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4.6 | 칼럼·시평 [문화칼럼]
갈 길 멀기만한 예술인 복지법
나도원 예술인소셜유니온공동 위원장(2014-06-02 16:43:02)

2011년에 제정되어 2012년에 시행된 예술인복지법은 첫걸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의 의의만 지녔다.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산재보험법 124조의 중소사업주 특례조항을 적용하여 100% 본인부담이자 임의가입 형식인 산재보험만 내용으로 남긴 껍데기법이었다. 취지 훼손과 실효성 제한의 문제이다. 둘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술인은 고작 5만 7천 명 정도였다. 예술인들 중 극소수에 불과했다. 수혜대상의 범위 문제이다. 셋째, ‘그러니까 차차…’ 개선하더라도 예술인복지재단의 운영구조와 예산확보가 중요함에도 그 방법이 의아했다. 예산의 안정성과 기구의 독립성 문제이다. 

2012년에 출범한 예술인복지재단은 우려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종속성, 기성 단체와 중견․원로 예술인 편향성, 의사결정구조의 모호성, 사업의 성격과 방향의 부적합성, 피지원자격의 비현실성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예술인복지재단의 입장에선 법률의 한계와 재정 문제로 운신의 폭이 좁았으며, 유관 기관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복지의 개념과 방향성에 대하여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 구조적 종속성 문제가 심각하여 출범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2013년 하반기에 대표(상임이사)를 포함하여 여러 명의 직원들이 본의 아니게 사직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업무보고’를 통하여 예술인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에 의거, 예술인의 산재보험 가입 촉진을 위해 보험사무대행수수료를 활용하여 최저임금 수준인 예술인에게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업무계획’에선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과 실업급여 지급방안을 마련하여 2016년부터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 고용보험 미가입 예술인(1,200명)에게 실업급여에 준하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긴급복지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의료지원방법 연구와 함께 표준계약서를 체결한 예술인(1,500명)과 사업주에게 국민연금료와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기준과 방식 그리고 범위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형편이다. 

여러 개정안들을 병합심사하여 2013년 12월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 권익보호를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기는 하였으나, 우회로 택한 결과였다. 예술인의 근로자 의제를 무시함으로써 근본문제를 방기한 것이다. 심지어 예술인복지법 개정안 병합심사 중 모 전문위원은 실태조사의 계약서 제출 의무화에 대하여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고, 표준계약서 작성의 의무화에 대해선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자유로운 예술 활동 저해 및 사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비판적 소지가 있으며, 계약 당사자 간 다양한 계약 형태를 반영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예술인복지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전환과 재설정 그리고 행동이 필요하다.  

첫째, 인식의 전환이다. 예술인복지법을 중견예술인예우법에 그치게 해선 안 된다. 이는 다수 예술인과 신진 그룹의 냉소와 소외로 귀결될 것이다. 기성 예술인과 단체는 기득권과 기존 회원 이익 중심의 현실안주와 현실수긍의 관성을 벗어던져야만 예술계 전체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한국적 상황 때문에 복지와 지원 그리고 투자를 뒤섞는 경우가 많다. 복지는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기본 제공하는 안전망이지 봉사와 기여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재원을 투입한 만큼 성과를 요구하는 투자 또한 복지와 구별되어야 한다. 

둘째, 예술인복지재단의 재설정이다. 정부가 관리감독해주는 기구가 아니라 독립성 강한 기관이어야 한다. 문화부에 종속된 집행기관의 성격보다는 이사회의 구성 방식 혹은 예술계 대표자들의 협의체 기능의 보완이 필요한 것도 독립성을 위한 장치이다. 별도의 예산확보 방안, 즉 재정의 독자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 혹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윤율을 기록한 중대형 영화·출판·음악(서비스)회사 등 문화산업기업의 복지세나 출연금 형태로 예술인복지기금을 조성하고, 문화산업계를 위해서도 실효성 있는 문화정책을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래야 ‘국민 세금으로…’ 운운하는 저항과 예술인복지재단의 소관 부처 종속성을 벗어날 수 있다. 

셋째, 당사자들이 나서는 예술인복지법 개정운동이다. 예술인복지는 일시적인 생계지원이 아니라 사회보장체계로의 포섭을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한국은 선을 그어놓고 기존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제외하는 식이지만 예술의 공공성을 인식한 선진국들은 예술인의 특수한 상황을 인정하고, 법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예술인들을 복지제도 안에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이러한 전환과 재설정 그리고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행 예술인복지법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생존 공간 확보를 위해선 두 바퀴, 즉 공적 제도 개선과 공동체를 위한 당사자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광범위한 후진성과 반노동성의 교정, 종사자들의 각성과 조직화가 시도되어야 한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