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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 | 특집 [연중기획]
창작과 소통, 향유와 치유의 레지던시
공간 4 - 창작과 예술가 2
이상훈(2013-02-05 10:34:54)

국내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 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이다. 초기 레지던시 사업의 목적은 예술가들에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예술가 개인에게 시선이 집중되었고 자의적 예술의 형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시 예술가들은 그들의 예술영역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며, 개인 경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레지던시 참여하게 된다. 지금의 레지던시 사업은 그 영역에서 넓은 의미로 적용되고 있으며, 레지던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많은 논쟁이 존재한다.

정부지원 형태의 레지던시 공모 사업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창작 레지던시 사업은 로컬리티 문제에 대한 방법론으로 예술가들의 창작과 소통의 능력이 이용되고 있다. 미술의 영역 확장으로, 사회참여적 미술과 프로젝트 미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즘 현실에서 10년의 역사가 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한 발전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며 또한 미술행정과 공공의 목적성에 의해 예술가들이 ‘기획자에 의해’ 그리고 ‘프로그램에 의해’ 수단화 되는 경우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된 것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주된 취지는 ‘이주를 통한 머묾(residency)으로 일정기간 지역에 머물며 지역 고유 환경과 특성을 체험하고 창작’ 하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예술가들은 그들의 예술적 감성과 감각을 통해 이러한 환경에서 느껴지는 현상들을 분석하고 그것에 대한 고찰을 창작의 결과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레지던시 기획자와 큐레이터는 현상들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하며, 작가는 그 현상들을 편식하며 알아서 골라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 행정편의적 기획자들은 예술가들을 ‘갑’ ‘을’ 관계로 프로그램을 위한 노예로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세미나와 워크숍을 통한 질적 성장의 배제와 비평가들과의 접촉이 부족한 상황에서 예술가들의 창작 작품들이 큐레이터에 의해 단순 정의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교육을 위한 예술가들을 과도하게 수단화하여 그들의 창작열의가 식어가게 하는 경우도 또한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레지던시사업은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스튜디오형 레지던시’와 ‘프로젝트형 레지던시’이다. 이 두 레지던시 방법에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스튜디오 레지던시는 작가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그들의 창작에 더 많은 중점을 두는 창작 ‘결과물 중심의 레지던시’라 할 수 있다. 프로젝트 레지던시는 로컬리티를 강조하며 기획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특정 테마를 갖고 미술의 공공성에 대한 방법론과 대안에 대한 고민들이 진행되는 ‘과정중심의 레지던시’라 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가장 중심의 되는 테마가 바로 예술가와 지역성이며, 두 관계구조는 ‘공공성’을 지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거점 공간은 그 주변의 문화소비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예술가들이 창작에 몰입하는 창작 공간으로서 본연의 가치가 추구되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예술 공간으로 변환시켜 문화 소통의 중심 공간으로 확장해 나아 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문화의 소통과 향유 그리고 지역에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담당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자가 가지고있는 지역에 대한 사적 경험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고민이 구체적인 방법론적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결과중심의 프로그램 보다는 과정 중심의 레지던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2012년 12월에 서울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집에서 2012년 레지던시프로그램 지원사업 성과 공유 포럼이 있었다. 이 자리는 각 지역의 대표 레지던시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초청을 받았고 그들의 사업성과에 대한 공유하는 자리였다. 전북지역에는 군산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이 참여 하였다. 이 자리에서 주요 쟁점은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주인의식과 프로그램의 지원에 대한 만족도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공공 지원 취지를 달성한 성과’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한계성’ 마지막으로 ‘성과와 한계의 재해석을 통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개선방안’ 등이다.

2010년부터 ‘지역협력형 레지던시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정부지원 레지던시 사업은 2012년 65개 레지던시 사업들이 진행되었다. 2012년 전라북도에는 ‘한옥마을 교동아트 레지던시(전주)’ ‘The Close Encounter 근접조우(익산)’ ‘군산창작레지던시 여인숙(군산)’ ‘운호 공공미술 레지던스(부안)’ ‘문학촌 예술가창작레지던스’ ‘오궁리 예술가창작레지던스’ 등 총 3억원의 지원 사업으로 진행되었다.

10년의 역사 가운데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성찰이 필요하다 느껴지는 상황에서 이 포럼은 각 지역의 기획자와 큐레이터 그리고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의 유기적 관계 구조와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더불어 예술가들의 주체적 의식으로 각 레지던시 참여 중 좀 더 적극적인 창작활동이 필요하며, 지역로컬리티에 대한 각 레지던시의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 성찰하는 자리가 되었다. 예술가들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레지던시 참여를 위한 기획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거론되었다.

전라북도에는 2010년부터 레지던시 사업이 진행되었고 2013년도 역시 전라북도 도청에서 공모를 진행중에 있다. 3년의 시간이 지난 현시점에서 각 레지던시의 방향성이 좀 더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예술가와 지역을 연계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또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라북도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이 지향해야하는 것은 ‘창작’과 ‘소통’, ‘향유’와 ‘치유’를 목적으로 기획자와 큐레이터의 역량을 강화하여야한다. 더불어 프로그램진행을 위한 행정가적 기획자가 아니라 예술가와 지역의 역사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 성찰이 수반되는 과정을 거치는 기획자여야 한다. 그 예술이 가지고 있는 치유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것이 레지던시 기획자의 책임이며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사회적 역할인 것이다.

레지던시 공모에 선정된 금액이 부족하다하여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사업따기 접근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착이 수반되어 문화적 가치 발전에 레지던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긴 안목을 가지고 기획하는 기획자가 절실하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공공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향성이 때론 예술가들을 수단화하기도 하지만 예술가들이 제시하는 현상들은 어떠한 행위보다 가치가 있다.

우리사회를 보다 발전적으로 만들어가는 조연자들이기 때문에 레지던시 기획자와 큐레이터는 예술가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과 궁극적 문화가치 창출을 위한 긴 안목을 가지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 레지던시 사업이 지역의 문화적 인프라와 문화적 담론의 중심에 서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각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2013년 전라북도 문화에 또 다른 새 바람을 만들어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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