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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8 | [건강보감]
신경성 식욕부전증
황익근․전북대 의과대교수 신경정신과 (2004-01-29 14:45:37)
신경성 식욕부전증이란 음식물에 대한 욕구가 없어지고, 심지어는 음식물에 대한 혐오감마저 생기는 정신 신체장애의 일종이다. 신체적 질환은 앓고 있을 때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음식물에 관한 상기현상이 생길 경우 신경성 식욕부전증이라 한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이런 저런 검사를 다 하고서도 환자에게서 특별한 신체적 이상을 발견할 수 없을 때에 “신경성”이란 말을 곧잘 쓰는데 신경성 식욕부전증의 경우도 식욕부전등의 원인을 신체적인 면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신경성”이란 수식어를 쓰고 있다. 신경성 식욕부전증은 거의가 20세 전후의 미혼여성에서 발병하는데 그중에도 사춘기 소년들에게서 빈발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서서히 입맛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일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입에 대려 하지도 않는다. 그대신 냉커피, 냉수, 식초 등 영양가가 거의 없는 음식물을 선호하며, 가족 몰래 이뇨제나 설사제를 사서 복용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은 내심으로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런 생각은 물론 객관성이 전혀 없다. 너무 체중이 감소되어서 피골이 상접한데도 자신은 아직도 비만하기 때문에 살을 더 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영양가있는 음식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면서도 때로는 몰래 폭음 폭식하는 일도 있으나 곧 이어서 먹음 음식을 모두 토해버리고 심한 자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체중감소가 현저하고 월경도 중단되지만 환자는 이런 생리적 변화화 대해서 무관심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아상태에 있는 사람과는 다른 특징이 있는데 그렇게 영양실조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배고픔을 거의 느끼지 않으며, 매우 활동적이고 또렷또렷한 정신상태를 유기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평균이상의 지능을 갖고 있으며, 성격상 매우 경쟁심이 많고, 자기 과시적이며, 야심적인 반면 정서적인 면에서는 미숙하다. 혹자는 신경성 식욕부전증의 심리적 원인중의 하나로 임신에 대한 무의식적 불안과 거부감을 들고 있다. 살이 쪄서 뚱뚱해지는 것과 임신을 동일시 하여서 임신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으로 살찌는 것을 혐오하게 되고, 그 결과 음식물에 대한 혐오증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와같은 신경성 식욕부전증이 서양에 비해서 동양 특히 우리나라에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 와서는 그런 경향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질환이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근자에 와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와같은 경향은 아마도 여성의 성적 매력에 관한 기존관념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좀 마른 듯 하고 군살이 붙지 않은 팔등신의 여성이 성적 매력의 상징이 되고, 그런 여성에게 더 높은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서구화된 여성관이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하고, 그런 욕마이 병적으로 발전하여 신경성 식욕부전증에까지 이르게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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