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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 | 특집
차별 없는 평등한 영화제를 향하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돌아보기
고다인 기자(2023-06-28 15:16:25)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돌아보기


차별 없는 평등한 영화제를 향하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여정을 마쳤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처럼 영화적, 공간적 선을 넘은 이번 축제는 전주 일대와 영화계에 활기찬 바람을 일으켰다. 선을 넘은 실험적인 주제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났고, 전주 돔을 중심으로 한 영화의 거리에서 벗어나 전주 전역으로 공간적 선을 넘었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사람들 사이의 선을 넘어 소통한 올해 영화제.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돌아보았다. 


고다인 기자





극장 채운 6만여 관객

팬데믹 이후 반가운 회복세 


올해 영화제의 상역작은 42개국 247편. 상영횟수는 538회였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상영작과 VR특별상영까지 더해 풍성한 독립, 예술영화를 만났다. 좌석 점유율도 증가했다. 열흘간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6만 6천여 명으로 지난해 5만 명보다 30% 이상 늘었고, 68.8%의 높은 매진율을 기록했다. 


해외 게스트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영화제 현장을 찾은 해외 게스트는 지난해 56명에서 올해 126명으로 껑충 뛰었다. 초청 게스트가 아닌 온전히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전주를 찾은 해외 게스트들도 많았다는 점에서 국제 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상황에는 미치지 못하는 숫자지만 팬데믹 기간과 비교하면 작품 수나 관객 수 등 전체적으로 상승 곡선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였다. 



동일 부문 대상 2회 수상자 신동민 감독 

영화제 최초 두 번의 대상 영예 


오타 타츠나리 <돌을 찾아서>


18편의 수상작도 관심을 모았다. 국제경쟁 대상은 오타 타츠나리 감독의 <돌을 찾아서>에 돌아갔다. 여행사 직원인 요시카와가 새로운 투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 마을을 찾으며 우연히 만난 여자 도이와 강을 따라 보내는 하루를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경쟁 대상은 신동민 감독의 <당신으로부터>가 차지했다. 지난 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로 대상을 받은 후, 최초로 두 번의 대상을 수상한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단편경쟁 대상은 조한나 감독의 <퀸의 뜨개질>이 차지했다. 이외에도 국제경쟁 부문 작품상에 <구름에 대하여>(감독 마리아 아파리시오),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감독 곽은미)과 <잔챙이>(감독 박중하)의 배우 '이설'과 '김호원'이, 한국단편경쟁 부문 감독상에 <유령극>의 김현정 감독이, 다큐멘터리상에 <밤 산책>(감독 손구용)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함께 보고, 듣고, 느끼는 영화

차별 없는 평등한 영화제를 꿈꾸며


‘축제’란 누구나 차별 없이 즐기는 자리여야 한다. ‘영화’ 축제도 예외가 아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국내 영화제 최초로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설명해 주는 음성해설과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어 만든 영화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단편 수상작 <유빈과 건>, <트랜짓>, <문제없어요♪> 3편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는 시각장애인협회 등 국내 장애인 관련 기관이 함께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여전히 문화 활동에서 소외되고 있는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해 영화제 측은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과 상영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씨네투어 신설, 골목상영 등 

극장을 넘어 다채롭게 즐긴 거리축제 


영화제 기간 전주 곳곳의 거리는 축제의 장이었다. 올해 신설된 ‘전주씨네투어’는 영화와 전주만이 가지고 있는 관광자원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먼저 '전주영화X산책'으로 전주의 다양한 야외 공간에서 지역 뮤지션의 공연과 영화 상영을 함께 선보였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부대행사인 ‘야외상영’과 ‘버스킹 인 전주’가 확장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또, 거리를 걷다 익숙한 배우들을 만나는 일도 가능했다. '전주영화X마중'은 독립영화 배우들과 시민들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마중토크, 특별전, 화보 전시 등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올해는 많은 독립영화 배우들이 소속되어 있는 ‘눈컴퍼니’가 함께했다. '전주영화X음악'은 무성영화에 라이브 공연을 더한 프로그램이다. 3편의 무성영화에 밴드 '신나는 섬'의 연주가 더해져 관객의 몰입도를 더했다. 


골목에도 영화제의 열기가 함께했다. ‘골목상영’을 통해 전주의 다양한 장소에서 영화 상영이 이루어졌으며, 올해는 공간을 더욱 넓혀 에코시티와 혁신도시, 신시가지 등 더 많은 시민이 영화를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영화 속 캐릭터가 거리 위에 등장하기도 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함께 한 ‘스타워즈 데이’ 행사가 영화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스타워즈 데이’는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인 “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길 (May the Force be with you)”의 영어 발음이 5월 4일(May the Fourth)과 비슷해 생겨난 전 세계적인 축제일이다. 지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큰 호응을 얻은 이후 4년 만에 다시 전주를 찾으며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매해 성장하는 영화제로 


10주년을 맞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부터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까지. 새로운 시도나 성과와 더불어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기념일도 많았다. 그 만큼 의미 있고 풍성했던 영화 축제는 잠들어 있던 영화인들의 열정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았다. 전주 돔의 공백으로 인해 다양한 공간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보니 영화제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이동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인기 상영작들의 상영시간이 몰려 관람을 못 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온라인 사전 예매를 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여유 있는 현장 예매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주영화제는 팬데믹의 고비를 지나 한 걸음 선을 넘었다. 이제 ‘성장’하는 영화제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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