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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 | 칼럼·시평 [문화시평]
관객과 소통, 즐거웠던 창의적 무대
전주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
김재명 교수 (2014-07-03 12:40:44)

일반적으로 오페라는 가까이 하기엔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어진다.

물론 오랜 세월 잘 짜여진 구성과 깊이 있는 음악, 잘 수련된 예술가들로 인해 큰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대극장에서 화려한 무대와 원어로 공연되어지는 대작들 같은 경우 그 무거운 중압감에 관객들은 부담스럽고 위축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친숙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오페라


오페라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번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에서 공연된 School opera <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이 적당한 선택이 되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모차르트(W. A. Mozart)의 3대 가극 중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비판적이고 저항 이념적인 희극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가 각색한 작품으로 이탈리아어로 써졌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어로 번역하여 공연되었다. 오케스트라는 소규모의 챔버오케스트라로 구성되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같은 경우 챔버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지만 이번 공연에는 너무 소편 구성됨으로 인해 오케스트라 특유의 깊고 풍부한 사운드를 내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물론 초연 당시대에는 챔버오케스트라 형식으로 소편 구성되어있었기에 요즘 대편성 되어버린 오케스트라에 비해 오히려 그 시대의 느낌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들 귀에 익숙한 서곡으로 시작한 공연은 해설자가 등장인물들을 한명씩 무대로 소개하며 진행되었다. 20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기는 하나 오페라를 본다는 것에 다소 긴장되었을 관객들의 마음을 열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 기발한 발상이었다. 물론 오페라 전체의 흐름을 깰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지만 어차피 전체적인 진행 또한 연극적 대사와 노래가 섞인 – 원래는 대사도 쳄발로라는 악기의 반주와 함께 한다 -오페라 코미크 형식으로 진행되었기에 흐름에 방해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오페라의 전편이라고 볼 수 있는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이 곁들여 졌다면 <피가로의 결혼>의 내용과 등장인물들의 성격, 행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웠던 발음과 아리아, 재치있었던 애드리브


가사는 우리말로 하니 공연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성악가들이 최대한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말하려 노력하여서 전체적으로 잘 전달되었지만 몇몇 부분은 알아듣기 힘든 부분도 있었고 무엇보다 중창 같은 경우에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상당히 불편하였다. 이런 점들은 자막을 사용하는 방법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노래를 시작하면 그 발음들이 더욱 부정확하여져서 오히려 극의 흐름을 깨는 경우도 있었다. 오페라에서 레치타티보 즉 대사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하고 아리아는 인물의 감정 상태를 호소해야하는데 이러 한 역할들이 반대로 일어나는 상황이 종종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전반적으로 캐릭터에 어울리는 성악가들의 소리와 재치 있는 애드리브 그리고 귀엽고 모던한 풍의 무대는 자칫 어둡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 오페라 내용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상쇄시키는 효과를 주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냈다.

사실 오페라 가수인 나로서는 전형적인 오페라를 더 지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오페라 또한 우리 예술가들이 해나가야 할 중요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무더위가 찾아오는 6월. 그러한 오페라 한편을 보고 상쾌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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