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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 | 칼럼·시평 [문화시평]
현장 놀이의 역동성과 풍경 무대의 아름다움
창작극회 <노송동 엔젤>과 문화영토 판 <해질역>
김길수 순천대학교 교수(2012-01-05 14:07:35)

연극과 삶의 공통점은 무대에 오르면서 동시에 사라진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사라지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변화되지 않던 가슴을 건드리는 작업, 굳어버린 의식을 새롭게 뒤흔들어나가는 작업, 전주 창작소극장 문화영토 소극장 무대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분장실, 조명과 음향 디자인 탐색, 창의적인 연극 코드를 향해 상상력을 부추기며 밤샘 실험을 하던 현장 예술가분들, 그분들과의 만남, 감동과 전율이 우리네 현존 변신 가능성을 조망케 해주었기에 필자는 20여년 이상 전주 연극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곤 하였다. <물고기씨 멈추지 말아요>(크뢰츠 , 홍석찬 연출) 맞춤형 특별 공연, 창작소극장은 버스 대로 올라온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제자들의 희곡창작 탐색 공간으로 돌변한다. 연극평론가는 공연과 더불어 바빠진다. 현장 무대에 올라가 학생들과 현장 설계자분들과의 담론과 토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관심과 흥미를 유도할 공연 화두는 무엇으로 것인가. 극적 반전을 위한 복선 전략은 무엇인가.


창작극회의 <노송동 엔젤>(최김병주 , 홍석찬 연출) 연극 역시 공연 끝나기가 무섭게 필자와 극현장 설계자분들과의 치열한 토론과 진지한 담론이 이루어졌다. 창조와 수용 그리고 재탐색의 패러다임, 이를 통해 연극은 매회 나은 공연성과 예술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노송동 엔젤> 재미와 추리, 서정과 휴머니티라는 코드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한다. 연극은 게임이고 전략이다. 얼굴 없는 노송동 천사 기부자가 이번에도 나타날까. 한쪽에선 기부 뭉칫돈을 노리는 도둑들이 잠복하고 있다. 무대 다른 쪽에선 방송 앵커가 현장을 주시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공연 화두 때문인지 공연장은 이미 입소문을 듣고 청소년 초등생 관객들로 가득하다. 종이박스 상자 안에 몸을 숨기고 잠복하려는 초보 도둑들(박규현, 신유철 ), 이들의 전략은 종이박스 수거하는 욕쟁이 산동네 할멈(류가연 ) 정신착란 소년(이강수 ) 등장으로 차단당한다. 종이 박스를 놓고 벌이는 쟁탈전, 도둑들의 의도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방송 앵커의 허황한 보도는 삐에로 광대의 연희를 방불케 한다. 그의 비틀린 행동은 노송동 동장(이부열 ) 앵무새 홍보 언행을 통해 다시 반복, 변조된다. “천사가 나타났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모두들 현장을 향해 달린다. 그러나 착란 소년의 엉뚱한 제보, 무대는 소년의 엉뚱한 발화언어에 조종당하는 꼭두놀이 퍼포먼스를 상기시킨다.


잠복 도둑 A(박규현 ) 전략상 맘에도 없는 산타크로스 놀이를 벌여야 한다. 사회복지사 아가씨(송명옥 )와의 함께하는 봉사 활동, 산타크로스 행동을 거듭할수록 기이한 감정이 밀려든다. 인물 변신을 향한 도둑 A 갈등과 몸부림, 여기에 복지사 아가씨와의 러브라인이 가세하면서 예기치 않은 반전 묘미가 우러나온다. 기부 천사가 나타났다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다. 이번엔 진짜이리라. 도둑 A 도둑 B, 기부된 돈뭉치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자와 막아서는자, 대결과 실랑이는 칼부림으로 이어진다. 공포와 스릴, 서스펜스 묘미가 이어진다. 무너짐, 부상, 외침, 눈물은 연민을 유도한다. 도둑 A, 부상 중에도 행복감을 주체 못한다. 사이 방송 앵커나 동장의 일그러진 흥분 정서는 광적인 수위로 치닫는다. 그들의 움직임이 최절정에 도달 즈음 모든 허위 제보였음이 드러난다. 모두가 착란 소년(이강수 ) 어이없는 제보에 놀아난 것이다. 공연 에필로그, 무대 우측 공중전화박스, 기부된 돈뭉치 환영이 무대 중앙 전면으로 클로즈업된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천사 기부자 노릇, 이제 내가 해야할 차례는 아닐까. 이런 철학적 사유를 유도한 공연은 막을 내린다. 소년의 엉뚱한 제보로 정체가 들통 나는 도둑들, 감추기와 속이기 행동과 긴박감 넘치는 추격씬은 연극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기여한다. 달동네 노인들(배건재 ) 동문서답 해프닝, 복지사 아가씨와 맞아 예상치 않는 선행에 올인 하려는 도둑 A 몸부림, 와중에 욕쟁이 할머니의 넉살과 덕담 언행이 끼어들어 휴머니즘 색조의 아름다움이 상기된다. 관객을 인터뷰 파트너로 설정, 즉흥 시사 놀이쇼를 벌이는 재치 역시 공연의 주요 매력에 속한다. 동기설정을 통한 인물 행동의 생명력 창출 여부, 공모의 희극 전략 연민의 몰입 유도 전략에 대한 탐색은 추후 후속 수정보완 과제에 속한다.


문화영토 판의 <해질역>(강경은 , 고조영 연출) 인생 해질녘 풍경의 애절함과 사라짐을 조망케 하면서 관조 무대의 여운과 아름다움을 경험케 한다. 만나자 마자 티격태격 다투는 노인 내외(안혜영, 안대원 ), 고집불통 행각의 밀고 당김은 일상극의 재미와 놀이 묘미를 자아낸다. 노인들만의 사랑 방정식 그림, 겉은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 애틋함이 배어있다. 행동 언어와 속정서의 차이, 이게 질펀한 욕설 색조에서 시작하여 어설픈 신파 무드 언어로 이어진다. 어설픔이 과장될 조소와 조롱의 희극 쾌감이 유발된다.이미 세상 사람인 차만식(안대원 ) 아내 여옥주(안혜영 ) 데리러 왔다. 마지막 , 뜸을 들여 보지만 여의치 않다. 거친 욕설이나 센소리 음조가 내외의 대화 언어로 배어버린 상황이다. 다시 무드를 잡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는 ,“ 옥주”, 그러나 상대는 용수철처럼 튀어 버린다. 내외의 이런 밀고 당김이 질펀한 우리식 욕설 색조와 버무려지면서 익살과 놀이 쾌감이 더해진다. 욕설과 푸념 행동 이면에 숨겨 표현하는 우리식의 정감 문법, 배우 안대원과 안혜영이 자연스레 빚어나갔음은 연극의 최대 매력포인트다.


관객을 지하철 행인1,2 혹은 상인1,2, 노숙자 등으로 설정하여 그들과 현장 문답과 넉살 유희를 펼쳐가는 전략, 특히 즉흥적 반응 기호로 인해 예기치 않은 반전의 맛과 놀이성이 빚어졌음은 연극의 미덕에 속한다. 여필종부 정서를 떨치지 못하는 자의 행동, 군림하려 했던 자가 과거 문제 사연으로 인해 망가지기 시작한다. 공격과 방어, 쫓아가는 자와 도망가는 , 상황과 입장이 바뀌면서 시소게임의 맛이 우러나온다. 승차권 자판기나 자동사진 촬영기, 낯설어하는 자의 실수와 어수룩함, 이를 현미경식 상상력으로 과장, 확장시켜 나갈 다채로운 조소 유발 그림이 모색될 있을 것이다. 철길 평행선은 영원히 만날 없는 실존적 한계에 대한 상징 이미지다. 사랑 방정식을 없어 애절해 하는자들, 회한의 삶과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 노인들의 이런 내면 정서가 철길 풍경 조망과 섬세한 반응 그림을 통해 자연스레 상기되어 나타난다. 대합실 창문에 비쳐지는 풍경 영상이 인물들의 심리나 정서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고조영 연출의 무대그림은 일차 창문 풍경 그림과 이에 반응하는 이차 인물 풍경을 통해 관조극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무한대로 드리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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