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성의 새 이야기
도약을 위한 가을의 철새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오리과(科) 새는 모두 54종으로 오리류, 기러기류, 고니류를 포함합니다. 대표적인 겨울철새이며 중대형 크기에 잡식성으로 들판을 끼고 있는 강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전북 지역에서는 만경강, 동진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어느 곳에서나 관찰이 가능합니다. 옛 부터 시, 동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우리에게는 친숙한 새로서 기러기류 외에는 사람을 크게 겁내지 않으므로,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 탐조 입문으로 적격인 새들입니다. 암컷들은 모두 칙칙한 보호색을 띠고 있어서 구분이 어렵지만, 수컷들은 다양한 깃털 색을 가지고 있어 쉽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오리는 분류학적으로 참새나 까치, 비둘기 등과는 먼 사촌에 해당하기 때문에 생활 습성이 이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깃털을 가진 채 태어나 바로 걷고, 헤엄도 치며, 먹이 활동도 합니다. 또한 물, 하늘, 땅 어느 곳에서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오리는 자신의 알을 다른 오리 둥지에 몰래 낳기도 합니다. 동화 ‘미운 오리 새끼’에서 오리와 백조(고니)가 한 형제로 등장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런 사실에 근거한 설정입니다. 옛부터 ‘정절’의 상징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암컷과 수컷 각각 다른 배우자를 찾아 몰래 짝짓기를 하며, 특히 청둥오리는 다른 오리류를 ‘겁탈’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탐조 과정에서 오리 ‘잡종’을 흔히 발견됩니다.
오리의 깃털갈이는 다른 새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오리는 늦여름 암컷이 알을 낳자마자 수컷들이 먼저 깃털갈이를 시작합니다. 깃털갈이를 위해 북극 가까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날아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오리들은 비행깃을 포함, 전체 깃털갈이를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날 수가 없어 천적에게 아주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이 한 두달 기간 동안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를 ‘레임 덕’하며, 이런 오리는 사냥하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시기 직후 한번 더 일부 깃털갈이를 하여 수컷들은 멋진 색상으로 치장하고 무리를 지어 우리나라로 월동을 위해 날아옵니다.
오리류는 약 3,000천 전부터 가금으로 길들여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거위는 특유의 예민함과 큰 울음소리 때문에 밤의 파수꾼 역할을 했으며, 사람들에게 알과 고기를 제공하였고, 날개깃은 깃펜의 재료로 이용되었고, 근래에는 방한재료인 Down을 제공하는 등 여러 면에서 사람에게 고마운 새이기도 합니다.
김윤성 아마추어 탐조가•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