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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 | 기획 [남원의 판소리]
판소리의 고장 동편제를 완성하다 ②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인터뷰
창극으로 판소리 대중화의 길 열겠다
신동하 기자(2022-10-12 13:26:02)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인터뷰

창극으로 판소리 대중화의 길 열겠다





광한루원의 완월정에선 민속국악원 소속 기악단의 공연이 한창이다. 그 뒤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단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꼼꼼하게 무대를 모니터링하는 이가 있다. 민속국악원장인 왕기석 명창. 그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수궁가 예능 보유자로서 직접 무대에 서서 완창 판소리를 하며 소리를 알리고 있기도 하다. 문화의 최전선에서 소리의 대중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왕 명창을 만났다.

전통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시대를 반영한 다양한 장르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몇백 년 동안 이어져 온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시 몇백 년 동안 그대로 이어가야 하고 창작 창극들도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우리 음악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국악을 큰 틀로 보면은 궁정 음악과 민속음악 이렇게 나뉘어요. 궁정 음악은 궁궐 안에서 제사를 모시거나 잔치를 열 때 연주된 음악이고 우리가 담당하는 민속음악은 민초들과 함께하면서 이어 온 음악들입니다. 우리는 시대가 변했다고 민속음악을 뿌리째 흔들 수는 없는 것이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공연 중인 광한루원 음악회도 그것의 일환입니다.”


그의 신념은 민속국악원의 공연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다양한 연령대의 문화를 흡수하여 그것에 맞는 레파토리를 개발하는 것. 민속국악원이 ‘어린이 창극’에 특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가 국립극장에 있을 때, 어린이 창극을 담당했어요. 아이들 방학 시즌에 맞춰서 전통 창극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각색한 공연을 올렸어요.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시도였는데, 이게 웬걸 하루에 삼 회씩 올라갈 정도로 대박이 난 거예요. 그때 처음 느꼈어요. ‘창극의 미래는 여기에 있구나‘ 하고요. 우선은 아이들을 데리고 젊은 엄마 아빠들이 함께 볼 거고요. 아이들이 자라면 어릴 적 추억을 따라서 또 아이를 데리고 올 거예요. 그러면서 전통 창극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거죠.”


지난해 8월, 국립국악원은 왕 명창의 임기 연장을 기념하여 시설 현대화 공사에 착수했다. 130억의 사업비로 지하 주차장을 건립하고 공연장 로비를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외연의 확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불러올 것이었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민속국악원 내의 공연장을 쓸 수 없었기 때문. 그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남원과 인근 지역의 공연장들과 협업하기로 한 것. 이 일을 통해 민속국악원은 창극단의 실력을 대외적으로 뽐낼 수 있었고, 지역의 공연장들은 문화애호가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지금 국립민속국악원이 큰 공사를 하고 있어요. 올 연말에 공사를 마치고, 내년 초에는 재개관을 하는 것으로 계획 중이에요. 기존의 협소한 로비를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도록 확장하고, 공연이 아니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가족들과 놀러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우리 공연장을 쓸 수 없어요. 자연스럽게 국립민속국악원 연주단의 작품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기로 했어요. 인근에 있는 지리산 소극장이나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주로 공연하고 있어요.”


왕 원장의 고향은 정읍이지만 그의 남원 사랑은 대단하다. 2018년부터 국립민속국악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그는 임기가 끝나도 계속 남원에 머물고 싶다고 말한다. 농번기가 되면 어르신들을 모시고 소리를 한바탕 하며 지내다가 국악의 성지에 묻히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남원에 노후를 위한 작은 집도 마련해 두었단다.


신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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