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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 | 칼럼·시평
[문화칼럼] 인문학과 예술학의 위기, 우리의 미래가 위험하다
관리자(2012-05-14 10:54:25)
인문학과 예술학의 위기, 우리의 미래가 위험하다 김화숙 교수 예술관련 학과, 그리고 인문계열 학과들의 소멸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캠퍼스의 봄바람은 매섭기만 했고, 관련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잔인한 3월을 견디어야만 했다. 인간이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맑은 눈망울로 바라보는 제자들을 위해 스승으로서 아무 것도‘할 수 없음’에 절망한다.대학은 적어도 오늘을 예견하고 사전에 자체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다. 학교발전전략팀을 가동시켜 대학의 특성화와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시대에 적합한 미래지향적인 대학의 밑그림을 제공하여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이끌어 내고,수십 번의 의견수렴을 거쳐 도출된 구조조정 안을 함께 실행할 수 있었다면, 해당학과의 반발은 훨씬 적었으리라.교육부의 정량적 지표(입학경쟁율, 재학생충원율, 교수연구성과, 취업률 및재정기여도)로만 평가되는 대학 평가기준은 지탄 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예술적 특성을 무시한 취업률 기준의 예술계열 평가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예술계열 전체의 반발로 2012년부터는 수정된평가 지표가 적용되지만). 대학 평가에는 적어도 지역적 특성과 지역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 졸업생들의 활동 능력등 정성적 평가가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중앙 집중적인 우리나라의 현 체제에서 서울과 지방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리가 따른다. 무엇보다도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을 경제적 지표로 평가하는 오늘의 현실에 경악할 뿐이다.왜 청년실업 문제를 대학이 떠안아야하는가! 대학은 질 높은 예술교육자들을배출할 의무가 있다.우리 시대 국내외 많은 문제들은 인간의 가치관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인간소외 현상의 극대화, 빈부의 양극화, 환경 위기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수많은 문제들, 또한 정서적 결핍으로부터 비롯된 학교 폭력, 왕따, 우울증, 살인 등.이러한 현상들을 미리 예견한 선진국(미국, 프랑스, 핀란드,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스웨덴 등)에서는 이미‘예술’을 학교의 핵심교과로 채택하고 있으며, 문화소외지역 사람들에게까지 예술교육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04년‘창의한국(Creative Korea)’정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설립하여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있고, 학교교육현장과 사회 각 기관에 예술강사 5,000여명을 파견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 관련 학과 졸업생들은 예술강사지원제 제도 덕분에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화예술 정책의발전과 예술계열 졸업생들의 진출영역확대를 위해 2012년 정부는 문화예술전공(국악, 연극, 디자인, 사진, 무용, 음악, 미술, 공예, 만화애니메이션, 영화) 졸업생들을 위한‘문화예술교육사’제도 도입을 발표(지난 2월 29일)한 바 있다. 덕분에 예술계열학과 존립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으며, 졸업생들의 취업 조건 또한 수월해질 것이다.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예술교육에 대한 확대는 가속화 되고 있으며, 예술이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으로다가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은 질 높은 예술교육자들을 배출할 의무가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학과 예술! 인간 존재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인문학은 우리의 삶과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법을 알게 하며, 가족, 지역사회 및 국가와 함께 직면하는 과제를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학문으로서 예술과 함께 삶의 질이나 문화적 가치 실현이 문명의 핵심이 되는 21세기에 개인과사회, 그리고 국가 발전을 위해 대단히중요한 학문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이러한 인문학과 예술이 종합대학에서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노숙자, 빈민, 마약중독자 등에게 정신적 뿌리를 제공한 희망의 인문학과 길위의 인문학, 혹은 재소자들에게 적용된인문학적 사례는 인문학의 힘을! 빈민가아이들에게 미래를 약속한 베네수엘라의‘엘 시스테마’운동, 춤을 통해 절망을 넘어 희망을 갖게 한 콜롬비아의‘몸의 학교’는 예술교육의 힘을 보여주는대표적인 사례이다.이러한 시대적 요구가 무시된 채 인구축소 현상으로 인한 대학의 구조 조정첫 번째 타켓이 인문학과 예술이라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심히 유감이다. 인문,예술계열은 몰락은 지방대학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며, 근본적으로는 대학교육의 위기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기술만이 강조 되었던 IT분야에서조차 이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예술의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인문학이 없었다면 나도 없고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주장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시대는 인문학과 예술을기반으로 모든 학문이 발전하게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11개 학과 폐과를 바라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구조조정을 해야만 하고, 앞으로 폐과 대상은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위치, 대학 자체의 역사성, 그리고 30~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개별 학과들이 이렇게 한순간 사라져버려도 되는 것일까? 교수들의 단식 농성,개별 피켓 시위, 관련학과 학생들의 아우성들이 소리 없는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이러한 현실이 타 대학들에게 구조조정의 사례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미래 사회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합리적인 진단, 그리고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인문학, 예술학의 폐과로 향후 종합대학의 존립 근거를 잃게 될 염려가 있다. 또한 민주적 절차가 무시된 구조조정은 대학 전체의 이미지를 저하시키고,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와해시키기 때문이다.평생 동안 자신의 학문을 연구하고,가르치는 일에 온 정열을 바쳐온 교수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고, 한 가닥 희망을기대하는 제자들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폐과대상 교수들의 죄의식은 무엇으로부터비롯된 것인가! 학과의 생성과 소멸을지켜보게 되는 것도 개인의 운명인가?대학은 그 지역사회의 공동자산이자,희망이요,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생성시키는 원동력이다. 오늘의 구조조정 진통을 겪고 더 높은 이상을, 더 넓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참 좋은 대학으로거듭날 수 있다면, 그래도 오늘의 고통은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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