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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 | 인터뷰
[아름다운 당신] 극단‘T.O.D랑’작가 최정
관리자(2012-05-14 10:56:24)


 전주다운, 전주만의 연극을 만들고 싶다 다양한 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전주 연극계를 생태계에 비견해 본다면, 극단‘T.O.D랑’은 전주 연극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다. ‘T.O.D랑’은 지난 2008년 희곡낭독모임으로 시작해 2009년 극단을 창립했고, 연극 <모두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공연을 무대에 올린 이후 소리연극, 카페연극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극들을만들어왔다.최정(31)씨는 지역의 촉망받는 젊은 극작가다. <이화우 흩날릴 제>(2003), <이등병의 편지>(2005)로 전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고 이후에도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또한 지난해 7월까지‘T.O.D랑’의 대표 역할을 맡아오기도 했다. 그를 만나 극단‘T.O.D랑’과 전주연극,그리고 극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 “사실 처음에는 극단을 만들 생각으로 모인 건 아니었어요. 매번 비슷한 작품, 비슷한 과정을 거치다보니 정체된 느낌을받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된 거죠."극단 'T.O.D랑’의 전신은 희곡낭독모임‘랑’이다. 뭔가 새로운 연극을 해보고 싶은 이들이 모여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의 희곡들을 낭독하기 시작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 단출하게 시작했던 모임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구색을 갖췄다. 가칭‘랑’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랑(朗)은‘아름답고 맑게 밝음, 소리 높이, 또랑또랑하게’란 뜻. 낭독하는 희곡은 주로 최근 번역작이나‘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었다.연출자, 작가, 배우가 모여 3~4시간씩 소리 내어 희곡을 읽고 의견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무대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자극적인 소재나 화려한 무대, 웃기기 위한 설정들을 덜어내고 연극성을 살린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함께 작품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 정식으로 극단 창립이 결정됐다. 기존의‘랑’앞에 'T.O.D‘라는 약어가 추가 됐다. Truth Of Drama, 연극의 진실, 즉 'T.O.D랑’이 지향하는 목표다.첫 작품은 2009년 무대에 오른 소리연극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소리연극이란 연극의 시각적 요소인 무대장치나 의상, 소품 등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목소리, 음악, 음향 등 청각효과를 극대화시킨 연극이다. 배우들도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 앉아 목소리로 연기한다. 아마도 라디오 드라마를 상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미디어 기술의진보로 영화와 TV는 상상 속에나 가능한 장면을 눈앞에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반면 연극은 무대장치와 특수효과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상상의 여백을남길 수밖에 없다. 소리연극은 그 여백을 더 넓혀서 백지에 가까운 상태로 관객들에게 제공한다.최근 낭독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소리연극과 비슷한 낭독 공연을 종종 만날 수 있지만 처음‘T.O.D랑’이 소리연극을 준비할 때만해도 드문일이었고 전주에서는 최초의 시도였다.“연극 무대들이 스펙터클 해지고, 효과가 화려해질수록 관객들이 상상할 수있는 요소가 줄어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희곡낭독모임을 하면서 청각이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관객들에게도 그런 경험을 드리고 싶었죠.” ‘연극의 힘’을 믿는 사람들 대부분의 예술장르가 비슷한 고민에 빠지고 비슷한 편향에 빠진다. 대중과 유리된 현실을 고민하다 쉽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방법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려한다. 그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모두가 그 방향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T.O.D랑’은 연극성을 강화해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일상공간연극은‘T.O.D랑’의 색깔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실험이었다. 지난 2010년 공연한 <그해 여름>은 전주 한옥마을의 한 카페를 무대삼아 펼쳐졌다. 카페의 한구석이 무대가 되고 주위에 관객들이 둘러앉아 펼쳐지는 연극.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12월에는 <그해 여름>의 앙코르 공연인 <그해 겨울>이 같은 카페에서 열렸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무대가 아니다보니 제작단계부터 고려할 게 많았어요. 일단 배경자체를 카페로 잡았고 조명도 최대한 카페에 있는 조명을 활용했어요. 배경음악도 음향장치를 쓰지 않고 피아노로 연주했어요. 그걸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기위해 등장인물을 카페의 피아노 연주자로 설정했습니다. 너무어려운 내용일 경우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쉽고도 일상적인 내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중간중간 관객들과 직접소통하고 작은 이벤트를 할 시간도 넣었고요.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주셔서 저희도 즐겁게 공연했습니다.”캐릭터 구상부터 무대연출까지 철저히 카페라는 일상공간에맞춘 작품이었다. 이런 제작이 가능한 구조가‘T.O.D랑’의 강점이다. 낭독모임 시절 연출 두 명, 작가 두 명, 배우 두 명으한시작한‘T.O.D랑’은 시간이 흘러 인원에 변동이 생겼지만 여전히 어느 한 주체에게 균형이 쏠리지 않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고. 덕분에 시놉시스 단계부터 연출과 배우, 작가가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고 반영할 수 있다.“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이 만드는 거죠. 연출, 작가, 배우라는 각각의 역할이 있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아서함께 만드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더 작품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애착이 갈 수밖에 없어요.”물론 작가 입장에서 고충도 있다. “작가는 아무래도 대사 하나 수정하는 거에도 민감하죠. 반면 연출은 시각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희곡을 써주길 원하고. 배우들은 캐릭터가 살아있고보다 강하게 어필하길 바라요. 그러다보니 희곡을 쓰는 과정에서 감수해야할 부분도 있어요.” ‘연극의 내일’을 만드는 사람들 최정 씨가 연극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통해서다. “평범한 문학소녀”였던 그는 전북대 국문과에 입학해서도 연극부 활동을 이어가며 무대와 함께하는 삶을선택했다.“원래 대학에서는 연출을 주로 맡았어요. 그래서 연출을 해보려고 무작정 지역의 연출가 선생님을 찾아가 여쭤보기도 했구요. 연출 공부를 하면서 희곡을 한번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서 썼는데 잘돼서 상도 받고 하다 보니 작가가 본업이 됐네요. 지금은 연출보다 작가가 잘 맞는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지역 문화계 전반에 젊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 연극계도 마찬가지 고충을 겪고 있다. 특별한 양성·채용과정이 없는 연출이나 극작가의 경우는 더욱 진입장벽이 높다.“작가들에게는 신문의 신춘문예가 등용문이긴 하지만 워낙 그 문이 좁은데다, 희곡은 무대에 오르지 않으면 생명력이 떨어지거든요. 자기 작품을 무대에 올린 작가들은 대부분 계속 작가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역에서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 기회를 통해 살아남는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지역에서 가장 막내 뻘인 극단‘T.O.D랑’의 성과는 젊은 연극인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별도의 단원모집을 하지 않았지만‘T.O.D랑’의 작품을 보고 입단한 젊은 배우들이 그 증거다. 단원 대부분이‘투잡’을 하고 있긴 하지만‘T.O.D랑’을 중심에 놓고 스케쥴을 짜고 외부활동을 조정한다고. 반기에 하나 꼴로 작품을 내놓았던‘T.O.D랑’은 올 6월 공연을 목표로 다음 작품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공동집필을 통해 2인극을 내놓을 예정. 최정 씨의 머리 속에서는 보다 실험적인 구상들도 돌아가고 있다. “전주에서 공동체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자기 얘기로 직접 연극을 만들어서 배우로 연기까지 하는 거죠. 서울 쪽에서 하는 공동체 연극 작업을 함께했었거든요. 전주에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낭독공연이나 소리 연극도 꾸준히 해야겠고, 일상공간 연극으로는 카페연극에 이어서 시장연극과 골목연극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요.”최정 씨가, 그리고‘T.O.D랑’이 풀고자 하는 또 하나의 숙제는 지역성을 담은 연극이다. 지난 2011년 무대에 올린<그것은 꿈이었을까?>는 그런 고민의 발로다. 한지, 소리, 이야기꾼 등 전주의 소재를 중심으로 만든 연극이었다. 지역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역극단의 역할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전주에서만 할 수 있는 전주다운 연극을 만들고 싶다”는 그와‘T.O.D랑’의 다음 실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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