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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 | 특집 [저널의 눈]
낯선 청년들이 만들어낸 '그 곳 다운 이야기'
황경신 편집기획팀장(2015-04-01 11:47:48)

낯선 청년들이 만들어낸 ‘그 곳 다운 이야기’
영상창작집단

봄비까지 내리니, 오래된 동네의 모습이 유난히 더 고요하다. 이성당 빵집의 긴 줄을 제외하고는 시끌벅적한 사람 모습을 마주치기 힘든 군산의 구도심 중앙로 일대. 하지만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상가의 이름이 낯익고, 그 곳 주인장들에게 인사를 건네도 어색하지 않을 것만 같다. 영상창작집단 의 페이스북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과 밥집이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다.

동네 밥집, 동네 '솔로', 동네 아이들이 주인공
언제부턴가 페이스북(facebook.com/welcome2qov)과 블로그(blog.naver.com/welcome2qov), 유투브(youtube.com/welcome2qov) 등에 올라오기 시작한 군산 구도심의 사람과 공간이야기, 의 ‘소셜 다큐’ 영상 컨텐츠들이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연출되지 않고, 꾸미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촌스럽지 않았다. 참으로 일상적이어서 담백하고, 때로는 감동적이었다.
이름난 맛 집이 아닌 한결같이 오랜 시간의 맛을 지닌 동네 밥집을 소개하는 시리즈 ‘우동집’(우리 동네 밥집의 줄임말),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함께 살아낸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의 인생이야기를 담은 ‘개똥철학’, 사춘기 열정이 빗발치는 청소년들의 ‘청춘고백’, 아래층 카페 여주인의 구구절절한 ‘연애 이야기’ 등 네 가지 이웃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지난해 여름부터 하나, 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낯선 청년들이 영상으로 옮긴 우리 동네 이야기. ‘소셜 다큐’라는 장르를 내세워 소통을 시작한 영상창작집단 는 김규형 대표와 000감독이 서울생활을 접고 군산에 차린 ‘회사’이다. 방송국 PD로 일을 접고, 군산으로 내려온 이들은 멈춰버린 듯한 구도심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SNS에 풀어놓는다.
“군산에서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상작업을 통해 그 소통의 고리를 찾은 것이 ‘소셜 다큐’라고 생각했죠”라고 말한다. 결과물은 영상 컨텐츠 한 편, 한 편이지만, 정작 이들에게 남는 것은 동네 사람들과 ‘사귐의 시간’. ‘이웃’이다. 무턱대고 들이미는 카메라에는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모든 작업은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 소통에 그 의미가 있다.
김 대표는 “영상으로 만들어낸 컨텐츠들이지만 이것이 우리 일은 아닙니다. 밥벌이를 위한 일이었다면 이렇게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대본도 없고, 타임 테이블도 없어요.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친해지고, 이야기를 들으며 솔깃해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며 ‘동네 소셜 다큐’가 일이 되는 순간 이 시리즈들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할 거라고 강조한다.

도시에는 이야기를 품은 '사람'이 있다
이들이 이런 작업을 시작한 것은 장소 보다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장기여행을 떠나는 것을 회사의 주요 방침으로 삼을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말하는 여행의 목적은 사람에 있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빠진 장소와 물건만이 부각되는 ‘가짜’ 여행을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것은 서울이나 군산이나 마찬가지였다. 때마침 그들이 어슬렁거리는 동네에는 너무나 재미있고 소중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이들이 만든 소셜  다큐를 본 서울 친구들은 “군산에 가면 정말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냐”고 묻고, 미국에 있는 군산 한일식당 사장님 며느리는 유투브에서 검색된 시어머니 모습에 반색을 했다.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지는 둘레 없는 이들의 커뮤니티는 이미 절반쯤 성공한 것 같다. 우리가 그렇게 찾아 헤매는 가장 그 곳 다운 ‘로컬 컨텐츠’가 결국엔 사람들 속에 있었으니, 돈은 되지 못할지언정 시공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관계가, 어울려 살아지는 공동체의 모습이 두고두고 기록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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