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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9 | 특집 [특집]
민중적 공간을 위한 황토현사적지의 재구성
이명우 전북대 조경학과 교수(2004-01-27 16:13:44)

우리 전라북도 전주에는 갑오농민혁명에서의 최초의 전승지이자 전봉준 장군을 기리기 위한 사적 295호인 황토현 사적지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3공화국 시절에 그 의미가 되살려져 약 70m 높이의 산 정상에 기념탑이 건립되었고 현재는 전두환씨의 특명에 의해 4만 5천명의 부지에 현충사의 느낌과 비슷하게 깔끔하게 조성된 곳이다. 이 사적지의 이용은 주로 동학제 행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기타 이용객 수는 가을에 월300명의 숫자를 보이고 있다.
이 황토현 사적지는 그 사적인 의미에 있어서 철저하게 민중적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할 곳이다. 즉 가렴주구의 학정에 견디지 못한 농민들이 낀 중봉기를 일으켜 원정온 관군들을 몰리친 곳으로서의 장소적 상징성과 함께 현재의 민중운동이 담아져야 하고 미래의 민중척 사회로 이끌어 나가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이곳을 찾아 본 사람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이곳은 민중적 공간은 고사하고 전적지라는 상징성조차 찾을 수 없는 반(反)민중적 공간이 되어버렸다. 잘 다듬어진 화강석에 부조로 만들어진 머리띠를 두른 조각물에서 어찌 전쟁터의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신라때의 조경양식을 본뜬 인공적인 호수나 궁궐의 양식을 생각나게 하는 건축물로써 어찌 민중운동의 승전지적 장소성을 구현할 수 있겠는가? 이곳이 어찌 전두환씨의 초상으로서의 전봉준을 기리는2황족 가묘인양 만들어질 수 있는가? 무심코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이질감 때문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민중적 공간이란 민중의 정서에 맞는 공간을 말한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 비싼 화강석포장은 의미가 없으며, 아이들이 자는 방에 호화 상들리에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시설인 것이다. 맨 땅바닥에 야생초화류가 자라나고 매미가 우는 공간이면 되고 어질러져 누울 장소가 없을 정도라도 비어있는 방이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공간인 것이다. 민중적 공간에는 일체의 화려한 장식을 거부한다. 거대한 건축물을 배제한다. 아마도 비어있는 자연의 공간, 산야의 돌, 야생초화류, 소나무 대나무와 같은 향토 수종과 자그마한 돌무덤, 말라있는 하천과 같은 요소로서 전적지 또는 승전지로의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버려진 공간과 같은 곳, 비어있는 공간들이 연속되면서 만들어 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땅 황토현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성격에 이질감이 보이는 요소는 거부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황토현 사적지가 현재와 같은 반민중적 공간으로 조성된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질 때 그 공간조성의 주체와 그 공간을 이용할 주체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공간이 그 승전의 주체이며 이용의 주체인 민중은 철저히 배제한 채 계획과 설계를 함으로써 문제가 생긴 것이다. 민중공간이란 민중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고 민중활동이 주가 되어 고려 될 수 있을 때 만들어지는 법이다. 조경기와 같은 환경설계가들은 이러한 공간의 성격을 명확히 깨닫고 옆에서 도와주는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지 못할 때는 당연히 조성된 공간은 민중적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공간조성에 있어서의 시간적 의미의 구현이 중요하다. 다만 박제된 박물관의 유품과 같은 공간은 민중공간이라 할 수 없다.
즉 과거의 의미가 현대적 의미로서 구현되고 나아가서 미래 적 상황을 꿈 꿀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어야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민중이 살아 왔고 살아갈 이 땅이 가지고있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하늘, 나무, 풀, 물, 돌, 잠자리 등의 자연이 나타나 주어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 황토현 사적지는 그 반민중적 성격이 배제된 빈 공간의 형태로 다시금 조성되어야 한다. 시간 좀 걸리고 돈이 더 들고 절차가 까다롭다 할지라도 그 민중운동의 승전의 장소를 현재와 같은 상태로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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