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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 | 특집 [원음방송 <80일간의 인디여행> 제작기]
독립음악과 독립음악인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박종훈(2016-08-16 10:09:23)





원고부탁을 받는 경우 먼저 "아 내가 이 글을 써도 될까? 능력이 갖춰진 사람일까!" 자문을 하게 된다. 주제에 대한 의견이나 이론을 다른 분들께 전달을 할 때는 최소한의 경험과 지식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글 쓰는 이의 정확한 사고의 중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경우, 대부분 그런 조건들에 부족함이 많다보니 원고 청탁을 거절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인디음악에 관한 원고에 선뜻 응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20년 가까운 방송생활동안 그래도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인디음악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지난 가을개편 때 처음 접했으니 이제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이 분야에서는 초짜 PD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는데,  '인디음악'의 '인디'라는 단어가 주는 독특한 치기(?)성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기 때문이다.
 인디음악은 오래 즐겼다고 잘 알고, 처음 접했다고 모르는, 그렇게 쉽게 속살을 내보이는 장르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전문인이 아닌 초짜PD가 생각하는 '인디음악'은 어떤 것일까.
나는 지금 인디음악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80팀 라인업으로 이루어진 6개월짜리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느끼고 또한 알게된 이야기를 소개할까한다. 초짜 PD의 어설픈 인디프로젝트 제작기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Independent'음악, 인디음악이란 말은 장르는 아닐 것 같다. 그럼 형태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혼자 작곡하고 초창기 가내수공업 스타일로 혼자 제작하면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남의 도움(?)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만들어내는 음악이란 뜻 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간섭' 받기 싫어서 탄생한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
사실 이 인디펜던트, '독립' 이란 표현은 참 애매하다. 곡을 쓰고 가이드까지 떠 놓은 음원이 대중들에게 유통이 되려면 스튜디오 녹음부터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누군가의 '긍정적인 간섭'이라고 할만한 '도움'이 있었다면 또 그 도움의 양이 자본력 이란 표현을 붙여도 괜찮을 정도로 컸다고 한다면 그 곡은  인디음악일까 아니면 대중음악일까. 
반대의 경우도 그렇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유명한 음악가가 어느날, 회사가 아닌 집에서 혼자 뚱땅거리면서 장난처럼 작업하고 녹음해서 직접 음원유통까지 진행시켰다면 이 곡은 과연 인디음악의 형태에 들어갈까 아닐까. 창작부터 유통까지 말 그대로 다 독립적인 형태를 갖추었으니 분명 '인디'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영역을 가리는 일은 쉽지 않다. 
다시말하자면 '인디펜던트-독립'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가 명확하게 규정되기 어렵다. 굳이 두리 뭉실하게 생각한다면 이분법적 나눔은 아니지만, 수익을 전제한 대중가요 중심의 자본회사가 만들어내는 음악과 그 형태와는 좀 다른 '좋지만 또 괜찮은'형태, 즉 수익이 생기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많은 대중들이 좋아해주면 좋지만 내 음악색깔에 충실하다면 또 괜찮은, 거대한 자본사가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틀림없이 '간섭'할 것이므로 처음부터 혼자 제작하기로 마음먹어서 괜찮은, 그런 음악이 인디음악이 아닐까 싶다.
또한 형태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가요는 작곡가와 연주가, 가수가 역할을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디뮤지션들은 작곡자 겸 연주, 보컬을 겸하는 구조가 보편적이다.
시대적으로도 조금 변화가 있었다. 철저한 가내수공업으로 시작된 인디시장은 20여년 전 부터 음악시장이 커지면서 소속사를 끼고 있는 경우도 많아졌고 구성원도 인디가수만 모여 있는 소속사에서 메이저와 인디 둘 다 키우는 중형 기획사까지 다양해졌다.
적어도 초짜PD가 분석한 대한민국 인디음악에 대한 단상은 그렇다.

앞에서도 소개했지만 나는 지금 <80일간의 인디여행>이란 프로젝트를 제작해 진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작비를 지원하는 형태의 프로젝트다. 워낙 많은 기획안들이 올라와서 통과가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외롭고 힘든 대한민국 청년세대에게 위안이라는 컨셉, 아니면 뭔가 제대로 놀아 보고픈 청년공간이란 고민에서 출발한 기획안이 1차 심사를 통과했고 80팀이란 제법 거창한(?)라인업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왜 80팀인가라고 묻는다면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연상되어 정했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는 라인업이다. 100팀을 해도, 행운의 77팀으로 구성했어도 큰 의미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3000여팀이나 되는 우리나라 인디음악계를 한번쯤 80팀 정도로 묶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참 괜찮은 인디밴드팀들을 한 그림에 넣어서 연작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평소 바람이 실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피소드 하나, 기획안을 심사 받을때 7~8명의 각계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묻고, 따지고, 현실적인 방안제시 요구 등 상당히 까칠한(?) 질문들을 한다. 그 중 한분이 우리가 구성한 기획 예산안에 인디팀 80팀 출연료로 상당액수가 책정된 부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인디팀들이야 무대에 세워주는 것만도 고마워 해야 하는데 출연료까지 주면서 예산을 써야 하느냐." 독자분들은 어떤 답을 하셨을지 궁금해진다. 내 답으로 심사 분위기가 싸~해진 그러나 별 재미 없었던 내용이었지만 심사결과만큼은 흥미로운 반전이 있었다.
우리 인디음악계에 대한 독특한 고정관념을 가진 그런 심사위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에 올린 예산안 금액의 100% 지원 결정이 났다는 사실이다. 실제 많은 기획안의 경우, 기획자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절감하는 방식으로 예산이 조정되는 경우가 많은 환경을 감안해보면 성공적인 결과였다.
이런 우여곡절을 통해 지난 6월 14일 첫 공개방송이 있었다. 지금까지 진행된 공연은 5회, 오는 11월 30일까지 60팀 15회의 콘서트가 더 남아 있다.
많은 독자들이나 인디음악 마니아들은 3000팀중에서 80팀을 어떻게 선정하는지  라인업 선정방식이 궁금하실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공정성을 위해 제작자는 참여하지 않고 선정위원 6분께 심사를 의뢰했다. 김은석(음악평론가) 구둘래 (한겨레신문 대중가요 담당기자) 김영등(예술시장 프리마켓 대표) 강일권(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김주미(레이블 선데이디스코 대표) 허 진(밴드피플 라디오스타' 진행자)이다. 이들은 각자 무작위로 60팀을 추천이유와 함께 추천하는데, 그들중 복수의 추천을 받은 팀이 라인업 대상으로 선정된다. 
현재 40팀이 선정되었고 3차 라인업 20팀을 새롭게 추천받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1,2차와 달리  지방에서 활동 중인 인디밴드들을 초청하는 무대를 기획, 지역 언론인들을 통해 추천을 받아 지역인디밴드와 함께 어울리는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인디음악을 잘 모르는 초짜PD여서 아직 지역인디밴드들의 고충을 몸으로 느껴보지도, 또 혹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80일간의 인디여행]이란 장기간의 음악여행을 통해, 부족한 음악실력도 채우고 인디음악과 더 친해지기 위한 몸짓을 통해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내가 얻은 답이 있다. 인디음악을 알고 즐기고 싶다면 일단 인디밴드의 무대를 공유하라는 것이다.
인디밴드에 대한 큰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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