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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 | 칼럼·시평 [문화시평]
아쉬운 연출과 해설, 장르의 나열만 보인다
한옥스캔들
윤중강(2015-08-17 16:22:44)

 

 

‘한옥스캔들’은 2015 한옥마을 평일 야간상설공연 선정작이다. 주말 야간 상설공연인 창극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진다. 퓨전국악과 비보이를 중심으로 한 공연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옥스캔들’의 ‘한옥’은 무슨 뜻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한옥마을의 한옥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전주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선, 한옥이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한옥스캔들은 분명 열심히 만들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았을 때는, 여러 곳에서 결함이 발견된다.


한옥스캔들은, “구성은 좋으나, 연출이 아쉽다”
마치 요리에 비교한다면, 식재료는 좋으나, 조리가 서툰 경우가 된다. 이 작품은 가, 무, 악, 희를 두루 담으려 한다. 노래, 춤, 연주, 연희가 모두 공존하나, 어느 부분에서 어떤 것이 크게 다가오는 것이 없다. 그것을 나열하고 있는 인상이 강하다. 첫 번째로 구성은 좋으나, 연출이 아쉬움을 절감한다. 이 작품의 연출이 가장 치중한 것은, 한옥이라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따라서 소리문화관은 360도가 모두 무대가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이 관객들의 극에 대한 집중에 방해하거나, 도움이 못 된다는 점이다. 한옥의 연못을 이용해서 거기서 이무기가 나타난다거나, 한옥의 누각에서 춤을 보여주는 것 등은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한옥의 지붕인 용마루에 올라가서 랩을 들려주는 경우다. 이 경우 메인무대에서는 두 주인공이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른바 선과 악의 대립으로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따라서 무대에 집중하여야 하는데, 관객들은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른다. 오히려 선과 악의 대결을 비보잉이나 마임 등 역동적인 장면을 제대로 역동적으로 그려내지 못하는 아쉬움만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구성으로서의 노래, 춤, 연주, 연희는 그저 하나의 ‘재료’로서 존재한다. 이것이 하나의 ‘음식’으로서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고 말하기 어렵다. 만약 비빔밥으로 친다면, 그저 비빔밥에 들어가는 밥과 나물, 기름이나 고추장이 준비되기는 했으되, 비빔밥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조리하는 순서가 서툴러서 결과적으로 재료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맛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경우라 하겠다.


한옥스캔들은, “설화는 있으나, 해석은 없었다”
전주에 온 외지사람들이, 전주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은 기쁨이다. 한옥스캔들은 전주설화를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무대에서 보여주거나, 작품으로 완성하기에는, 아직은 미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이야기를 나열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노래, 춤, 비보이의 움직임으로 보여줄 뿐이다. 설득력이 무척 약하다. 작품을 만드는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거기에 스토리가 있고 전달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작품을 일회적으로 보는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스토리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더불어서 그 스토리를 통해서 어떤 감동을 얻지 못한다.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극적(劇的)”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전주에 존재하는 스토리를 여기서는 노래로, 여기서는 춤으로 보여줄 뿐이기 때문이다. 한옥을 이용해서 그림자극으로 표현해준다거나, 마을사람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동요와 방어막을 쌓는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그게 설득력을 잃거나 아직은 무척 어설퍼 보인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런 연출의도 하에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배우(소리꾼, 춤꾼, 비보이)들이 무척 안쓰럽게 보이기도 한다. 특히 치명적인 결함은 결국 이 작품은 선악의 대립 속에서 결국은 선이 이긴다는 설정인데, 이런 ‘대립’을 그려내는 장면이 무척 아쉽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상황이 있으나, 그 상황을 무대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이런 단계이기 때문에, 전주의 설화에 대한 현대적 해석은 기대하는 것은 이미 어렵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배우에서 연출까지, 모두가 애를 쓴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이제 노력이나 과정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나 결과로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것과 덜어내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이 작품의 가능성을 보고 ‘옥’이라고 귀히 여겨도, 거기에 있는 많은 ‘티’를 없애야한다. 이 작품은 주제를 강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품의 실제 내용과는 무관한 ‘사족’이 너무도 많다. 공연을 시작하거나, 공연이 끝날 때, 전주에 온 젊은 남녀커플이 등장을 한다. 관객은 이들이 중간에도 무슨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지만, 그저 앞과 뒤에 등장할 뿐이다. 대개 공연의 앞부분에 등장을 하는 인물들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극에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참 애매모호하다. 관객에게 편안함과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과연 이 작품에서 이 둘의 등장이 필요할까? 공연의 시작부분에선 무대 뒤를 통해서 등장을 하다가, 공연이 끝나는 부분에서 한옥(소리문화관) 대문을 통해서 등장을 해서 무대에 올라가는 동선도,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더불어서 ‘마당쇠’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무대와 마당(객석)을 오가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려는 배우의 역할도 모호하다. 결코 재미있지 않다. 보통 이런 역할에는 풍자와 해학이 밑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캐릭터 상으로도 그렇지 못하고,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다. 이 작품이 전주라는 지역의 ‘이야기’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면, 이제 이런 아직 어설픈 구성은 과감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 단계의 이 작품을 비빔밥에 비유하자면, 괜히 이것저것 조합이 어울리지 않은 나물종류는 많이 준비했으나, 정작 비빔밥의 생명이라고 할 ‘밥’과 ‘고추장’이 양질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옥스캔들’은 이제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작품적으로 융합하는 고민을 해야 할 단계다. 아울러 음악에 관해서도 조금은 손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만의 고유성이 많이 부족하다. 그저 지난 2000년대의 10년간 퓨전국악의 성과가 이 작품에 그대로 옮겨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전통음악과 퓨전국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을 보고 나서 기억될 수 있는 멜로디가 있었으면 좋겠다. 작곡가가 음악적인 디자인을 새롭게 다시하면 어떨까? 이 작품이 회를 거듭할수록, 구성이 연출로 완성되고, 전주설화가 그저 옛이야기의 하나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의미 있게 공감하는 현대적 해석으로 설득력을 얻게 되길 간절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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