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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 | 칼럼·시평 [이십대의편지]
누구나 특별해질 수 있는 방법
권용인 여행가 (2014-09-01 18:33:08)

초등학교 내내 음악과 미술만 제외하고 올 '수'를 받았다. 표준 전과만 몇 번 보면 되는 건데, 공부 못하는 애들이 이해가 안 갔다. 다른 아이들보다 몸집이 작았지만, 욕을 잘했고 야한 이야기를 잘했고, 오락도 잘해서(얍삽한 기술을 쓴다고 오락실에서 몇 대 맞기도 했지만) 친구들에게 제법 인기가 많았다. 혼자서 치과나 병원도 잘 다녔다. 나는 내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 나는 소 뒷발 쥐잡기로 딱 한번 전교 1등을 했다. 그 때 아버지는 내게 기대를 많이 거셨던 것 같다. 힙합이 유행하여 모두 가위 차기를 할 때, 나는 삼바 댄스를 추었다. 나는 여전히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는 서울대는 못가도 연, 고대 정도는 당연히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정말 예쁜 친구에게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 고백했지만 괜히 어색해지기만 했다. 나는 내가 못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시골 고등학교에서 공부도 어느 정도하고, 연극부 활동도 하고, 축제 때마다 춤을 췄다. 나는 학교 내에서 유명한 아이였지만, 사실 반에서는 약간 왕따였다. 3년 내내 전교 1등과 같은 반이었고, 만년 2등의 히스테리를 아이들에게 풀었던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애들을 동경했지만, 걔들은 날 싫어했다. 난 몸도 약하고, 돈도 없었으니까. 나는 제일 친한 친구와 여자문제로 싸웠었고, 고3 시절을 외롭고 우울하게 보냈다. 어떻게든 농어촌 전형으로 국립대를 노려보았지만…. 그해 수능을 완전 망쳤다.

다시 수능을 쳐서 들어온 두번째 대학교. 내게는 대학의 수업이 너무나 생소했다. 친구들은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미래를 준비했지만 나는 내가 뭘 해야 될지 몰랐다. 그저 수업에 출석하고 잠자고, 수업이 마치면 술 마시고 게임을 했다. 내 주위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못생겼고, 키가 크지도 않고, 노래도 못하고, 연주 할 줄 아는 악기도 하나 없었고, 학점관리를 잘하지도 못했다. 어떤 목표나 확고한 미래계획은 커녕, 그 흔한 토익점수나 운전면허증도 없었다. 나는 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했다. 절망 속에서 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사회는 그렇게 내게 알려주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길 위에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모두가 특별하진 않아도, 누구나 특별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내 삶을 만들어갈 것이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겠지.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다. 사람들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즐기며 여행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나에게 가장 좋은 내가 되고 싶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그러나 다른 것이 틀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름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충고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타인의 꿈을 깎아내리거나 비웃을 순 없다. 누군가가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한다면, “존중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그 꿈이 비록 하찮게 보이거나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 한다면, '모르는 만큼,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권용인

그냥 평범한 동네 형이나 혹은 막내 삼촌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스스로 모자람을 너무나 잘 알고, 그래서 교만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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