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2.6 | 칼럼·시평 [문화비평]
이경영과 청소년 성매매
김선남 원광대 신방과 교수(2003-03-26 15:58:26)

최근 인기 연예인 ‘이경영’의 청소년 성매매 사건이 장안의 화제다. 주요 언론도 앞을 다투어 이를 톱뉴스로 처리하였고, 덕분에 청소년 성매매는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우리 언론의 호들갑은 청소년 성매매가 갖는 뉴스 가치(news value)에서 나온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청소년 성매매범이 ‘인기 연예인’ 즉 ‘이경영’의 저명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언론이 인기인 ‘이경영’의 파렴치한 행태를 폭로하여 시청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이끌어내 보겠다는 하나의 상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사건의 대한 언론 호들갑의 원천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청소년 성매매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성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부는 청소년 성보호를 위한 노력과 관심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적극적이었지만 청소년 성매매 현실은 여전히 위험 수위를 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며칠 전 필자가 담당하는 ‘여성학’ 강의에서 수강생들은 ‘이경영과 청소년 매매춘’에 대하여 열띤 논쟁을 벌였다. 정부의 청소년 성보호법 취지에 박수를 보내며 향후 청소년 성매매범 처벌을 더 강화하여야 할 것이라는 한편의 입장과 청소년 성보호법이 너무나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의 입장이 서로 맞섰다. 게다가 또 일부 학생들은 최근 아저씨들을 유혹하는 어린 여학생들의 역성매매 증가한다는 언론 보도를 내세워 “우리가 질 나쁜 어린 여학생들을 언제까지 관대하게 봐주어야 하나요?”라고 질문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매매를 주도한 여학생들을 강력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수강생들간의 뜨거운 토론을 보면서, 필자는 특정한 사안이나 집단을 일정한 편견 속에서 조명하는 우리의 시각이 청소년 성매매 문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최근 돈과 관련된 부패가 언론을 연일 장식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특정 정치인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돈은 수천만원이 기본이고, 조금 무리했다 싶으면 수십억원이다. 정말 이 땅의 정도를 걷는 서민들에게 있어서 이 돈은 평생 만져 보지도 갖지도 못할 엄청난 액수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돈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는 무던히도 관대하다. 가끔 언론의 사회면에서는 몇만원 혹은 몇십만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쇠고랑을 차는 서민들이 클로즈업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전자나 후자나 돈먹은 것은 마찬가지고, 또 사회에 무리를 일으킨 것은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인들의 엄청난 부패에는 무감각인데 반하여 어쩌다 발생하는 서민의 푼돈에 얽힌 범죄에는 정말 인색한 편이다.
언론의 역 성매매 발생율 증가 보도에 대한 평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대체로 우리는 일상적으로, 공공연히 일어나는 남성의 성매매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편이면서도 어쩌다 발생하는 성매매에 연루된 여성에 대한 비난은 요란한 편이지 않은가.
권투 경기나 레슬링 경기에서 보듯이, 경기 룰은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선수들에게 결코 관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청소년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청소년기는 성과 관련된 태도가 형성되는 단계이자 성적 관심이 많은 시기이다. 하지만 청소년은 성 규범의 내면화 이전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에 성에 관한 성숙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주체적 존재가 아니다. 이에 반하여 성인은 특정한 성 가치관을 이미 형성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과 청소년과의 성관계는 출발부터 불공정한 게임일 뿐 아니라 당연히 그 책임은 성인의 몫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청소년 성매매는 결코 있어서도, 생각해서도 안될 인권유린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을 성의 대상으로 인식하거나 이를 사는 성인의 행위는 인간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결코 인정해서는 안될 일인 것이다. 이제는 청소년 성매매에 관한 가치를 새롭게 해야할 때이다.
만약 우리가 청소년 성매매를 하나의 인권차원에서 진지하게 접근한다면 더 이상 이 땅의 청소년들은 성의 대상화로, 피해자로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