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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특집 [특집]
문화의 집 운영 점검문화의집과 주민자치센터의 차별화가 우선이다 문화의집 민간위탁에 들여진 몇 가지 혐의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3-26 16:39:33)

문화가 화두다.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듯 21세기는 화려한 문화 담론들과 정책들로 떠들썩하게 시작되었고, 다양한 문화 욕구들이 끊임없이 생성·분출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적 소외를 극복하고, 풀뿌리 문화 민주주의를 일구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줄을 잇고 있다. 지역색을 살린 크고 작은 문화 축제들이 몸을 일으키고, 지역민의 문화 향수와 욕구를 담아내기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전북지역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대규모 문화 공간이 들어서고, 국제 행사로의 도약을 꿈꾸는 거대 축제들이 연이어 기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문화 기획자와 문화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의식 향상이 문화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핵심 요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각 동마다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문화의집 역시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놓여 있다.
복합 생활문화공간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주민의 욕구와 문화 향수를 담아낼 문화의집은 1996년 국민의 문화복지 증진을 위한 정부의 권장 시책으로 전국적인 붐을 타고 속속 개관되고 있다.
문화의집은 문화예술 관련 지식과 문화행사 정보 및 소규모 공연·전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생활권역 내에서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떠오르며 문화의 시대를 열어갈 중요 인자로 인식되고 있다.
전북지역은 정부의 문화의집 정책에 따라 1996년 정읍 문화의집이 최초로 자리잡았다. 그 뒤를 이어 2000년 전주시 진북1동 문화의집이, 2001년에는 삼천동 문화의집이 개관했고, 아중 문화의집과 우아동 문화의집, 효자동 문화의집, 서신동 문화의집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문화의집 민간위탁을 둘러싼 쟁점
최근 몇 년 사이 문화시설이 대폭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효율적 관리 운영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서둘러 민간위탁 방식을 도입함에 따라 문화의집도 올 초 이같은 흐름을 타게 됐다.
민간위탁은 자치단체에서 관리 운영하던 문화시설을 보다 전문성 있는 문화 관련자들에게 위탁함으로써 문화 시설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다져나가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문화의집은 전주시의 책임 아래 운영돼오다, 민간인의 손에 넘겨져 최소한의 운영비를 지급 받아 전문적인 운영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점차적으로 관의 의존성을 축소시켜 나가게 된다.
민간위탁 방안은 관의 의존을 줄이고 민간단체나 민간인의 영입으로 전문성과 집중도를 높인다는 근본 취지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세부안은 운영의 묘를 다양하게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의 열린 행정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더욱 필요해진 시점이다.
전주시는 전통문화특구를 비롯해 문화시설에 대한 민간위탁 관련 조례안을 제정하고, 문화의집을 이에 포함시켜 올 초 민간위탁 방침을 추진했다.
문화시설에 대한 민간위탁 방안이 대세로 인정되고 있지만, 최근에 추진된 문화의집 민간위탁 방식을 보면 우려되는 문제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나 문화계가 우려하는 핵심은 수탁자 결정 과정에서 주민자치위원회에 우선권이 부여됐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해관계나 입장이 얽혀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구성한 임의 단체로, 주민자치센터는 기존에 있던 동사무소를 딱딱한 행정 관료적 공간에서 주민 편의를 우선하는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의도에서 탄생했다. 동사무소 내의 비효율적 공간을 주민을 위한 사랑방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주민들에게 다양한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쉼터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다. 전주시에도 동사무소가 이 같은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해 가고 있는 과정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동장의 책임 아래 주로 해당 동 내에서 이름께나 알려진 영향력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다. 여기에 각 동 대표의 시의원이 주민자치위원회의 고문으로 참여한다.
문화의집을 맡아 운영하는데 우선권을 갖는 곳이 바로 이 주민자치위원회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전주시의회는 '전주시 문화의집 민간위탁 관리 동의안'을 내놓으면서 '수탁 희망 신청자 중 해당 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고자 할 경우 우선하며, 민간위탁선정 심의위원회에서 응모자의 제안 설명 및 사업계획서 등을 별도 심사표에 의거 심사 후 1, 2 순위를 우선 협약 대상으로 선정 발표한다'고 명시한바 있다.
이 같은 기본 동의안에 따라 현재 진북동 문화의집과 아중 문화의집 수탁자가 주민자치위원회로 결정됐으며, 효자동 문화의집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수탁 의사를 접어 놀이패 우리마당(대표 김선태)이 수탁자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대한 논란의 쟁점은 ▲주민자치위원회에 수탁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타 단체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 ▲주민자치위원회에 전문성이 있는가 하는 점 ▲시의원들이 수탁자로 참여함으로써 문화의집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주민자치위원회가 법적 책임이 없는 임의단체여서 문화의집 운영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발생할 경우 그 처리가 모호하다는 점 등이다.
형식적으로 경쟁입찰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내용상으로는 형평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 표면적인 불만이지만, 그 속내에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전문성 보장 문제나 시의원들의 개입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오는 5월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이 시민들에겐 곱지 않게 비쳐지는 부분이다.
전주시 홈페이지에 '시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조례상으로 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한다면 다른 단체와 경쟁도 없이 관리할 능력이 별로 없어도 (위탁을) 주면서도 형식적인 민간위탁이란 게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선거철을 겨냥한 시의원들의 교묘한 조례 발상으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프로젝트가 별로 없어도 형식적인 심사에 의해 주는 민간위탁은 다시는 하지 말아주길 부탁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문화의집이 대부분 동사무소 건물 내에 둥지를 틀게 되고, 주민들의 문화복지 향상이라는 근본 기능이 주민자치센터와 문화의집으로 중복됨에 따라 이를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이 자연스레 이관된 것이라는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문화의집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문가들로 꾸려진 문화의집 운영위원회 이철량(전북대 미술학과 교수)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문화의집에 근접한 문화복지 관련 업무를 해 오다, 문화의집이 들어서자 이 같은 역할을 일정 부분 빼앗겼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한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부여됐던 본연의 기능을 문화의집을 통해 다시 되찾게 된 셈이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민간위탁이라는 형태가 처음 도입된 만큼 아직은 누구도 경험자라고 자신할 수 없고 평가하기도 어렵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열정을 갖고 연구할 사람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항간에서 많이들 걱정하고 있듯 불행하게도 문화의집이 시의원들의 얼굴내기 등으로 악용된다면 상당한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화 관계자들로 구성된 문화의집 운영위원회는 진북동 문화의집이 개관하면서 전문성 확보차원에서 구성됐으며, 2년여 동안 문화의집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실질적 결정권자로 일해오다, 이번 민간위탁 방침이 내려지면서 자연스레 그 역할이 축소 해제된다.

문화의집과 주민자치센터의 접점 찾기
문화의집의 역할과 기능은 그 접근태도부터 주민자치센터와는 달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민자치센터가 주민 복지는 물론, 주민 사회에서 일고 있는 다양한 요구들을 수렴하는 사랑방이 되어야 한다면, 문화의집은 보다 질 높은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체험케 함으로써 주민들의 문화 마인드를 끌어올리는 문화 집약적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공간을 주민 스스로(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겠다는 논리를 무턱대고 반박할 수는 없지만, 문화의집이 갖는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에 우려와 아쉬움이 적지 않다는게 문화의집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근본적으로는 주민자치센터와 문화의집 사이의 네트위크 구축이나 차별화를 어떻게 이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주민자치센터가 동사무소의 기능 전환을 목적으로 한 행정자치부의 사업이라면, 문화의집은 주민들의 '문화권'을 실현하기 위한 문화관광부의 시책으로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두 시설을 직접 운영하게 되는 해당 자치단체장과 주민들의 의지에 따라 문화의집과 주민자치센터를 통합 운영할 것인지, 차별화 해 운영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그러나 전주시의 경우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의집의 운영 상황을 현실적으로 놓고 볼 때, 두 단체의 역할과 기능은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의 '생활 사랑방'이라면, 문화의집은 보다 확대된 공간에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전문적인 시스템 개발과 운영자의 문화 전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주의 경우 문화의집 운영권을 주민자치위원회로 넘겨주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기본 구상이나 충분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보다 정치적 혐의나 부정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진북동 문화의집 이종근 관장은 "문화의집과 주민자치센터가 기능적 공통점이나 유사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며 "각기 다른 문화복지시설로 볼 것인지, 설령 다른 문화복지시설이라 하더라도 함께 생존하고 협력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는 더 많은 고민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철학과 열정, 전문성 등을 주민자치위원회라고 해서 섣불리 폄하하거나 정치적 혐의를 성급히 들이댈 수는 없지만, 이번 문화의집 민간위탁의 내용이 보다 열린 창구를 통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논의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감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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