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88.9 | 특집 [특집]
<저널특집>전북 지역문화운동의 현황과 과제
이종민 본지편집위원(2003-12-18 15:48:16)


 이 글은 유화국면을 맞이하여 활발하게 전개되고있는 이 지역 문화운동단체들의 활동 현황을 반성적 차원에서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나아갈 방향과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이 지역 문화운동의 발전에 실천적으로 기여함을 그 목표로 한다. 필자의 실천의 장에서의 경험 미숙으로 다소 당위론적 논의라는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차원에서의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문제제기가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논의를 유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이 글에 전제된 소박한 바램이다. 특히 개별 영역에서 서로 서로의 유대나 정보의 교환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지역 문화운동의 실상에 비추어 볼 때 현황에 대한 종합적 점검이 적어도 자료로서의 의미는 지니리라. 각 단체들에 대한 점검이 일정한 틀에 맞추다보니 다소 도식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한 미진함은 문화저널에서 기획하고 있는 운동단체들에 관한 탐방을 통하여 보완될 것이다. 또한 이 글이 호남사회연구회 동계수련회와 지역학술연구자 연합연수회에서 필자가 정리 발표한 지역문화운동의 방향과 과제 와 전북 지역문화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보완한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지역문화운동의 개념은 구체적 현장성과 지역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전체 사회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지역현장에서 실천한다는 지역운동의 개념과, 문화예술매체가 지니는 고유의 선전성을 기반으로 인간의 정서적 측면에 접근하여 인간을 변화시키는 한편 사회 전체 구조에 변화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며, 불건강한 문화 및 이를 지원 방조하는 문화정책에 대항하여 문화투쟁을 전개하고, 이러한 불건강한 문화를 낳는 불건강한 정치적 경제적 구조의 개혁을 위한 싸움에도 일조한다는 문화운동의 개념이 접합됨으로써 규정된다.80년 이후 운동에 있어 현장성, 대중성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한 이 지역문화운동은 84년 군사정권의 기만적인 유화정책을 이용 그 터잡음을 시도하다가, 작년 6월항쟁을 통하여 확보한 유화국면을 맞이하여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지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뒤지지 않게 많은 자생적 운동단체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현황은 다음과 같다.

1. 온고을 : 민족예술연구회(1987.7)
가. 취지 및 목적 : 1) 이 땅에 건강한 문화를 건설한다.
2) 더불어 사는 삶의 문화를 건설한다.
3) 일하는 대중의 문화를 건설한다.
나. 주요활동 :
1) 매월 문화교실
개최-풍물 탈춤 민요 등의 기능강습을 통하여 전문 문화패를 양성하며 공동체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2) 각종 문화행사 개최 : 사이비 고급문화와 퇴폐적인 향락문화의 만연 및 각종 문화행사의 중앙집중화로 인한 지역 일반대중들의 건전한 의식의 마비와 문화적 소외감의 극복에 기여한다.
3) 각종 운동 단체들의 활동내용 소개-성명서, 회보, 노동자신문 등의 자료를 수집, 여타 운동단체 및 관심있는 사람에게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의식의 확산 및 운동단체들의 연대에 기여한다.
**이 모임은 1982년 창립되어 그해에 마당굿 의병 한풀이 를 공연한 바 있는 백제마당 의 후신인 놀이판 녹두골이 그 전신이라 할 수 있다. 녹두골 은 지역문화의 발굴 발전이 민족문화 회복의 근간이 된다고 믿는 젊은 문화패들의 모임터로 1984년 창립되어 선유도 씻김굿 , 마당굿 땅풀이 의 공연 등 의욕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농촌 두레활동 및 풍물강습을 통하여 많은 문화패를 배출했다. 대학 문화패들과 직,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문화패들의 아지트 및 타부분 운동단체들의 모임터 구실을 하던 이 모임은 물적, 인적 재생산구조의 미비와 노선상의 갈등 등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다가 1987년 7월 현 온고을로 발전적 변신을 꾀한다.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그 주요 구성원으로, 이전의 녹두골이 안고 있던 한계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이 단체가 본격적인 활동과 이를 위한 기획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적극적 홍보와 자체역량의 축적이 절실하다 하겠다. 이 모임은 9월 8-9일 대학문화패들과 연합으로 통일염원 큰굿판 타오르는 해방! 다가오는 통일이여 !를 기획하고 있다.

2. 녹두꽃 : 온고을 산하의 노래패(1988. 6)
가. 취지 및 목적 : 노래는 오랜세월을 지나면서 생명력을 갖고 불리워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중적정서와 사상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믿음하에 대중가요, 팝송, 클래식 음악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자주적 민족문화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진실된 노래 참된 노래를 찾아내고 만들어냄은 물론 이를 널리 보급한다.
나. 주요활동 :
1) 년 2회 이상의 발표회를 통해 건전한 노래를 보급-1988년 6월 11일 창단 발표회 하나되는 가슴의 노래여 (제1부--우리가숨쉬는 뜨거운 산하, 제2부-민주여 !흰옷 입은 녹두혼이 부른다. 제3부-가슴으로 만나리)를 가짐.
2) 노래극 시도
3) 창작 민요를 테입으로 제작 보급
4) 이 지방 정서에 맞는 창작곡 발표
**자체 역량의 부족으로 2) 3)4)는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하나되는 가슴의 노래여 도 기획의 미숙과 홍보의 부재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활동의 의의가 널리 확산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타지역 노래패들의 공연을 기획하는 것도 시도해 봄직한 일이다.

3. 「남민」 : 전북종합문화지(1984.3)
가. 취지 및 목적 : 전북지역의 문화를 발굴하고 그 현황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며, 문학동호인들의 작품 발표장으로서의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기왕의 이 지역 문학지들이 갖는 문학주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 주요활동 : 전북토착문화의 현황을 점검 조명하는 부정기간행물 발간

제1집 (지양사, 1985)-전북의 민요, 방언, 굿 퉁 토착문화를 점검하는 논문과 일제하 및 해방 후 농민운동의 현황을 조명하는 논문, 농민대담 문화시평 등이 실림.
제2집 (향문사, 1987)-1집에 비해 짜임새가 부족하고 또 그것과의 연계성도 결여되어 있지만 전북미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임옥상)라는 논문 등은 주목을 받을 만함.
**편집진이 주로 대학교수로 되어있는 이 부정기간행물은 그 방향성이 모호하고, 재생산구조 및 유통구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여 편집진들의 의욕 하나로 어렵게 이끌어 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다음에 소개할 전북 민족문학인 협의회에서 기획하고 있는 부정기간행물과의 위상 정립 및 업무의 분담이 당면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4.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1988. 6)
가. 취지 및 목적 : 참다운 민족문학건설을 위해 조직적인 문학운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문학적 실천을 통해 철저한 민족통일과 민족자주화 운동을 수행 한다.

나. 주요활동계획 : 1) 부정기간행물 발간: 이 지역의 건강한.민족문학을 발굴 소개하며 민중적 민족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 제시한다.
2) 문학교실 개최 : 시인,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강연 등을 통하여 건강한 민족문학과 문화의 대중적 확산에 기여한다.

**회장: 김용택(시인), 고운: 박항식(시조시인), 최 형(시인) 운영위원 : 이광웅(시인), 정 양(우석대, 시
인), 소재호(시인), 이 명옥(소설가)사무국장: 백 학기(시인) 등을 임원으로 하고 있는 이 모임은 협의체가 갖기 쉬운 조직의 방만함과 지식인으로서 지니기 쉬운 구성원들의 소시민적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제기된다.

이 지역의 정서 속에서 진행되어온 민중사가 가지는 지속적, 내연적 의미에 근간을 두고 시적 자료를 재정비하며 그 속에서 겨레의 바른 정서를 회복하기 위한 시적 형상화 작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하여, 제1집 들건너 사람들 (동문선, 1985), 제2집 빈 들판에 쓰러져 우는사람아 (청하,1986), 제3집 풀씨여 풀씨여 (청하,1987)를 펴낸 바 있는 시동인 「남민시」는이 협의회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자진 해산 이에 편입된다. 이 협의회는 창립총회 때 양심수 석방을 위한 문학의 밤 을 개최하여 김남주, 이산하 등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5. 「문화저널」 : 전북 종합문화예술정보지(1987. 11)
가. 취지 및 목적 : 문화에 대한 따뜻한 인식과 사랑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 더불어 숨쉴 수 있는 문화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위해 각종 문화정보를 수집 널리 알린다.
나. 주요활동 :
1) 월간 「문화저널」 발간-그 주요내용을 보면
가) 지역 저명 인사들의 지역문화에 관한 칼럼
나) 문화정보
다) 지역의 시인, 소설가, 서예가 화가국악인, 사진작가 등에 대한 탐방기인 작가를 찾아서
라) 문화운동의 방향 및 쟁점이 되는 사건에 대해 진단하는 논설 형식의 저널이 본다
마) 전문국악인에 의한 판소리의 주요대목에 관한 소개와 해설 바) 기타 저널특집, 지역문화공간의 소 개, 시, 시명, 카메라 기행 서명 등이 있다.
2) 백제기행 기획- 지나간 시대의 유적지를 찾아 헤매는 한가로운 여행이 아니라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한반도를 절실하게 둘러보아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우리시대와 우리 삶에 환원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실시되는, 전문가를 해설위원으로 대동하는 역사기행. 기행내용은 저널특집으로 월간 문화저널에 실린다.
제1회 : 동학유적지 기행( 우리는 녹두새를 보았다 : 6월호)-해설 : 최현식(향토사학자), 박명규(전북대,사회학), 기록 정리 : 이 병천(시인) 제2회 : 지리산 주변지역( 지리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8월호)-해설 :장 호(전북대, 지리학), 최중두(풍수지리학자), 기록 정리 : 김은정(전북일보 문화부 기자)
(앞으로 본격적인 지리산 기행과 쌀의 수난사를 지켜내야 했던 군산의 미곡창고, 동편제소리를 이어온 운봉, 좌도농악의 본령인 필봉 등의 기행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편집진이 전문 문화예술인으로 되어 있는 이 정보지는 이들의 다소 문화주의적인 시각의 극복이 요구되면 본격적인 문화지로 성장하기 위해서 그 유통구조를 확보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창간1주년을 기해 내용을 확충하여 격월간으로 발행하고 유가지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통구조의 확보를위해서는 회원제가 강력히 검토되고 있다.

6. 전북교육연구회(1987)
가. 취지 및 목적 : 1980년 중반 이후 교육의 당면과제로 등장한 교육의 민주화와 자율화 를 교육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며, 전북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전반의 발전과 체질개선을 위하여 노력한다.
나. 주요활동 :
1) 「교육문화」 발간-제1집 교육자치를 위하여
2) 교육종사자, 학생, 학부모 등이 공동참여하는 교육문제토론회 개최
**공동대표: 강봉근(전북대), 한규실(진안여고), 오은표(전주고), 총무: 백 학윤(용지중) 등을 임원으로
하고 있는 이 모임의 회원들은 사회전반의 민주화와 자율화를 어떻게 성숙시키고 그러한 민주화와 자율화를 지역실정에 맞게 전북교육의 장에 어떻게 실현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을 주활동과제로 여기고 있으며, 이런 입장에서 교육문화 제2집을 준비하고 있다.

7. 호남사회연구회(1987. 8)
가. 취지 및 목적 : 지역사회의 제반현실을 과학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발전에 기여 하며, 각 지역 학술연구단체들과의 학술교류 및 연대를 통하여 전체 민족 민주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학술운동을 전개한다.

나 주요활동:
1) 월례발표회 : 지역사회에 관한 개별연구 및 합동연구의 결과를 발표 ·토론함으로써 학제간의 교류를 꾀하고 의식을 공유한다.
2) 연 1회 정기 심포지움 개최 : 커다란 주제에 대하여 다방면에서의 전문적 분석을 시도, 그 결과에 관하여 심도있는 토론을 벌림으로써 총체적 시각을 유도한다.
제1회 심포지움은 한국사회 변동과 전북사회 라는 주제로 지난 6월 10일실시되었는데, 여러가지 미비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발표자들의 성실한 준비와 토론자들 및 일반 참가자들의 진지한 토론과 참여로 이 지역 학술 모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 소주제는 한국근대사와전북사회 : 민중사적 접근 (박명규), 전북경제의 구조와 문제점 (소순열), 전북행정의 변화와 발전과제 (신무섭), 사회개혁사상으로서의 미륙신양(송기숙)이다.
3) 각 지역 학술연구단체와 교류:각 지역 연구의 결과를 공유하며 지역감정 등의 문제해결에 학술활동을 통하여 기여한다.-작년 여름의 피아골 예비모임을 통하여 그 필요성을 확인하고, 지난 8월 11~2일 경주에서의 지역학술연구자 연합 연수회에서는 지역학술연구자의 과제와 역할에 대하여 학술적 토론을 벌리고 각 지역 문화운동단체들의 현황에 대한 소개와 이들과의 연대문제에 관하여 실천적 논의를 전개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단체는 전남사회연구회(전남, 광주), 지방사회연구회(경북, 대구), 지역사회연구회
(경남, 부산)와 본 연구회이다.
4) 강연회 및 공연 기획 : 학술연구결과의 대중적 확산과 건강한 문화의 소개를 통하여 건강한 문화적 풍토의 조성에 기여한다.
5) 회지 발간
**이제까지 전북대학교수들만을 그 회원으로 하던 이 연구회는 창립 1주년을 맞이하여 이 지역의 타대학 교수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어 명실상부한 이 지역의 대표적인 학술운동단체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들이 연구활동을 통하여 이 사회에 실천적으로 기여한다는 데에는 잠정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 방법에 있어서의 이견과 의식의 편차가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회원들의 자비로 운영되는 이 모임은 재정의 확보가 시급하며 조직의 방만함을 극복하는 일도 중요 과제로 남아있다.
8. 지역사회문제연구소(1988)
가. 취지 및 목적 : 연구소 형태의 전문기관으로서 체계적인 지역연구 및 자료의 수집, 정리에 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한국사회의 예속적 구조 속에서의 전북지역의 위치, 전북지역사회의 사회 경제적 문제에 관한 과학적분석을 수행한다.
나. 주요활동 : 노동, 농민, 지역사의 3개 분과로 나누어 현장활동가와 협력하여 구체적인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세미나를 시도
**연구원 자체의 역량부족 및 인적.물적 토대의 미흡으로 활동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 농민분파는 전민협으로 흡수되고 대학원생중심의 지역사 분과만이 남아 준비세미나를 계속하고 있다.
9. 온다라 미술관(1987)
가. 취지 및 목적 : 문화의 중앙집권화 현상으로 발생되는 지역문화의 상대적 소외, 한계성 등을 극복하고 미술문화인구의 저변확대, 건강한 문화매체기능을 통한 바람직한 삶의 실현, 참다운 지역문화의 기틀과 이를 꽃피울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나. 주요활동 :
1) 중앙 및 지방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들의 작품전 기획
2) 미술강좌: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감상을 돕고 작가와 감상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마련된 강좌이다.
3)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 : 공연장 확보가 어려운 지역 현실을 감안 호남좌도 사물놀이, 판소리 감상회 등의 공연장으로 기능한다.

**도내 처음으로 유료로 운영되는 이 사설 미술관의 전반적인 운영을 회원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회원은 일반회원, 특별회원, 비회원으로 구분된다. 유료관람은 작가의 노동에 대한 댓가와 미술관 운영이 운영자 일개인의 부담만이 아니라 회원과 이용자 모두가 주체적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체적 문화공간 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의도된 것인데, 아직은 전문미술인들의 모임터로만 기능할 뿐 문화의 대중적 확산에는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
10. 전북민주여성회(1988. 2)
가. 취지 및 목적 : 여성들의 권익신장과 사회적 인식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며, 특히 왜곡된 여성관을 거부하고 건강한 여성상을 실천하며, 성폭력의 근절, 여성의 비인간화 극복에 앞장선다.
나. 주요활동 : 1) 소모임활동을 통한 의식의 고양-주부모임, 직장여성모임, 노동, 농민여성모임 둥 직업별,계층별 소모임을 통한 프로그램 개발로 여성문제에 대한 집단표현을 추구한다.
2) 교육활동-여성학당과 여성문제강연회를 통해 고민을 같이 나누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3) 문화활동-판화교실, 탈춤과 풍물교실, 영화 및 TV극 시사회, 여성문화교실 둥을 개최하여 건강한 여성문화 창조에 기여한다.

**왜곡된 여성문화를 거부하고 바람직한 민주여성상을 부각시킨다는 취지로 지난4월 여성문화잔치를 개최한 바 있는 이 모임은 전문적인 여성모임을 활성화하여 실천의 장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량이 많이 미흡한 상태이다.
11. 「열린마당」(1988. 2)
가. 취지 및 목적 : 여성해방운동이 바로 인간해방운동이며 인간평등운동이라는 인식하에 실제 생활주변에서 노정되는 남녀불평등의 사례를 조사, 그 문제점의 해결에 생활속에서의 실천을 통하여 기여한다.
나. 주요활동 : 격월간지 「열린마당」 간행-주요내용은 여성운동의 현황이나 방향 등을 점검하는 좌담, 여성과 관련된 왜곡된 문화현상을 고발하는 어디까지 와 있나, 생활현장에서 드러내지 않고 여성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는 숨은 여성운동가들을 찾아보는 만남, 건강한 남녀평등의 문화 건설 및 여성운동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칼럼, 구체적인 사례들을 검토해보기 위한 사례연구 등이다.
**거창한 운동성을 내세우지 않고 실생활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구체적 문제들의 해결에 주력한다는 것은 일면 현실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소박한 입장은 여성문제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시키지 못함으로써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도 있다. 자체 역량이 미흡한 상태에서 따분한 일을 떠맡으려는 일도 물론 경계해야 하지만 문제의 긍극적 해결을 지향하는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것도
참다운 운동을 위해 마땅히 극복되어야 한다.
전북 민주여성회 와의 위상정립과 업무분담 둥이 당면 과제라 할 수 있겠다. 이밖에 판화 등을 통하여 참다운 민족미술의 개발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겨레미술연구소 , 농촌이나 도회지의 담벽에 벽화를 그림으로써 건전한 정서를 확산시키려 노력하는 벽화패, 또 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판소리를 체계적으로 연구, 그것을 귀족적인 풍류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건강한 민중적 정서와 비판의식을 담고 있는 문화로서 계승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자생적 모임도 있으며, 판소리에 있어 고수 장단의 중요성과 의미를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판소리의 올바른 정립에 기여하며, 이를 위하여 「소리와 장단」이라는 소책자를 정기적으로 펴내고 있는 대한고우회 같은 모임들도 있다. 이외에도 서양음악 전통음악의 발전적 접목을 시도하고, 미술 등 타 예술과의 접합을 꾀하며 소극장의 장점을 충분
히 살려나가려 노력하는 "예루" 등도 있다.
이 지역 문화운동단체들의 전반적인 특징은 운동의 측면을 애써 회피하려는 데 있다. 이는 운동이라는 말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 문화에 대한 정태적 태도에서·비롯된 것이다. 문화는 구체적인 삶에서 파생된 것으로 그러한 삶을 규정하는 그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구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형성 소멸된다. 건강하지 못한 문화는 분명 건강하지 못한 삶에서 파생된 것이고, 건강하지 못한 삶은 정치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삶을 위한 건전한 문화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병행되어야 한다. 운동이란 이러한 노력이 개인적 차원에서나 일회적 구호로 행해져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집단적이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움직임인 것이다. 문화에 대한 정태적 태도는 순수문학주의자들이나 예술지상주의자들의 고답적 정치기피증과 연결되며, 이는 20년대식 문화주의를 낳을 뿐이다. 문화의 분명한

가치지향성을 고려할 때 이 지역 문화단체들의 최우선 과제는 운동성을 회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정치적인 실천행위만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경도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문화예술매체는 그것이 참다운 예술성을 지니고 있을 때 실질적인 선전성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매체가 얼마나 훌륭한 싸움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가는 70년대의 문화운동이나 광주항쟁과 최근 민족 민주운동에서 보여준 문화패들의 활동을 통하여 충분히 입증되었다. 문화운동이 대중의 정서적 측면에 호소하여 자발적인 공감대의 형성을 기도하는 것이라 할 때, 실천에의 조급증으로 인한 상투성, 이에 의한 대중성의 상실은 문화의 역기능 못지 않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의식의 고양을 위한 논리학습과 예술적 예의 숙련을 위한 기능훈련이 병행실시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중요한 과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성격 및 지역의 특수성에 관한 과학적 인식 틀을 확립하는 일이다. 기왕 사회구성체 혹은 사회성격 논의가 이론적으로 정립되어가고 있는 마당에서 절실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이러한 이론적 틀이 이 지역의 특수성과 어떻게 접맥되는 가를 엄밀하게 점검하는 일일 것이다. 문화운동이 문화매체를 통하여 인간의 정서적 측면에 호소하는 것이지만 논리에 근거하지 않은 정서는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역이 전체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전체 모순의 해소를 지향하는 운동에 있어 이러한 인식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라 하겠다. 이 지역 문화의 현황에 대한 점검도 그것을 규정하는 이 지역사회 및 전체사회의 구조적 성격에 대한 과학적 인식위에서 이루어졌을 때만 의미를 갖는다. 막연한 시각으로 현상을 조망하는 것으로는 현상의 참모습을 파악할 수 없다. 현실의 정확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음모를 극복하고 현실의 문제점을 직시하며 그 문제해결의 방안을 모색하는 운동에 있어 이러한 사회구조에 관한 이론적 틀의 확립은 절실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제기될 수 있는 것이 지역문화운동의 자립적 재생산구조의 확립문제이다. 이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가장 절실한 일인데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대부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이 지역에서도 흔히 사람이 없어서 혹은 물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서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들을 하는데, 이는 자기반성적 차원에서 해야지 푸념으로 해서는 안될 말이다.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물적 토대가 확실하다면 무엇 때문에 집단적이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일을 애써 벌리려 하겠는가? 이
러한 것들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극복 해나가기 위해 운동이라는 것을 해나가는 것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동질의식을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러한 의식을 확산시켜나가는 일이며 기왕의 물적 토대를 단순히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공고한 물적 재생산 구조를 확립해나가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인적 재생산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하여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그러한 자
원을 조직화함으로써 참된 문화일꾼들을 재생산해내야 한다. 물적 재생산구조의 확보를 위해서는, 소위 문화상품의 지역내 유통구조의 확보가 시급하다. 문화의 유통구조 확보는 그것이 바로 대중의 정서적 공감대의 확보과정이며 이것 자체가 문화운동의 일환인 것이다. 물론 운동은 각 개인 양심의 당연한 부름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참다운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타당한 이론과 체계적 조직 및 유
효적절한 실천계획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일정한 방향성을 견지하고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기 위하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다음으로 타부분운동체 및 지역운동체들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일을 들 수 있다. 지역적 특수성은 민족적인 보편성으로의 통일위에서만 의미가 잇다. 각 부분 운동 및 지역운동은 그 구체적인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의 해결을 통하여 전체운동이 지향하는 바에 기여해야 한다. 이런 긴밀한 연계를 통하여 각 부문운동단체간에 서로 서로의 위상을 확인하고 중첩되는 일을 피할 수 있음
은 물론 지식인 문화패들이 빠지기 쉬운 소시민적 분파주의를 지양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해주는 일은 문화운동에 대한 탄압이 더욱 교묘해지고 악랄해지고 있으며 역량이 아직 성숙해지지 못한 상황에서 특히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운동단체들간에 각자 기왕의 경험들을 반성적 차원에서 교환하고 타 단체들의 활동을 격려해주며 비판해줄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는 정례적 모임을 기획해 보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다.

지역문화운동은 결코 문화가 너무 서울에 편중되어 있어 이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다. 삶과 유리된 대부분의 서울 문화가 바람직한 삶을 위한 건강한 문화일 수 없다.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하여 기획된 화려한 문화행사들은 일시적인 눈요기는 될지언정 우리의 구체적인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결코 되지 못한다. 유한계층들의 사이비 고급문화나,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저질의 대중문화, 혹은 팝송으로 대변되는 퇴폐적 외래문화가 바람직한 삶을 위한 건강한 문화일 수 없다. 우리전체의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수 있는 건강한 문화의 싹은 퇴폐적 문화의 영향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지역 현장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은 중앙과 비교하여 변방이 아니라 사실은 쓰러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공급할 전위의 자리 이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현장에서 이들 하나하나를 극복해 나아가며, 진정한 민주화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하나 하나의 실천을 통하여 이룩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바람직한 삶의 공동체 마련을 위해서는 정치적 경제적 변화와 아울러 이러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그러한 변화의 마무리를 짓는 문화적 풍토의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이 지역문화운동이다. 극우세력들의 반동적 음모가 노골화되고 선진 지본주의 국가들의 신식민주의 정책에 의한 문화적 종속의 제 모순이 속속 드러나는 지금 지역문화운동단체들의 조직적이며 지속적인 활동은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