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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 | [문화저널]
작은 실천으로 지키는 환경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
겸연희․문화저널 기자 (2004-01-29 16:25:21)
몇 년 사이에 ‘무공해’나 ‘저공해’란 말의 쓰임이 부쩍 늘었다. 가정에서 많이 쓰이는 합성세제에서부터 과일이나 야채등 식품에 이르기 까지 ‘무공해’란 말이 붙어다니고 있다. 요즈음 주부들 사이에는 무공해비누를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상생활의 손쉬운 작은 실천에서부터 공해를 추방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리라. 환경문제만큼은 ‘내문제 네문제’ 따질 여유가 없이 우리의 현실에 급박한 위기로 다가와 있다. 환경위기를 물리쳐보고자 하는 몸부림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곳곳에 환경단체가 구성되는가 하면 공해 추방 실천활동이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해추방 실천활동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주부라 생각된다. 수질, 식품, 쓰레기등 가정생활과 밀접한 생활쓰레기가 아직도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기에 가정에서의 주부의 역할은 환경살리기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가장 가까운 생활을 하는 주부들이 환경에 대해 주부입장으로서의 전문성을 담보해내겠다며 모임을 구성했다. 전주민주여성회 산하 단체인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이다. 민여회의 주부모임으로 출발해 90년 5월 민여회의 제2기 여성학교 주부교실을 열면서 환경문제와 여성문제를 주제로 교육받았던 10여명이 회원이 되어 ‘여성이 주체가 되어 환경운동을 실천한다’는 목표아래 활동하기 시작했다.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은 주부를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확산시켜 나가는 지역교육의 담당자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여 나가는데 여성이 주체가 되는 것은 물론 스스로가 환경운동의 주체로 서기 위해 시작한 이 모임은 10여명의 회원이 모인 출발이었지만 전북지역의 깨끗한 환경을 지켜 간다는 의미에서는 큰 의미를 지닌 출발이었다. 1. 공해문제를 생각하는 여성들의 모임. 1.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열어가는 여성들의 모임. 1. 맑은 물, 깨끗한 환경의 전주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모임. 1. 우리 주변의 공해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시정하는 여성들의 모임. 1. 여성들이 함께 할 때만이 공해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이를 위한 작은 실천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모임. 1. 우리 환경을 지키는 우리 이웃 여성들의 모임. 아주 평범하고 쉬운 말이지만 큰 힘을 지닌 모임임을 알려주는 취지문이다.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 다른 모임과 다르게 구체적이고 정확하고 솔직한 명칭을 가진 이 주부들은 말로만 듣던 환경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신만의 인식에 그쳐서는 안됨을 깨닫기 시작했고 이웃과 같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기도 했다. 실천이전에 이 모임이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삼은 것은 환경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었다. 알맹이없는 실천보다는 환경을 왜 지켜야 하는지, 어떻게 환경을 지켜가야 하는지 하나 하나 배워가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환경정책, 핵문제, 수질문제, 식품문제, 대기오염, 쓰레기오염에 이르기까지 주부 한 사람 한 사람은 전공분야를 선택하여 전문 환경요원의 자격을 갖추기에 열심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이는 그날의 발제자는 발표주제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발표자뿐 아니라 그 공부에 참석하는 회원 모두는 성의있는 진지한 태도로 환경공부에 임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전해주는 환경문제는 자신의 일과는 동떨어진 일로 멀게 느끼던 것을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 자료를 모으고 공부해 여러 회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학습시간을 주부들은 어색함과 수줍움으로 시작해 이제는 몇십명에서부터 몇백명에 이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강의를 할 수 있는 환경강사가 되었다. 어느 곳에서 강의요청이 들어오면 미리 회원들앞에서 실제로 똑같은 순서로 강의를 연습하는 등 전문강사로서의 철저한 준비를 했다. 주로 처음에는 학교에서의 자모회시간이라든지 어버이나 아이들에게 시범수업으로 환경에 대해 강의를 했다. 요즈음에는 다른 강의에도 곧잘 초청받기도 한다.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는 많이 서툴렀습니다. 몇 명이서 하는 공부였지만 공부하는 한사람 한사람은 나름대로 성의를 가지고 임했습니다. 틀린 곳이 있으면 고쳐주기도 하고 발표후에는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며 평가회를 가지고 보충토론을 했습니다.”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을 처음부터 주도해온 고영자(민여회 대표)회장은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환경은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은 안으로는 실력을 쌓으면서 밖으로의 활동을 서서히 시작하고 있다. 최루탄의 유해성을 알리는 가두캠페인을 벌이며 전경들 꽃 꼽아주기, 환경소식지 1호를 제작 배포했다. 91년과 올 초 ‘어머니 환경교실’을 우아동과 효자동에 두차례 가졌다. 지역교육의 확대일환으로 시작한 이 행사는 지역 주부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다. ‘식품첨가물의 종류와 문제’ ‘수입식품-알고 먹어야 한다.’ ‘매일 식단에 오르는 농약’ ‘합성세제의 문제와 수질오염의 정도’ ‘쓰레기문제-무엇이 문제인가?’ ‘대기오염-서울만의 문제 아니다.’ ‘우리 아이들과 전쟁문화’ ‘우리 사회 공해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등 함께 배우는 주제와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교실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으로 만들어 졌나’ ‘노트 한권에 사라지는 나무들’ ‘ 이제 엄마를 감시하세요’ ‘차돌이는 환경박사’ 등 어린이 환경주제와 더불어 무공해 비누 만들기, ‘어머니들의 살림운동․누가 지킬 것인가?’ 등의 비디오 상영, 함께 나누는 음식등 엄마와 아이가 실천하는 주제를 가지고 열린 환경교실은 주부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또한 환경교실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고 교육효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문서화된 자료를 신뢰했고, 엄마의 잔소리가 아니라 공식화된 강의를 통해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었기에 효과는 매우 높았다. 환경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망설여지고 혼란이 많은 지금 생활에 관련된 환경교실은 주부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행사였다. 물론 이 행사의 강사도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의 회원들의 몫이었다. 똑같은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주부들의 강연이기에 친근하게 금방 다가설 수 있었고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실천할 수 있었다. 세 살박이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은 이제 막 걷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걸음마가 순탄치 못하다. 늦걸음 에 부추겨 주는 힘이 부족하다. 주부의 시간적, 현실적 제약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나마 빠듯하게 움직이는 회원들이 빠져나가기도 해 기동력이 없어 보인다. “주부모임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워낙 많은 제약이 따르니 모임이 자리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요즈음의 주부들은 움직이길 원합니다. 더군다나 환경에 대한 인식은 많이 확산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끌어내올 수만 있다면 우리의 모임은 전문적 지식을 확보한 환경교육전문요원을 키워내는 일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을 펼쳐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밝히는 고영자회장은 환경에 대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장기적인 사업계획 수립 등을 통해 환경에 관심있는 주부들을 모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의 회원들은 이론에도 열심이지만 나름대로 각자의 집안에서, 우리의 이웃과 함께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하고 있다. 고영자회장님을 만나는 동안 집 한귀퉁이에서는 극소의 양의 음식찌꺼기를 묻고 있었다. 잠시후에는 깨끗이 씻어서 말린 우유팩을 한아름 들고 오시기도 했다. 또다른 회원 한사람은 자기가 사는 아파트동의 쓰레기의 분리 수거를 책임지고 맡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들의 작은 실천뿐 아니라 여러 단체들의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이 일어나고 있다.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에서는 이러한 단체들과도 연대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좀 더 많은 대중을 위한 무공해용품 판매도 구상중이다. 장기적으로 이 모임이 담보해 내야할 사업이 많이 산재해 있다. 현재의 침체기를 극복하고, 주보로서의 많은 제약을 극복하고, 전북의 환경을 위한 힘있고 꿋꿋한 단체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 하루 평균 1인당 2.2kg의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다. 환경을 지키려 애쓰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더 이상 ‘환경보전’이 머릿속의 개념에 머물러 있어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머릿속의 개념을 실천으로 옮겨내는 용기있는 주부들과 함께 환경을 지켜내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누구에게 국한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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