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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 | 특집 [지역출판문화의 부흥을 꿈꾸다]
살아남은 지역 서점을 들여다보다
강미선/김도연(2017-01-20 10:49:53)



오픈 마켓과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 등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크고 작은 지역 서점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급기야 오프라인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 전 책을 훑어보기 위한 장소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서점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 새로운 책과 출판에 관한 이색적인 문화공간도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전주 홍지서림
부산의 문우당 서점, 대전의 대훈서적, 대구 제일서적, 광주의 충장서림. 어느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서점들이 10년 전만 해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40∼50년의 역사를 지닌 서점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전주도 다르지 않다. 전주 도심의 한복판에 위치했던 민중서관과 대한문고가 문을 닫으며 홍지서림만이 종합서점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다.
1963년 동문거리에 작은 서점으로 시작한 홍지서림은 현재 종합서점으로서 본점과 3개 지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점만 16만권, 지점까지 합하면 25만권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호남권에서 제일 큰 지역서점인 셈이다. 지역출판사 책들을 선정하여 판매하고 있어 자비로 책을 낸 지역작가들의 유일한 판매처이자, 우리지역과 우리지역 출신 작가들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현재 회원고객만 7만 명 정도로 나름의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50년 이상 운영되며 지역 사람들의 추억공간으로 깊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홍지서림 또한 온라인서점의 확장과 책에 대한 관심 감소 등 서점업계의 불황을 똑같이 겪고 있다.
양계영 사장은 지금이 서점의 제일 위기라고 이야기한다. "한 10년 동안 온라인서점의 입지가 확장되면서 오프라인서점들의 매출이 급감했죠. 처음에는 온라인서점의 시장점유율이 10∼20% 내외였다면, 지금은 70% 이상을 점령하고 있어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책은 서점에서 보고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경우인거죠. 그나마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참고서 분야도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에요."
2000년도부터 인터넷이 활성화되며 책은 하향세를 겪고 있다. 콘텐츠의 접근성이 다양해지며 활자매체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 더불어 문화, 콘텐츠를 보는 시선이 공산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같아진 점도 지역서점에게는 고충이 되고 있다. "물론 삶이 팍팍하고 책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책은 공산품이 아니라 문화 작품이거든요. 소비재가 아니라 문화재이죠. 예를 들면 화장지 하나를 사려면 뭐가 더 저렴한지 비교하지만 화장지는 반복구매를 하죠. 그런데 책은 주로 또 사지 않아요. 각각의 책들이 가치 있는데 이걸 동일하게 바라보고 좀 더 할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인식 속에 무분별한 할인을 제한하기 위해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효과는 미비하다. 이와 비교해 프랑스의 강력한 도서정가제법인 김영란법은 다양한 서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아마존이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로 배송비 할인이나 마일리지조차 불가능하게 법에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확고한 정책으로 프랑스에는 전문서점, 지역서점 등 다양한 서점들이 동네마다 위치하고 있다.
책 판매만으로는 매출을 올리기 힘든 지금, 서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홍지서림은 종합서점으로서 궁극적으로 서점의 본분인 손님이 원하는 책을 갖추고 있는 서점을 지향한다. "서점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은 놀러 오는 것도 아니고,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책을 사러 오시니까요. 한 손님이 서점을 나가시면서 지나가는 이야기로 '홍지서림에 없으면 다른데서는 못사잖아'라고 하신 말이 가슴에 와닿더라구요."




삼례는 책이다, 완주 호산방 고서점
요즘 사람들은 종종 헌책방을 고서점이라 부르고, 고서점을 헌책방이라 부른다. 이는 그만큼 고서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헌책방'과 '고서점'은 엄연히 다르다. 모든 책이 오랜 시간을 거쳤다고 해서 고서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20년, 30년 후에도 소장할만한 책이어야만 비로소 '고서'라고 말할 수 있는 것" 호산방 고서점 박대헌 관장의 말이다.
현재 전국에 남은 고서점은 50개 미만일 정도로 몇 몇 서점들만이 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수준이다. 호산방 고서점 또한 마찬가지로 삼례에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호산방은 1983년 서울 장안평 고미술 상가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유명세를 탔던 고서점으로 나날이 번창해 1999년에는 강원도 영월의 폐교를 개조해 책박물관을 열기까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운영상의 어려움과 자치단체들과의 갈등 등 때문에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러던 중, 삼례 책마을을 조성을 추진 중이던 완주군과 인연이 닿아 만들어진 것이 '삼례책마을'이다. 호산방 고서점은 삼례책마을 안에 위치해 있다.
호산방 안에는 조선시대 고서적, 중국 고서적 등 각종 희귀서적까지 10만여 권이 넘는 도서가 있다. 하지만 호산방을 찾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뜸하다. 고서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인식 때문이다. 박대헌 관장은 삼례로 이전하기 전 '고서특강'을 여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고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고서 문화가 자리 잡는 과도기에 놓여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몇 몇 사람들은 왜 서울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삼례에 있냐고들 말해요. 하지만 어디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죠. 고서적에 관심 있는 전국의 모든 사람들을 삼례로 오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서점이 아닐까요" 더불어 박대헌 관장은 각 지역서점과 출판사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오늘날 서점들은 특색이 없어요. 이 서점에 가도 저 서점에 가도 모두 똑같은 책만을 팔죠. 지역서점들은 한 권의 책을 팔더라도 몇 십년 뒤에 판매될 수 있는 책을 판매하고, 출판사들은 그런 가치 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초의 미리내 서점, 정읍 '보람서점'
정읍 보람서점은 전북 지역 최초의 미리내 서점으로 유명하다.'미리내'란 은하수의 순우리말로 은하수의 수많은 별처럼 기부의 물결이 이어지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있는 말이다. 2013년 5월부터 시작된 미리내 운동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가게의 물품, 식품 등의 값을 미리 지불해 놓는 나눔 실천 운동이다. "처음엔 미리내 서점이 됐다고 해서 큰 기대는 안했어요. 하지만 책을 구매하면서 만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고 가는 손님들도 있고, 어떤 손님은 책을 100권이나 기부했어요. 제 편견을 깨는 일이었죠. 그럴 때 최초의 미리내 서점이 됐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1994년에 처음 문을 연 보람서점은 처음엔 수험서 전문서점으로 시작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터라 수험 정보도 제공하고 그 관련 책도 판매하면서 보람서점은 경쟁력 있는 지역 서점으로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서점을 의지하는 사람들은 줄어만 갔다. "서점보다 인터넷에 수험 정보가 올라오니 저희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갔어요. 이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다른 일반 소설책과 문학 책 등을 들여오면서 종합서점으로 바뀌게 됐죠"
종합서점으로 바뀌며 다양한 서적들을 취급하기 시작했지만, 인터넷 서점들과 경쟁하기엔 정보와 가격적인 면에서 역부족임을 느꼈던 보람서점은 2015년 8월, 서점을 이전하면서 서점 내에 '추억의 점빵'과 '추억의 교실' 등을 꾸몄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인터넷 서점과 경쟁할 수 있고, 동네 서점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다가 서점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즐길거리, 볼거리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로 서점 한 켠에 옛 추억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봤어요.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추억의 공간에 와서 사진도 찍도 책도 보고 가죠 서점은 무엇보다 특색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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