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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 | 기획 [우리 음악의 꽃, 산조]
젊은 연주자들, 산조를 말하다
국악 앙상블 ‘지교’
이동혁, 김하람(2019-10-15 14:09:11)

"한 번 산조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요."
우리 소리에 대한 거침없는 자부심. 그들 자신이 산조 전공자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많은 전통 음악의 갈래 중에서도 산조만큼 이 시대와 가깝게 맞닿아 있는 음악도 없다. 흩어진 가락이란 말만으로도 산조가 얼마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음악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옛것이라며 지레 따분할 거란 편견을 갖는 것은 속단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산조의 매력을 놓치고 있다. 우리 소리의 좋은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아쉬운 마음이 더욱 크다고 말하는 세 명의 젊은 산조 연주자. 송세엽, 고갑렬, 배유경 씨와 산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의 산조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배유경_ 공부를 위해 고음반을 듣거든요. 1910년도, 1930년도, 그때 음반을 들어 보니까 음악이 굉장히 빨라요. 똑같은 진양조라도 그때는 굉장히 빠르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 굉장히 느려졌고, 표현도 더 화려해졌어요. 그 시절의 산조가 단순하고 빨랐다면, 지금은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느려진 느낌이에요.


송세엽_ 시대의 흐름이죠. 손짓도 마찬가지고, 음정도 마찬가지고. 한 번 더 건드리면서 표현을 풍성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절제된 표현과 빠른 음악이 그때의 트렌드였다면, 지금은 더 드러내고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인 것 같아요.


과거 많은 산조 명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딴 산조 유파를 탄생시켰다.

현재에는 그러한 시도가 잘 이뤄지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송세엽_ 당시 명인들은 그 한 가지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반대로 살아야 하거든요. 공연 기획, 홍보 등 모든 것을 혼자 만들어야 하니까, 이것도 공부하고, 저것도 공부하고 하다 보니까 할 것이 너무 많은 거예요. 이러다 보니까 한 가지 음색을 낸다는 것 자체도 힘들어요.


배유경_ 일단 연주자들도 많기 때문에 거기서 경쟁하며 버티는 것도 여유가 없는 이유예요. 대학 때부터 졸업을 하면 악단에 들어가는 체제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어서 무조건 졸업을 하면 연주자로 시작을 해요. 그런데 사실 연주자 말고도 길은 많거든요. 기획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예술 쪽 기자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대학 커리큘럼이 이미 연주자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까 힘든 거예요. 지원 사업이 많아도 하는 사람은 더 많으니까.


주변을 둘러싼 어려운 상황은 물론 산조를 포함한 우리 음악을

따분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견도 큰 고민을 다가올 것 같다.
송세엽_ 공무원을 하다가 정년을 맞고 내려와서 취미로 국악기를 배우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대부분 동호회로 활동하시는 분들인데, 사업에 대해 잘 아니까 글을 잘 써서 사업을 따온단 말이에요. 그런데 연주 실력은 아무래도 전공자들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겠죠. 이미 많이 들어 본 분들은 괜찮겠지만, 산조 공연이 처음인 분들은 그 공연만 보고 우리 음악을 판단하지 않겠어요? 양보다는 질을 먼저 우선해야 하는데, 너무 양적인 것만 추구를 하다 보니까 부족한 공연도 많이 무대에 오르고… 그러다 보니 재미없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배유경_ 보여지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층도 그렇고, 미디어 매체 자체도 퍼포먼스에 주목을 하잖아요. 그런데 산조를 포함한 전통 음악에는 정적인 음악이 많아서 지루하단 인상을 주기 쉬워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퍼포먼스적인 부분도 무시 못한다고 생각해요. 흐름을 무시하다 보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흐름에 너무 편승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무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산조의 앞날을 고민한다면 젊은 층 관객을 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텐데,

실제로 젊은 관객은 얼마나 되는가.
송세엽_ 젊은 층의 관람은 아직 전공자 위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어요. 많은 공연이 열리고는 있지만, 아직 관심이 덜한 것 같아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모르니까.


고갑렬_ 국악기 종류가 굉장히 많고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기껏 배우는 것은 단소라던지 장고, 그렇게 쉬운 것들만 배워요. 악기를 통해서 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건데, 거문고, 아쟁, 가야금, 이런 악기들은 애초에 접할 기회가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의 관심까지 바란다고 하면, 솔직히 어렵죠. 대중들이 더 많이 접하고, 어렸을 때 경험을 해 보면, 지금처럼 산조를 어려워하지 않을 텐데…


평소 우리 음악이나 악기를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 그런 낯섦이나 편견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는데, 그렇다면 산조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금 산조 연주자들은 어떤 시도들을 하고 있는가.
송세엽_ 지금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크로스오버'예요. 다른 악기, 장르와 접목해서 우리 소리를 알리려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 팀도 공연을 할 때, 다른 서양 악기와 무대를 꾸리기도 하는데, 그런 식으로 많이 보여 준다는 느낌으로 공연을 해요. 우리 소리와 악기를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고갑렬_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라는 대회가 있어요. 지난번 1등 한 팀을 보니 판소리를 랩처럼 하고, 태평소를 입에다 두 개를 넣고 불고, 춤도 추고, 베이스, 일렉트로닉 기타와도 협연하고, 그런 공연을 하더라고요. 창작곡이 기반인 만큼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는 점은 이해하지만, 너무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송세엽_ 전통과의 거리감이 아쉽긴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어서 저 악기가 뭐지? 하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다 이런 분위기나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그런 음악을 원하기도 해요. 국악기로 대중 음악 연주할 수 있어요? 이렇게 배우려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우리 산조를 서양 악기로 연주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기도 한다.

이런 시도들도 산조를 대중화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까?
배유경_ 서양 악기를 컴퓨터 글씨라고 하면, 국악은 붓글씨거든요. 그래서 호흡이나 장단을 흉내 낸다고 해도 딱 거기까지인 거예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이라서 시도는 좋지만, 아쉽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고갑렬_ 서양 악기와 국악기를 비교해 보면 장르가 비슷한 악기들이 있어요. 아쟁은 첼로와 비슷하고, 거문고는 베이스와 비슷해요. 이런 식으로 서양 악기와 비슷한 부분들이 있어서 서양 악기로 산조를 연주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만큼의 성음은 나오지 않지만, 가락 등을 본떠서… 나쁜 말로는 흉내를 내는 거죠.


크로스오버, 퍼포먼스 중심 공연 등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얻는다고 해도 뿌리를 잃어서야 본말전도 아니겠는가.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배유경_ 첼로 산조, 바이올린 산조, 시대에 맞게, 입맛에 맞게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저는 결국 다시 전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악은 전통으로 승부를 해야 되고, 그것이야말로 국악의 정체성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전통 민속악, 전통 산조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해요.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니라 실제로 관객들의 공연 관람 수준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어요. 10년 전만 해도 공연이나 버스킹을 하면, 사람들이 핸드폰 보느라 바쁘고, 시끄럽게 떠들고, 문화 의식이 굉장히 낮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추임새도 잘 넣어 주시고, 전체적으로 우리 소리에 익숙해진 느낌이에요. 나중에는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고갑렬_ 음악이란 말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 음악을 떠올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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