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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 | 칼럼·시평
영화, 꼬리잡기
관리자(2012-03-07 16:07:38)

어두운 현실을 그려내는 풍경화가, 윤종빈 감독

이다혜 기자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개봉 보름만에 누적관객수 34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다. 연출자인 윤종빈 감독의 중앙대학교 영화과 졸업 작품은 <용서받지 못한 자>.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당시“2천만원짜리 졸업영화 한 편에 2005년 한국영화계가 들썩 인다”는 평으로 주목을 모았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부산영화제에서 뉴커런츠특별언급상, 국제영화평론가상 등 4개 부문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고, 이 영화는 2006년 베를린과 선댄스 영화제에도 초청되었다. 한국 영화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감독으로 거론되었던 신예감독은 이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흥행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윤종빈 감독은 재학 시절에 스무 살 언저리 남자들의 자존심과 현실의 괴리를 재치 있게 다룬 단편 <남성의 증명>으로 2004년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희극지왕’상을 수상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씨네21의 주성철 기자는 윤종빈 감독의 세 작품, “<용서받지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2012)은 결국 그의 첫 번째 영화제목이기도 한‘남성의 증명’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귀결되는 3부작이다”고 얘기했다. 작품들은 갱스터 무비와 드라마 장르를 차용한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린다. 윤종빈 감독의 동일선상에 서있는 이 영화들은 그가 추구하고 있는 영화적세계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비춰내는 영화세계


윤종빈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이‘마틴 스콜세즈’라고 밝힌 바 있다. 택시 드라이버(1976), 좋은 친구들(1991), 카지노(1996), 갱스오브뉴욕(2003)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갱스터 무비로 널리 알려진 영화계의 거장. 윤종빈 감독의 영화는 스콜세즈의 영화들과 많이 닮아있다. 스콜세즈의 많은 영화들이 실제 사건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범죄와의 전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시작하지만 스크린을 통해 우리 사회를 풍경화처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한 평론가는 <범죄와의 전쟁>을 스콜세즈 영화에 빗대어‘좋은 친척들’,‘ 갱스 오브 부산’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남성들의 폭력성을 뿌리로 자라난 어두운 세계를 조명하는 윤종빈 감독의 영화. 그의 영화를‘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불쾌하고 불편한 영화’라고 평하는 사람이든, ‘영화의 미덕은 세계를 반영하고 세계의 어두움을 폭로하는 것이다’라며 지지하는 사람이든 간에 그것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그러나 점점 세력을 키워나가며 사회를 잠식해나갈 가능성을 지닌 부조리의 온상, 불편한 진실을 그려내고 있음은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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