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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 | 문화현장 [문화현장]
표현이 서툴 뿐, 모두 다르지 않다
한사랑 문화공동체 아이리스 사진전
이동혁(2019-05-31 15:54:46)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거나 알아도 어렴풋한 정보밖에 없을 때, 우리는 대상의 단면만을 보고 그럴 듯한 이미지를 상상하며 편견과 오해의 눈초리를 키운다. 과거 번개의 원리가 해명되지 않았을 때,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벼락을 보고 신의 분노라 부르며 두려워한 것과 같은 이치다.
정신 질환도 마찬가지다. 뉴스가 생산해 내는 자극적인 소재만을 보고 정신장애인들을 일종의 예비 범죄자 그룹으로 오해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편견과 오해를 깨고, 더불어 사는 세상의 모습을 실천하고자 완주 '한사랑 문화공동체 아이리스'에서 의미 있는 사진전을 개최했다. 사진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물고 있는 그들, 그 현장을 문화저널이 들여다봤다.



지난 4월 16일과 17일, 완주 상관면 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를 주제로 특별한 사진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아이리스'는 정신장애인들과 사회복귀시설 한사랑 직원 20여 명이 함께 꾸린 문화공동체다. 그들은 3개월간 상관의 경찰서, 마트, 은행, 예술가의 레지던시 공간 등을 돌며 다양한 만남을 갖고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아 왔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만남의 결과물로써 아이리스 회원들이 사진을 매개로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이며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뜻깊다.
총 네 개 섹션으로 진행된 이번 사진전은 '나의 이야기', '서로를 말하다', '상관마을', '상관마을 사람들'로 총 200여 점이 전시됐다. 주민들과의 소통이 담긴 사진들뿐 아니라 아이리스 회원들이 직접 쓴 글들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첫 섹션인 나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얼굴 사진과 함께 스스로를 소개하는 글을 전시하기도 했다. 글에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것이 취미라거나 여행을 떠나고 싶다거나 운동을 좋아한다는 등 보통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


평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쓴 손 편지도 감동을 자아냈다.


경찰 아저씨들에게
항상 저희들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경찰 아저씨들에게 편지 씁니다.
항상 수고가 많습니다. 도둑들도 잡고 나쁜 사람들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범인들을 검거할 때 몸조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박또박 눌러쓴 글씨와 감사의 마음이 가슴을 울린다. 이번 활동을 기획한 아이리스 회원 김언경 씨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주민들의 따뜻함을 느끼고, 편견을 거둘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정신장애인들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문화 활동을 통해 더불어 사는 마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선입견 때문인지 무척이나 난해하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웃다가 울기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심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소통하길 바라고 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들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자. 그들처럼 따뜻하고 인정 많은 사람, 달리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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