맞추어야 한다. 메이커나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것이 소비자의 관심을 천칭의 원리로 맞출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 지금, 만약 당신이 새로운 사업을 꿈꾼다면, 아니 새로운 제품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것을 사용하는 타겟이 기다리는 관심의 영역에 있는지부터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그리고 그 소비자의 관심에 천칭의 저울추가 균형을 이루도록 욕심은 빼고 관심을 키워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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