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1.3 | 인터뷰
내 인생의 멘토 - 내게‘기회’를 만들어준 사람들
관리자(2011-03-04 18:30:47)

내 인생의 멘토 

- 내게‘기회’를 만들어준 사람들 몸과 정신을 키워준 나의 커다란 멘토 - 

박용규 전주비전대학 교수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를 느끼기에 무뎌진 나이에 창문너머로 흘러가는 구름을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호사로워 보일 정도로 바쁘게 보내왔다. 얼마 전에 지낸 설날도 불과 사나흘 전에 알았다. 당황스러웠다. 기나긴 방학동안 이런저런 얘기 한번 나눠주지 못한 큰아들과 콧바람 한번 쐬어주지 못한 작은아들, 그리고 꼬리 없는 여우로 같이 살고 있는 집사람에게 미안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묶여서 보내온 시간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오래되지 않은 미래가 이를 채워 줄 것으로 기대하며 하루를 다시 열고 있는 것이다.그렇게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연구실의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검은색 도톰한 가방 속 카메라를 볼 때면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사진, 그리고 그에 얽힌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준 기회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진과 맺은 인연 초등학교 시절 오래된 장롱위에는 여러 권의 두툼한 앨범이 있었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직접 카메라에 담으시고 인화지에 구워 올린 흑백사진이다. 멋진 선글라스에 검은 가죽장갑, 하얀 겨울외투를 걸치고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적당한 폼을 구성하여 산을 응시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60년대 그 시절 배우와 매우 흡사하였다. 이처럼 사진을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시절 카메라를 만지며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어떻게 찍는지도 몰랐고 어떻게 찍어야 좋은 사진이 나오는지도 몰랐다. 


세세한 내용을 가르쳐주기에는 너무 어린 아들에게 프로급의 아버지는 짧고 간단한 방법으로‘해가 쨍쨍하면 조리개를 몇에 놓고, 구름이 끼면 몇에 놓고, 더 흐리면 찍지 말라’는 초간단 속성교육으로카메라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호기심과 재미 속에 말도 안되는 사진을 찍었고 언제부터인가 자동카메라가 나오면서나의 의지와 능력과는 상관없이 노출도 적당하고 초점도 잘맞는 사진을 얻었다.대학을 들어가며 바로 군대를 다녀와서 1학년으로 복학을하였다.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우연한 기회가 닿았다. 충무로에 있는 사진스튜디오 아르바이트였다. 교수님은 좋은내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 말씀하시며 적극적으로 권하셨다. 충무로라는 생소한 공간에 처음 접하게 되었으며 지하에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실전 사진과의 조우가 시작되었다. 역시 프로들의 무대는 어려운 곳이었다.아르바이트의 시작은 눅눅한 바닥의 대걸레 청소부터 시작하여 현상소에 필름 맡기기, 찾아오기, 조명 들고 서있기였다. ‘카메라는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고, 조명은 이 방향에서 비춰야하고, 이런 작품을 찍을 경우 필름은 이것을 사용해야한다’라는 말은 두 달여의 시간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사진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배우지 못하였으나 다른것을 얻게 되었다. 촬영 과정에서 본 것을 스스로 해석하여응용하는 방법과 다음에 이어지는 작업의 내용을 머릿속에서 그려보고 가상으로 만들어 본 내용이 실제 진행되는 촬영과 동일하게 이루어지는 가를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이때부터 촬영현장의 내용을 스케치하게 되었다. 카메라의기종, 렌즈의 종류, 조명의 투사방법, 사용하는 필름, 배경설치방법 등 다양한 내용을 메모하고 적으며 아르바이트로접하게 된 사진과의 우연한 기회를 마무리 지었다. 수개월이 지난 후 어깨너머 배운 내용을 펼쳐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처음 열리는 졸업작품전의 작품집에 실리는 모든 작품을 촬영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미술교육학과 교수님이 갖고 계신 카메라를 빌려와서 아주원초적인 텅스텐 조명과 배경지를 깔아놓고 가슴을 졸이면서 셔터를 눌렀다. 작품 하나마다 세트를 다르게 구성할 수있는 여건이 허용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작품을 촬영하고 인쇄를 거친 졸업작품집을 마주 하였을 때 만감이 교차하였다. 처음에는 뿌듯하였으나 다시금 보았을 때 비어있는 공허한 내용이 눈에 읽혀지게 된 것이다. 기본이 안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기초적인 사진이론부터 시작이 필요하였다.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서 사진에 관한 책을 뒤지고 한권, 두 권구입해서 한줄 한 페이지를 쉽게 넘기지 않고 읽었으며 카메라를 구입하여 가슴의 일부분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다루었다.


그 해 겨울 방학의 모든 시간은 책과 카메라 속에 하얀 새벽을 보냈다. 이때부터 품게 된 사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대학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으며 디자인 구성에 많은 영향을주었다. 언제나 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디자인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고 커다란 공간을 담을 때 비례와 균형을 찾았고 시간의 흐름에 의해 나타나는 자연의 조화로운 색상을 눈에 익히고 한 컷의 좋은 이미지를 담기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신중을 더하였으며 기다림의 인내를 갖추게 되었다. 또 한 번의 기회 사진을 좋아하며 관심을 갖고 있는 학우들과 함께 사진동아리를 만들어 사진에 대한 이론을 더 익히고 실질적인 사진실습을 진행하게 되었다. 실습공간이 없었던 상황이라 강의실과 대학 주변을 돌아다니며 촬영하고, 야외촬영이라는 허울 좋은 용어를 붙여서 시내버스, 직행버스, 야간열차를 타고 여러 지역을 다니며 좋은 경관과 이미지를 담았다. 다른학우들의 디자인 공모전 출품에 필요한 제품이나 시각, 포장디자인 작품사진 촬영은 언제부터인가 동아리에서 도맡게됐다. 촬영을 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조언과 작품에 담겨있는디자인 요소, 미비한 내용에 대한 토론도 짤막하게 나누게되고 이러는 과정에서 디자인에 대한 안목과 정보를 한 겹한 겹 쌓아올리게 되었다. 


언제나 공모전 마감 전날 작품이완성되지 않아 날을 지새울 수밖에 없는 힘든 작업이었다.마지막 작품 판넬을 들고 고속터미널로 달리는 학우를 보내고 나면 가슴이 휑하면서도 기분 좋은 봉사와 희생이라는 단어로 위안하였다.얼마 후 또 한 번의 기회가 닿았다. 정부지원으로 디자인전공 교육에 필요한 실습기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내용으로교수님들께서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파악하여 여러 실습에필요한 기자재와 사진실습을 위한 기자재를 구입하는 것으로 결정하셨다. 디자인 전공교육에 필요하며 여러모로 활용가치가 높다는 판단을 하시고 사진에 관련된 우수한 성능의기자재를 들여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몇 대 되지 않는자동 확대기부터 시작하여 중형카메라, 조명장치, 현상기 등등이 설치되고 사용법을 교육받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시간만 두 달여 넘게 걸렸다.


본격적인 사진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관리는 당연히 사진동아리에서 맡게 됐고, 나는 동아리 회장으로서 책임 관리를 하게 되었다. 사진실에 있는 수많은 기자재의 품목에 대한 관리는 기본이고 기자재 활용교육과 관리, 실습 진행, 작품전 촬영, 편집 등을 맡아서 하게 된 것이다. 이러는 과정에서 근면과 책임을 몸에 익히고 여러 성향과 사정을 안고 있는학우들의 심경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알게 되었다.가끔‘어쩌다 사진을 배워서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을 찍느라 고생했는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몸과 정신을 키워준 커다란 멘토가 우연으로 다가온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긍정의 사고를 더한다. 근면과 의지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 준 인생의 멘토가 여러 분 계신다.고결한 진심의 마음으로 이끌어주시고 가르쳐 주신 은혜를언제나 되새기고 있으며 어느 한분이 존경스럽지 않겠는가.이러한 분들이 만들어 주신‘기회’가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무형의 멘토로 다가왔다. 다른 이에게도 잘 다듬어진 모습으로 전달해 주고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