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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 | 연재 [문화저널]
독자의 편지
이미송박귀주(2004-01-29 10:53:37)

삶과 문화의 분리

이미송

바람이 불더니만 땅위에선 어린 꽃잎이 떨어지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그에 발맞추어서 숱하게 울고 웃고 일어서고 쓰러졌다. 힘없는 송사리에게는 혹독하게 굴면서 못된 매기에게는 너무도 관대한 용왕님과 그의 충직한 부하들은 불쌍한 송사리만 퍽이나 잡아갔다. 그들의 빈자리가 우울하다. 그리움으로 가슴이 탄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며 살아간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그 아름다운 일이 기쁨으로 충만되어야 함에도 등허리 대고 잠잘곳이 없어 목메는가 하면 배고픔으로 바닥을 박박 기며 목숨을 연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머리풀고 땅을 쳐대도 억울한 일이다. 노여운 일이다. ‘나라님 하시는 일인데…’의 여운으로 꾸역꾸역 치밀어 오르는 원망을 절대적 믿음으로 함축해 버리시던 어머니가 이젠 ‘원수놈 먹여 살리려고 피붙이 살 뜯어대서야 원…’으로의 분노와 노여움을 나타내시기 까지는 숱하게 허물어지고 참고 견디어 오셨으리라 이를 생각하자면 눈물로도 감당못할 슬픅으로 목이 메인다.

일어서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책저책 주어 넘기다가 전북 문화예술정보지라 자칭하는 「문화저널」과 만나게 된지 두해가 넘는다. 매월 발행일쯤 되면 기다림으로 설레였다가 만나고 나서는 실망으로 이어지기를 반복하더니만 이젠 나의 작은 가슴에는 화딱지가 생겨 버렸다. 사치와 향학과 음담패설과 선정적인 성으로 떡칠되어 지어미가 지아비를 불신하게 만드는 형형색색의 잡지들이 분을 잔뜩 찍어 발린 호박꽃이라면 문화저널은 몇뿌리 안되는 고귀한 난이리라. 나는 개인적으로 천박한 향수를 풍겨대지 않는 한 뿌리의 난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혼자 잘나고 고귀한 난인들 무슨 소용있으랴. 안방에서나 고이 모셔지고 말 것을….

이 사회에서의 예술은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기름이 아니다. 삶의 총체가 문화이며 그것이 곧 예술인 것이다. 허나 「문화저널」은 삶과 문화를 분래해 놓았다는 느낌이다. 여유있는 자들의 앎의 자기 충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양 모교수의 글이며, 무슨무슨 작가가 권하는 책이며, 인물. 물론 민중의 삶으로부터 존재로부터 출발하고자 애쓰는 흔적은 역력하나 아직까지는 제자리 걸음에서 오른발 내밀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 사회에서의 「문화저널」의 역할은 신윤복을 찾아 나서는 것보다, 김홍도를 찾아 나서고 더 나아가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깊게 패인 이마위의 고랑과 갈라터진 발바닥의 삶을 고민하고 찾아나서는 일이다. 즉 읽을 거리들이 좀 더 우리의 현실에 맞는 이말은 투쟁을 외쳐대는 혁명을 말함은 아니다. - 내용으로 꾸며져야 하리라. 그리고 소소한 부분이지만 편집에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읽기 쉽도록 편집을 하였으면 한다. 냉정히 말하자면 「문화저널」의 편집은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한해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파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울어야 할지 아직 모를 일이다. 순결한 강토위에 외제 문둥이들이 지랄발광을 하는 땅. 그러나 짓밟히고 뭉그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풀꽃들이 있기에 내일이 있고 아름다운 땅. 그 풀꽃들과 함께 더불어 숨쉬는 「문화저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눈물겹다.
이 바램은 「문화저널」편집인들만의 임무로 끝나서는 아니되리라. 이 땅을 사랑하고 건전한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모든이의 사랑이 담긴 뜨거운 가슴으로 함께 이루어 나갈 일이다.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 3구


우리 문화 사랑하기
박귀주

그동안 우리 문화 양식은 알게 모르게 많이 변해 있었다. 쓸데없는 양식을 도입함은 물론이며, 서구식의 군더더기와 같은 매너리즘에 빠진 책자들이며, 종일 들여다 보아도 건질 것 하나 없는 주변적인 이야기만 주욱 늘어놓은.
솔직 담백하고 ‘우리의 것이다’하고 내보일 수 잇는 읽을 거리를 내놓는 무크지 한권이 없었던 것이 우리의 실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향토의 구석구석에 먼지가 덮힌 채로 녹슬어가는 유산들이여 - 솟대나 장승과 같이 - 실제로 우리에게는 그러한 모습들을 돌이켜보고 깨끗한 의식을 심어줄 만한 읽을 거리가 절실히 필요했었다. 그러한 모습을 담은 책자가 바로 「문화저널」이 아닌가 싶다.
내가 알기로 「문화저널」은 문화를 사랑하는 몇몇 분들이 자그마한 동아리처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마냥 새롭고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단장하는 「문화저널」을 볼 때 새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문화를 지켜나가고 또한 휩쓸려가지 않는 우리 자신의 문화를 물려주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물론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양복을 입고서도 자연스레 생활하고 있지만 우리 민중이 변하고 우리 사는 터가 변화하고 있는 중에도 내면 깊숙이 흐르고 있는 우리 자체의 삶,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은 결코 변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문화저널이 우리 민중의 삶, 그들의 주변에서 가꾸어 지는 문화이면서 또한 문화저널만의 독특함을 지니면서, 필독해야 하는 원고들을 실어나가기를 바란다.

이리 삼호어묵 대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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