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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 | 칼럼·시평 [문화시평]
브랜드 공연을 다시 생각하다
<뮤지컬 홍도>와 <마당창극 변사또 생일잔치>
홍현종(2018-07-13 12:15:27)



전북관광브랜드공연과 전주마당창극은 전주 그리고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저녁 시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하여 수년전 시작된 공연들이다. 한옥마을에 찾아온 관광객이 주요 관객임을 생각하며, 두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전라북도관광브랜드공연 "뮤지컬 홍도". 이 작품은 '뮤지컬'이며, '홍도'가 주인공이다.
기존에 보아왔던 전통 창극이 아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일반 관객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사전 연습이 충분하였는지,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며, 공연장인 전북예술회관의 비좁은 무대 공간을 영상효과 등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좋게 평가할 부분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뮤지컬과의 거리감은 멀게만 느껴진다.
비좁은 예술회관 공연장의 구조적인 한계를 생각해볼 때, 극적 효과를 위한 신속한 무대전환 및 화려한 조명효과는 애당초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동을 주기에 부족한 음악들과 배우들의 노래수준은 뮤지컬이라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억에 남는 수많은 뮤지컬 넘버들과 소름끼치는 가창력을 보유한 가수들을 공연장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손쉽게 접해본 관객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러한 관객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볼 때, 더욱 그러하다.
공연장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무기는 결국 노래와 연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더욱이 12월까지 상설공연으로 지속될 작품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창극을 벗어나고 싶어서 뮤지컬을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 뮤지컬이란 장르가 필요해서 결정한 것인지, 우리의 현실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정여립의 생질손녀인 '홍도'와 '자치기'의 사랑을 중심으로 400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내용이다.
우리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창작된 '소설 홍도'를 재해석하여 공연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은 매우 칭찬받을 일이며, 기존 5바탕 판소리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홍도의 할아버지인 '정여립'이 누구인지? 그가 꿈꾸던 '대동사상'은 무엇인지를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공연으로 풀어내기에는 무거운 주제, 그것도 1시간여의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하니, 작품은 급격히 교훈적인 내용으로 변질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해하기에도 한계가 느껴졌다.

한편 한옥마을 상설공연으로 제작된, 전주문화재단의 "마당창극 변사또 생일잔치"는 춘향과 이도령이 아닌 변사또의 관점에서 바라본 춘향전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알던 변학도가 꼭 나쁜 사람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스토리는 나름 나쁘지 않은 구성으로 전개된다.
전라북도 지역의 국악 관련 인력들을 잘 선발하고 연습하였는지 연기나 소리에 있어서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으며, 단순히 소리와 춤만이 아니라, 풍물놀이 등을 삽입하고, 관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에 참여하는 등 보다 흥겹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는 사실은 대단한 장점이다.
그러나 요소요소에서 발견되는 안정되지 못한 음향의 문제는 관객들의 감상을 방해하고 있으며, 여전히 익숙한 소재인 춘향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태생적 한계는,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다지 신선하지 못한 측면으로 남아있다.
다만, 풍물놀이 과정에서 보여줬던 시청각적 다양성과 관객을 참여시키려는 노력은 이 작품이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어떠한 즐거움을 전달해야만 하는지 사전에 계산돼서 제작된 것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된다.


결국 이와 같은 브랜드 공연을 제작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되돌아본다면, 한옥마을을 찾아온 관객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훈'이 아닌 '흥겨움'과 '체험'일 것이라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지역의 고유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소재,  무겁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지금의 판소리 다섯바탕이 시대를 이기고 살아남았듯, 10년 20년 지속될 수 있는 브랜드 작품이 제작되기를 기대해보면 어떨까?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원하는 것은 한옥마을만의 정취와 도심에서 느껴보지 못하였던 고풍스러움을 통해 전주만의 문화를 느껴보기 위함이지, 역사 공부를 하고자 함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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