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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 특집 [저널의 눈]
오래된 것들의 저력을 보여준 한 해
2014년 전북 문화 이슈
김이정 기자(2014-12-02 10:25:27)

올해 전북 문화계는 동학농민혁명, 전주대사습놀이, 전주국제영화제, 전북도립미술관 등 이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온 것들이 빛을 발하는 한 해였다. 

동학농민혁명은 2주갑을 맞아 지역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전주대사습놀이는 불혹을 맞아 새로운 도약이 요구되었고,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영화제를 치러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대형전시와 앞으로 미술관을 이끌 새 선장을 맞았다. 

잔인한 4월, 문화계는 긴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어진 사회적 애도 분위기와 집단 트라우마 속에 웃고 즐기는 모든 것이 꺼려졌다. 봄나들이 대목을 앞두고 지역 축제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레드카펫 행사와 야외 공연 등이 모두 취소되었고, 단오제, 한지문화축제 등은 축제 자체를 아예 취소하거나 내년으로 연기하였다. 군산에서 열렸던 올해 전국연극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위한 연극 치료 프로그램도 마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6회 동시지방선거가 있었던 올해 당선 지자체장들의 공약들은 상대적으로 관광분야의 공약이 늘었다. 반면에, 문화·예술 공약은 대폭 줄었다. 송하진 도지사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을 설립한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단순히 문화를 또 하나의 경제적 수단화하려는 건 아닌지 염려되는 부분이었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문화계 중 뜨거운 감자였던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10여년 가까이 진행된 논의 끝에 옛 도청사를 철거하고 전라감영을 부분복원하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밖에 허위사실 공포와 후보 비방으로 ‘절필선언’을 했던 안도현 시인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도내 미술학과와 국악과, 서예과 등 순수예술학과들이 국립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집중지’ 또는 통·폐합됐다. 내년부터 한옥마을 내 차량통제와 대규모 행사와 축제도 금지된다. 

과거의 시간들이 쌓여 전통이 되고, 오늘날 살아있는 문화로 이어진다. 지역문화의 한 토대이자 역사가 되어갈 올 한해 문화계 이슈들을 되돌아보면서 다가오는 2016년 을미년 전북 문화계 소식을 준비해보자. 


동학정신 계승 못한 동학농민혁명 2주갑

1894년, 동학농민혁명은 자주·평등·대동세상의 실현을 위한 민초들의 대규모 항쟁으로 근대사의 출발점이자 민중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두 번인 2주갑이다.

도내에서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동학농민군 전주 입성 기념대회’, 기념전시, 학술대회, 동학기행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정읍시립국악단은 서울과 전주에서 옴니버스 국악관현악극 ‘환생’을, 전북도립국악원은 창극 ‘꽃불’ 등 동학혁명 2주갑을 기리는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전북교육청에서는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용 ‘동학농민혁명 교과서’ 2종을 발간하기도 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동학정신과 혁명적 실천력은 계승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2004년 동학농민혁명 특별법이 제정돼 정부 차원에서 국권수호운동으로 인정한 바 있으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념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농민군이 관군을 처음 대파했던 곳인 황토현 전적지 곳곳에 일본산 단풍나무가 있거나 동학혁명기념탑에 새긴 한자가 잘못 표기되어 있는 점 등은 제대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 


전북도립미술관 10주년 그리고 새 관장 취임

전북도립미술관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역 내에서 미술문화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도립미술관은 2004년 개관전 ‘엄뫼모악’을 시작으로 미술관에서 총 98회의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도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지역의 작가를 중앙무대에 알리기 위해 2010년부터 서울 인사동에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을 설치, 그간 1000명의 전북작가들이 전시를 선보였다. 이밖에 야간미술 강좌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과 음악회, 영화상영 등 복합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해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흥재 관장의 뒤를 이어 장석원 전남대 교수가 도립미술관의 새 수장이 되었다. 2016년 8월까지 2년간 도립미술관을 이끌 장 관장은 지역 작가의 경쟁력을 길러 아시아권에서 교류를 추진하고 동시에 도내 현대미술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동학정신 계승 못한 동학농민혁명 2주갑

1894년, 동학농민혁명은 자주·평등·대동세상의 실현을 위한 민초들의 대규모 항쟁으로 근대사의 출발점이자 민중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두 번인 2주갑이다.

도내에서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동학농민군 전주 입성 기념대회’, 기념전시, 학술대회, 동학기행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정읍시립국악단은 서울과 전주에서 옴니버스 국악관현악극 ‘환생’을, 전북도립국악원은 창극 ‘꽃불’ 등 동학혁명 2주갑을 기리는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전북교육청에서는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용 ‘동학농민혁명 교과서’ 2종을 발간하기도 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동학정신과 혁명적 실천력은 계승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2004년 동학농민혁명 특별법이 제정돼 정부 차원에서 국권수호운동으로 인정한 바 있으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념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농민군이 관군을 처음 대파했던 곳인 황토현 전적지 곳곳에 일본산 단풍나무가 있거나 동학혁명기념탑에 새긴 한자가 잘못 표기되어 있는 점 등은 제대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 안도현 시인 무죄 

지난해 7월 안도현 시인은 ‘시인이 시를 쓸 수 없는 세상’이라며 절필을 선언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 도난에 관여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게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허위사실 공포와 후보자 비방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안도현 시인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던 2012년 12월 10∼11일 “사라진 안 의사의 유묵은 1976년 3월 17일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했습니다”, “도난 된 보물 소장자는 박근혜입니다” 등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17차례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안도현은 지난해 1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 후보자 비방 혐의는 ‘유죄’를 받았지만, 항소심 법원에서는 안 시인의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세월호 사고,  지역 문화계 위축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았다. 각종 축제와 행사로 인해 들썩거려야할 지역 곳곳에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애도의 물결을 이뤘다. 전주에서는 한옥마을 경기전 앞과 오거리 광장 등에서 세월호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개막식과 시상식에 예정되었던 레드카펫 행사를 취소하고, 리셉션 행사도 일체 하지 않았다. 또 뮤지션 공연 및 길거리 버스킹 행사를 취소하고 오롯이 영화상영에만 집중했다. 전주대사습놀이도 경연대회와 차분한 공연위주로 진행하고 막걸리 소리판, 광대전 등 일부 프로그램은 취소되는 등 프로그램이 대폭 축소됐다. 이밖에 미스 전북 선발대회와 진안 홍삼축제 등은 연기됐고, 한지문화축제, 전주 단오제, 김제 모악산 축제, 제7회 그린웨이환경축제 등은 취소됐다. 


구 도청사 철거,  전라감영 복원 결정

전주시가 전라감영 복원사업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9월 25일 “문화재의 복원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로써 옛 전북도청사 건물을 철거하고 전라감영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건물은 철거하되 시민들 기억과 현대역사가 새겨져 있고 전주와 전북의 큰 획을 긋는 수많은 결정이 내려졌던 시간들을 의미 없이 잊히지 않게 지혜를 모으겠다”며 “특히 전라감영이 시민들에게 역사적 자긍심과 전주 번영의 핵심 공간이 되도록 공간과 시간, 건축과 정신을 함께 세우겠다”고 말했다. 옛 전북도청사 철거작업은 이달부터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전주시는 내년 2월까지 옛 도청사 본관 및 의회동을 철거한 뒤 하단부 발굴조사와 복원 설계를 거쳐 2016년부터 선화당 등의 복원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전북개발공사가 사용 중인 옛 전북경찰청사는 내년 7월 철거할 예정이다. 전주시는 복원하는 전라감영이 ‘박제화’되지 않도록 ‘전라감영 재창조위원회’를 구성해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콘텐츠 발굴과 복원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존 건물에 대한 기록을 다양한 방법으로 남기고 철거과정도 생생히 기록하기로 했다.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지난 2011년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전라감영복원통합추진위원회’에서 부분 복원으로 결정했다. 옛 도청사 동편(본관동 및의회동)부지엔 선화당과 내아·관풍루·내삼문을 복원하고, 서편(옛 전북경찰청사)부지에는 문화시설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전라감영 부분복원은 오는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문화 정책 부재, 6.4 지방선거

이번 공약에서 복지 분야가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분야가 감소되거나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언급이 없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송하진 도지사의 문화 공약은 ‘한국 속의 한국, 문화예술체육 활성화’라는 큰 주제 아래, 전북문화관광재단 설립과 백제문화융성 프로젝트 추진,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설립·콘텐츠랩코리아 유치 등을 통한 한문화 융합산업 진흥, 국제교류센터 설치, 국내외 스포츠이벤트 지원 등이다.

특히 문화관광재단 설립과 관련해 지역 문화예술계는 ‘문화재단’이 아닌 ‘문화관광재단’이 출범할 경우 관광분야가 더 중시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자치단체 출연으로 구성된 도내 문예진흥기금은 적립액이 219억원에 불과해 기금에서 발생하는 연 이자 5억원 정도로는 문화관광재단의 운영이 어차피 불가능하다. 도는 기초 문화예술분야의 지원을 위해 일반회계에서 사업비를 지원하고, 문화관광재단의 자본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출연 금액을 늘릴 방침이라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재원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된다면, 재정악화와 지자체 의존도 증가 등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원광대 서예학과 폐지, 문화인력 배출 중단 위기

도내 미술학과, 국악과, 서예학과 등 순수예술학과는 국립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집 중지’ 또는 통·폐합됐다. 올해 폐과를 통보받은 원광대 서예문화예술학과는 1988년 세계 최초로 4년제 정규대학에 독립학과로 설치된 지역의 자랑거리였다. 한국서예사의 체계정립, 한글 서체의 다양화, 한국 금석문 연구 등 정통 서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 2012년부터 정원 미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학과 폐지가 결정됐다. 서예학과는 2007년 ‘특성화 지원학과’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지역의 특성화 학과로도 꼽혔던 이 학과는 모순되게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에 밀려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국악인재의 산실이 되었던 우석대 국악과도 2015년도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우석대 심인택 국악과 교수는 “앞으로 7년 뒤 도내 4개의 국악 관립단체에서 정년 퇴임자가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관련 학과가 통폐합이 될 경우 더 이상 도내에서 문화 인적 자원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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