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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 | 칼럼·시평 [문화칼럼]
새만금에너지계획, 기대와 우려가 부딪치는 이유
김재병(2018-12-31 10:59:54)

지난 11월 11일, 계화도 양지 포구 일대에서 수만 마리 물고기들의 사체가 떠올랐다. 올해에만 세 번째의 물고기 떼죽음이다. 새만금호 상류 수질 관리가 여전히 허술하며, 약간의 오염물질 유입을 완충하기에도 새만금호 수질은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비슷한 허술함과 취약함이 새만금에너지 계획에도 보인다. 
10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군산에 와서 새만금 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다. 원전 4기 분량의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한민국의 에너지전환을 새만금에서 이루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입장이다. 기대가 되는 것은 28년째 토목사업 위주인 새만금 사업에 뭔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전북도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시키겠다는 점도 그렇다. 최소한 현대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의 실직자들, 그리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뭔가 활로를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방사능사고의 위험이 있는 핵발전소와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화력발전소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적으로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2017년부터 2040년까지의 세계 발전설비 신규투자의 72%를 태양광(48%)과 풍력(24%)이 차지하고, 2050년이 되면 세계 전기 사용량의 50%를 태양광과 풍력이 담당할 전망이다(블룸버그 NEF). 이러한 재생에너지 산업과 연구를 전북이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일반적인 생산 기업의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란 캠페인이 있는데, 기업이 일정한 목표연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RE100 캠페인이 확산하면, 주요 기업들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가 조성된 곳에 공장을 짓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고, 따라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가 조성되면 기업유치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런데 이런 장밋빛 미래에 대해 왜 우려가 반일까? 우선 도민들과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협치를 강조하는 문재인정부 하에서도 새만금은 여전히 중앙관료와 지방관료 사이에서만 논의된다. 또한 새만금이 처한 현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숙고 없이 취약한 기존 계획 위에 새로운 계획을 얹었기 때문이다. 사상누각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정부의 새만금재생에너지계획에 대해 새만금도민회의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2년 후에 해수유통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태양광 위치를 확정하면 안 된다. 2020년은 정부가 새만금호의 담수화를 최종 결정하는 해이다. 본격적인 개발도 진행되지 않고, 땅만 만드는데도 현재 새만금호 수질은 중간 수역에서 5등급 수준이라 목표 등급인 3등급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수유통으로 정책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내부 토지이용계획이 바뀔 텐데, 기존 계획을 전제로 태양광 위치를 결정하면 나중에 큰 혼선이 생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민회의는 태양광을 방조제, 방수제, 도로 사면과 같은 육상 유휴지에 우선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부지는 해수 유통과 상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추후 협의해 결정하되 해수유통시 바다 생태계 회복이나 수산업 회복, 조력발전에 핵심적인 곳은 최대한 피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재생에너지 메카라면서 태양광의 상당부분을 20년 운영한 후에 철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태양광 발전은 총 2.8기가와트(GW) 용량인데, 이 중 75%에 해당하는 2.1기가와트 용량(산업연구용지 남측 0.8GW / 국제협력용지 남북도로 서측 0.5GW, 동측 0.8GW)의 설비를 수상태양광으로 했다가 20년 후에 철거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20년 후에 국가 에너지계획이 휘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 클러스터 계획에 따른 연구·생산기업이나, RE100 캠페인에 따라 새만금 산단에 들어온 기업들은 뒤통수를 맞는 꼴이 된다. 이처럼 한시적인 계획을 믿고 어떻게 기업이 들어오겠는가? 혹 들어온다고 해도 나중에 현대조선소처럼, 한국GM처럼 기업이 떠나가면 그때 전북 경제는 어찌해야 한다는 얘긴가?
대안으로 도민회의는 태양광 시설 지역을 영구설치지역과 임시설치지역으로 나눌 것을 제안한다. 위에서 언급한 도로사면 등은 영구설치지역으로 하고, 노출지로 상당 기간 사용계획이 없는 곳은 임시설치(20년)지역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도 가능하고, 정부 계획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도 있다.


셋째, 발전사업에 들어가는 돈 10조를 모두 민자에게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 삼성이 새만금에 재생에너지사업으로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가, 회사의 방침이 바뀌었다며 일순간에 투자 계획을 철회한 사례를 전북도민은 알고 있다. 얼마나 허망한 일이었는가.
대안으로 도민회의는 국가 재정과 민자가 재생에너지 투자를 나누어 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국가의 책임성이 있는 것이다. 현실성 없는 간척사업을 줄여서 남는 재정으로 확실한 국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넷째, 해상풍력은 어민들과 협의하고, 방조제에 풍력 발전 설치가 가능한지 우선 검토해야 한다.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발전기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반경 5km 구역이 항행 금지, 조업금지 구역이 된다. 새만금으로 바다를 빼앗긴 어민들로서는 또 바다를 빼앗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육상에 설치한다면 이런 문제는 피할 수 있다.
아직 새만금에너지계획은 구상에 불과하다. 내년이면 새만금 재생에너지를 구체화해야 할 터인데, 이 때는 담수화 결정을 검토할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섣부른 계획은 곤란하다.
이제 현실성 없는 간척계획과 허황한 조감도상의 도시 건설은 잊고, 현실에 맞춰 새만금마스터플랜을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에너지 계획을 짜야 한다. 이미 만들어졌으나 활용되지 않는 수많은 유휴지와 장기 미사용 노출지 중심으로 에너지 생산 계획을 수립한다면 해수 유통과도, 주민들의 이해와도 상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28년째 토목사업만 벌여왔던 새만금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우선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만이라도 민관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꽉 막힌 정부에게 제안한다. 우려는 줄이고 기대는 채울 새로운 비젼은 거기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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