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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 | 칼럼·시평 [서평]
온 몸으로 세상의 흐름을 포착하는 법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방누수 집객연구소 대표(2012-01-05 14:10:37)

책은 읽어야 할까? 이런 질문을 하면 사람들은 책에서 지식 얻고, 교양 쌓고, 지혜를 배우고, 인격을 수양하고 하면서 한참 이야기한다. 좋은 독서하는 같다. 그런데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살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주는 책이라 말하면서 실제 행동은 책과 거리가 멀다. 바쁘고, 일이 많고, 생각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쁘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읽는 다른 것보다 중요하기 않기 때문은 아닐까? 책이 좋다고 하니 책을 들고는 있지만 눈은 다른 곳에 있고, 마음은 눈앞에 놓인 일거리에 있다. 그럴 거면 아예! 독서는 지금 중요한 아니에요.”라고 하면 핑계, 핑계를 대면서까지 독서하지 않는 자신을 변명하는지 모르겠다.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과 공부하는 동일시하고 있다. 공부야 두말 나위 없이 중요한 것이고, 나이 80 기본으로 하는 요즘 세상에서야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만 한다. 간단한 하나도 기술과 업무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뭔가 암기하고, 계산하고, 시험 보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그토록 지겹게 공부했는데 나이에 공부하랴?”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그런 시각으로 책을 보면 머리가 아프다. 과연 책은 머리 아픈 것일까?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일까? 책의 이름은책은 도끼다이다. 조금 강하고, 무식한 보이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의 마음을 일깨워주고 평소 보지 못했던 것을 있게 주는 도구. 일상적인 삶에서! 그렇구나하는 감탄과 깨달음을 전해주는 좋은 도구로서의 책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광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책에 소개하는 내용은 주로 문장들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내용에 몰입하게된다. 저자가 읽은 책의 문장들을 문장 문장 예사롭게 보지 않고, 안에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책은 지식 얻는 도구가 아닌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하루하루의 속에서 감탄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알려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다양한 문장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깨우칠 있게 준다.


김훈의 책에서 예를 들어보자. “매화는 ,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저자는 글을 소개하며 매화가 떨어질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떨어지면 어쩌나싶어 가슴 아플 정도인데, 이를 김훈은 다르게 표현했다고 한다.“꽃잎이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라고. 빠른 속도를 타고 살아가는 우리들 눈에는 그저 꽃잎 떨어지는 이상도 아닌 풍경이지만, 꽃잎 하나 떨어지는 모습 속에서 순간의 절정을 찾아내는 김훈의 느린 시각에 감탄한다. 이런 책의 시각을 배우면서 새로운 촉수가 생기고, 촉수로 인해 오랜 세월동안 스쳐 지나갔던 사물의 진지한 ()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중에서 수박을 통해 창의성의 본질을 설명한 부분은 기억할 만하다. 또한 김훈의 글인데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부분이 오랫동안 기억나는 이유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책에 나온 수박 이야기를 했던 기억 때문이다. 김훈이 말한 것처럼 이상야릇한 색깔의 조합이 무척 놀랍지 않냐고 물었더니, 당시 학생들의 표정은무슨 얘기야. 수박은 원래 그런 아냐? 것도 아닌 아니고 호들갑떨기는...’ 이런 표정이었다. 하긴 나도 책을 읽기 전에는 수박은 수박일 뿐이라고 느꼈으니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수박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당연한가? 글쎄다. 만약 우리처럼 수박을 일상에서 보지 못한 사람이 수박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아마도 그것을 보는 순간! 놀랍네.”라고 감탄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외지에 가서 겉은 무식하게 생겼지만 속은 달콤한 과일을 먹는 순간 느끼는 감탄처럼 말이다. 껍질은 초록색인데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검은 줄이 있는 무식하게 과일. 그들은 과일을 쪼개면서 당연히 사과나 배처럼 하얗거나 아니면 겉처럼 녹색의 속이 있으리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수박의 속은 생각지도 못한 시뻘건 색에 군데군데 새까만 씨가 박혀 있다. 게다가 맛은 이리 달콤한 .


저자는 니코스 카잔스키가 소설의 주인공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그들에게 두려웠던 것은 낮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었다.”. 결국 우리가 익숙한 것을 익숙한 바라보면 안에 숨겨진 그들의 신비를 발견할 없을뿐더러,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들의 속삭임도 들을 없다. 저자는 창의력을 앙드레 지드의『지상의 양식』에 나오는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찬하는 자이다.” 문장을“....창의력이 있는 사람이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바꿔서. 창의력이 기존에 있는 어떤 사물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능력이라고 표현한다면, 익숙함을 익숙한 시각으로 보는 순간, 우리는 소중한 창의력의 씨앗 하나를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러스키의 말을 들어보자. “, 사람의 , 기쁨의 ,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들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이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창의력과 감수성은 풍요로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매일 급히 움직이는 전동차 속에서, 시속 100km 넘는 고속버스를 스쳐지나가는 풍경 속의 속삭임을 잊고 산다. 태어나자마자 죽어가는 우리 인생. 마치 손안의 가는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인생을 잡으려해 봐야 잡을 수도 없다. 이럴 때는 빠져나가는 슬퍼하지 말고 순간순간을 경탄하며 즐겨야 한다. 순간순간을 즐기려면 현재에 살아야 하고, 현재에 살면 시간을 더디 간다. 더디 가는 인생은 사물의 깊이를 느낄 있는 인생이며, 이런 삶만이 풍요로운 삶이고, 이런 속에서 창의력을 튼다.저자의 논지다.


우리의 정신은 의식 위에 떠다니는 특정한 대상을 포착하게끔 회로에 설정된 레이더와 같아서,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린다는 겁니다....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은 촉수가 민감해지죠...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오늘의 날씨,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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