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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0 | 특집 [특집]
연례행사보다는 창작작품이 발굴에 우선
신용숙(2004-01-29 16:14:25)


한국문예진흥원의 차원에서 지원되었던 문예진흥기금이 각 시도에까지 확대되어 실시된다니 우선 반갑고 적잖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것은 그동안 열악한 재정적 현실을 감수해야 했던 예술분야가 어떤 식으로든 정책적 지원을 받게 된데 대한 단순한 차원에서의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지방시대 운운하면서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킨다는 정책을 내세웠으면서도 그것이 결국은 허울좋은 형식적 치레에 지나지 않았던 그동안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새롭게 시도되는 시도 단위의 문예진흥기금 운용은 지역문화가 자주적인 발전의 틀을 갖추어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엔 문화 행정 담당자들이 기존의 고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문화의 본래 자리와 기능을 인식하고 예술인들은 그들대로 좀더 주체적이고 독창적인 의지를 집약시켜 나가는 일이 우선 되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실 적잖은 예술인들은 정책적으로 설정된 문예진흥기금에 대해 일찍부터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관변예술 지원에 중심이 세워질 것이 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다 문예진흥을 위한 기금 설정자체가 문화의 본래 기능을 왜곡 한데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이 주체와 객체가 따로 존재 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삶과 현실을 진실 되게 반영할 때 건강성을 확보한다고 본다면 그것은 그 누구의 일방적인 몫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의 문화정책은 건강하게 꾸려져야 마땅하며 그 건강성은 국민모두의 의지로 지켜져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문예진흥기금의 정당하고 바람직한 운용을 위해 문화예술인 뿐 아니라 이 지역 사람들 모두가 진정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문화란 것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발전도가 가늠되어 진다고 여기는 인식에도 문제는 있지만 정책적, 경제적 배려가 문화의 성숙도를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형식적인 겉치레가 아닌 진정한 문화 발전을 위한 바탕으로 작용했을 때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이 내실 있는 면모로 가꾸어지기 위해서는 문화 예술인뿐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가 진정한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보고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예진흥기금의 경우도 내가 당장 지원을 받기 위해서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갖자는 것이 아니라 보다 바람직한 운용으로 유도하는 생각이 든다.
기왕에 무용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문예진흥기금이 이렇게 쓰여졌으면 한다는 몇 가지 방안을 공연예술의 한정된 부문을 전제로 제시하고자 한다.
무용은 종합예술이다. 따라서 하나의 작품이 무대 위에 옮겨지고 형상화되기까지에는 많은 경비와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창작작품인 경우 요구되는 경비는 더욱 가중되기 마련이다. 지역 무대의 경우 공연연예분야는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고 무대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고 보면 문예진흥기금의 효율적인 지원은 참으로 절실한 과제 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예진흥 기금이 창작작품 위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것의 내용을 이 지역의 정서가 담아질 수 있는 것이 되도록 적극적인 유도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다음은 소극장을 비롯한 각 민간 문화공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도내에는 몇 개의 소극장과 화랑이 운용되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심각한 적자 운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극장 문화를 각 문화단체 외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관객들을 연결해주는 소중한 교량역할을 해주는 바탕이다. 열악한 재정적 희생을 더 이상 감수 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비참한 현실을 극복하는데 문예진흥기금이 일정한 몫을 해주기를 바란다.
또 하나는 가능한 특정한 계층을 위한 행사나 사업보다는 폭넓은 대중들의 참여와 공감을 이어낼 수 있는 데에 이 기금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예술은 적잖은 대중들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예술이 대중들 속에 함께 있으므로써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열려진 무대에 기금이 쓰여졌으면 한다.
사실 앞서 거론한 방안들은 일정한 준거의 틀을 필요로 한다. 이를테면 행사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된다는 말인데 이러한 기준을 정하는 과정이 결국은 문예진흥기금 운용이 바람직하게 정착되느냐 혹은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예진흥기금이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쓰여지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실질적 주체가 되는 문예진흥위원회 같은 기구가 정당하게 구성돼야 하며 참여하는 위원들이 개인적인 인맥이나 사견에 빠지지 않고 진정한 책임의식으로 직분을 다해내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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