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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 | 칼럼·시평 [서평]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행복의 사회학 』 정태석 지음/ 책읽는수요일
김현수 (2014-06-03 10:15:30)

얼마 전 ‘안녕하십니까’ 라는 제목으로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고, 그것이 고등학생, 직장인 등 전국민적으로 확대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이를 시작한 이들은 ‘정치나 사회에 무관심한 세대, 각종선거 때 투표율이 가장 낮은 연령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이었다. 사회에 무관심한 계층이라고 일컫는 20대들의 움직임은, 아마도 이 사회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아 이는 단지 20대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안녕함(well-being)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안녕함(well-being)이란 복지(福祉)와 동의어로 쓰이며, 복지란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만족스러운 삶이란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복지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이나 상태로 여기기 쉽다. 나의 어렸을 적부터 꿈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였다. 아마도 행복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대부분 자신이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꿈으로 삼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어린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이 오롯이 자신의 몫이었을까? 건강의 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 그 속에서 가족이 경험해야 했던 힘든 상황들이 모두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란 말인가?

<행복의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나의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내려주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사회, 경제, 문화적인 환경을 제외하고 한 사람의 행복, 우리 사회의 행복을 논할 수 없다는 점을 통계수치와 같은 객관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또한 단지 일차적인 통계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통계가 가질 수 있는 오류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 학교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아이들, 1인가구의 증가, 저출산 현상, 노인문제 등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통계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었고, 나도 동의되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에 내가 가진 두드러지는 의문 중 하나는 ‘열심히 일해도 왜 가난한가?’ 이다. 워킹푸어(working poor)로 불리는 일을 하는데 빈곤한 사람들이라는 이중적인 용어가 만들어져 쓰이고 있다.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빌어 ‘개천에서 용난다’라고 한다. 이는 1960년대에서 90년대를 지나오면서 경제적인 변화, 교육의 발달, 다양한 산업의 발달로 가능한 일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계급에 따라 자녀의 계급도 결정되고 있어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날 수 없다고들 한다. 더욱 심하게는 ‘개천에서 난 용하고 결혼하면 개천으로 끌려들어간다’라고 하면서, 성공했지만 집안 배경이 좋지 못한 사람하고는 결혼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농담을 통해서 경제적인 부분이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제적 계급이동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을 <행복의 사회학>은 쉽고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 30위권의 1인당 국민소득을 달성하고 있어 경제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경제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2위(2012)로 거의 꼴찌이다(p.74). 또한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이고 10년 동안 꾸준하게 증가였으며 전체 연령층에서 자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로 여겨진다(p.76). 경제적으로 성장한 만큼 더욱 불행한 이상한 사회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하려면 어떤 사회적 기반들이 마련되어야 할까?

   

<행복의 사회학>에서는 인간이 행복하려면 경쟁보다는 공존하는 사회로의 변화가 필요하고 선별적인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행복을 주관적인 것만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어떤 나라에서도 복지(福祉)를 지향하지 않을 것이다. 복지(福祉)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면, 개인의 행복에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행복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의 복지정책을 들여다보면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있고,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여전히 사회의 책임에 일반국민보다는 문제를 가지고,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를 위한 발걸음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했을 때, 얼마나 시끄러웠는지를 기억하는가? 삼성의 자녀도 무상으로 급식을 받는다는 것에 우리 모두가 평등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기 전에 부딪히는 반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행복의 사회학>을 통해 행복에 대한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작가가 이야기한 공존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고자 하는 방향과 구체적인 대안마련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불평등한 상태에서 경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부모와 그의 경제적 배경을 가지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계속 노력하지만, 구조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사회에서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 ‘행복하지 못한 우리’에 대한 원인 분석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워킹푸어(working poor)와 같은 이상한 신조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불평등한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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