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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 | 칼럼·시평 [문화시평]
색과 빛을 만나다
색과 빛의 세계-옵아트의 거장 크루즈디에즈 | 1월 13일~2월 26일 | 전북도립미술관)
최정환 미술가(2012-02-06 14:04:47)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Carlos Cruz-Diez, 1923- ) 전시소식을 접하고 모처럼 딸아이와 함께 도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딸아이에게 있어 아빠 손에 이끌려 매주 주말마다 미술관 가는 일은 일상적인 일이 되어 그다지 새롭고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미술관에 가자고 하면 친구들과 놀겠다하던 녀석이 이날따라 웬일인지 선뜻 따라나섰다. 아마도 방학 동안에 제대로 나들이가 없었던 같기도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한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1 중순임에도 전시장 내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색과 빛의 세계-옵아트의 거장 크루즈디에즈>>전은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미술관 전관을 이용한 대규모 전시회였다. 전시는 전시실별로 서로 다른 주제로 전개되었다. 1전시실에서는 크루즈디에즈의 작품세계에 대한 영상으로 구성되었고, 2전시실과 4전시실은 빛을 이용한 작품 속에 관객이 참여하고 체험하고 참여할 있는 형태의 공간작품이 전시되었다. 2전시실의 경우 < 가득 공간> <유쾌한 소나기> 눈의 잔상을 통해보색현상 느끼게 되는 체험 공간이었다. 3전시실에는 세계 각국에 설치된 크루즈디에즈의 작품이 사진으로 소개되었다.1970년대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갔었다고 생각한 옵아트가 이제 건축과 공공조형물로 다시 태어나 지극히 현대적 조형성을 구현하고 있었다. 4전시실에서는 관객이 참여할 있는 양방향 공간작품 < 간섭환경> 전시되었다. 딸아이가 2전시실의 <유쾌한 소나기> 함께 무척 즐거워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사방에서 비추는 프로젝트의 빛이 만드는 공간은 일종의 묘한 신비감을 주었다. 5전시실은 평면작품 위주로 전시되었다.연속된 줄무늬가 겹쳐지면서 기하학적 곡선무늬가 생기는 이른바모아레(Moire)’현상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를 보면서 관람객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있겠다 생각하면서 전시장 입구에 설명되어진 난해한 설명을 해석(?)하고 있는 동안 딸아이는 제시된 설명과 별개로 이미 작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사실 작년에 크루즈 디에즈의 전시가 여러 차례 서울에서 열렸고 매체를 통해 전시회 소식을 접하고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마침 올해 도립미술관 기획전시로 크루즈디에즈의 전시소식은 개인적으로 반가운 일이었다.크루즈디에즈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옵아트(Op Art) 계열의 작가로서 순수미술의 영역에서 나아가 건축과 공공미술, 기업의 제품 디자인에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작가다. 국내 모기업의 자동차와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아트 카가 TV광고로 방영중이기도 하다. 아울러 1988 서울 올림픽 당시 그의 작품 <착시현상> 올림픽공원에서 전시되기도 하여 이미 한국에 소개된 있다.


우선 옵아트의 개념을 먼저 살펴봐야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듯하다. 옵아트는 옵티컬 아트(Optical Art) 시각적인 미술의 약칭이다. 그래서 옵아트는 망막의 미술, 지각적 추상이라고도 한다. 시각적인 착시효과를 이용하여 선이나, , 그야말로 미술에 있어서 최소한의 조형요소들을 사용하여 시각적인 착각을 일으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추상미술을 일컫는다. 기계적으로 반복된 형태와 색채의 연속은 우리 눈의 잔상효과에 의해 색채의 전이와 변화를 가져오고, 망막의 피곤함까지 동반하는 격한 운동감과 원근감각의 혼란 갖가지 착시효과를 유발한다. 크루즈디에즈의 국제적 수상시기를 살펴보면 옵아트의 전성기를 가늠할 있다. 그는 1967 상파울루 비엔날레 회화부분 국제상을 수상하였고, 1970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바 있다. 사실 옵아트는 1960년대 당시미국 화단에서 강력한 뿌리를 가지고 인기를 끌던 팝아트의상업주의나 상징성에 대한 반동적 성격을 지니고 탄생한 미술이다. 1960년대 미국은 물질적 풍요가 넘쳐났던 시대였다. 당시 작가들은 풍요로운 산업사회의 특징과 대중문화의이미지를 이용해 작업하였다. 하지만 옵아트는 이에 대한반작용으로 순수한 시각효과에만 집중하며 다이내믹한 빛과 색의 변조가능성을 추구고자 하였다. 그러다 보니 옵아트는 미술품이 가지는 정서적이거나 미술품이 가져야할 관념적인 향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과도하게 지적이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고 체계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고 오로지 시각적 착각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수학적, 과학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고와 정서를 배제한 계산된 예술로서 옵아트는 일반 대중과 화단으로부터 지속적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미술계의 주류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옵아트의 장식적, 디자인적 성격은 당시 디자인계나 패션계에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까지그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빠르게 변하는 세상만큼 미술도 함께 변하여왔다. 19세기 이후 수많은 이즘과 유파가 생겨나고 20세기 이후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미술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크루즈디에즈도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과 작가의동시 참여할 있는 빛을 이용한 쌍방향 공간작품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 가득 공간>이나 <유쾌한 소나기>, < 간섭 환경> 같은 작품으로 변화를 모색하였음을 확인할 있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장르에서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일관되게 끌고 나간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주는 대목이었다. 전시장을 나서는 동안 눈의 피로감이 다소 느껴졌다. 결코 쉽지 않아 보이는 작업을 90 넘은 나이에도 지속할 있다는 점에서 노화가의 고집과 역량의 일부를 감지할 있었다. 아울러 이번 전시 외에도 도립미술관에서 해외거장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 하니 미술인의 한사람으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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