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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 | 특집 [창작극회 62주년]
창작극회의 역사를 돌아보다
성륜지(2023-01-15 00:47:26)

창작극회의 역사를 돌아보다





한 자리에서 그 명맥을 이어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북 연극의 역사를 쌓아온 창작극회가 올해로 62주년을 맞았다. 오랜 시간이 말해주듯, 창작극회는 존재만으로도 전북 연극의 산증인이다. 창작극회가 60주년을 맞았던 해는 코로나의 위기로 대부분의 사회적 소통이 단절되었던 시기. 아쉽게도 그 의미를 묻어두어야 했지만 열정과 의지를 모아 6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를 올렸다. 지난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관객들과 조우한 「꿈속에서 꿈을 꾸다」. 


창작극회 출신이기도 한 곽병창이 극본을 쓴 이 작품은 1961년 발표된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박동화 작), 1993년의 「꼭두꼭두」(곽병창 작), 2001년의 「상봉」(최기우 작), 2019년의 「아부 조부」(송지희 작) 등 창작극회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4개 작품을 조합해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전쟁, 6·10 민주항쟁 등 근·현대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창작극회는 창단 공연 이후 역사와 국가, 현실에 대한 문제에 주목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려왔다. 박동화 문치상 등 초창기의 극단 지도자들이 선택한 창작희곡의 전통은 이후에도 극단의 정통성을 지키는 작업 방식이 되었다. 60주년 기념공연 「꿈속에서 꿈을 꾸다」는 창단 공연의 독백에 호응하는 의미로 주요 인물들의 독백을 주로 활용했다.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가 던져둔 질문 ‘역사적 비극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리 시대의 답을 찾고 ‘우리는 왜 연극으로 현실을 담아내고 질문을 던져왔는가?’에 대해 묻는다. 


연극의 본질인 ‘연극은 꿈을 꾸는 일이지만 그 꿈은 현실의 반영이고 미래에 대한 염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작품은 그간 창작극회의 무대에서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켰던 4개 작품의 시공간을 겹쳐보고 그 공통점을 찾아 이들이 만날 수 있는 가상의 시공간을 제시하는 구성으로 우리 근현대사의 서사를 밀도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작극회는 1961년 2월, 故 박동화 작·연출의 희곡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를 시작으로 전북 연극 역사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전북대학교 극예술연구회를 이끌었던 박동화 선생은 졸업과 군입대로 단원들의 이탈이 이어지자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극을 할 수 있는 극단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오늘의 창작극회가 만들어진 계기다. 창작극회는 궁핍한 시절에도 크고 작은 무대를 열정적으로 올려왔다. 그러나 1986년, 전주 시립극단이 결성되면서 단원들이 시립극단으로 합류하자 잠정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다 4년이 지난 1990년, 창작극회 출신 연극인들이 다시 나섰다. 단원들 스스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창작소극장을 개관하고 창작극회를 재창립한 것이다. 소극장 개관 기념으로 무대에 올린 「남자는 위, 여자는 아래」는 한 달여 동안 2,000여 명의 관객이 다녀가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어려움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1997년 4월, 개관한 지 7년 만에 창작소극장은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하루아침에 무대를 잃었다. 객석과 조명, 음향 기기 등 소극장을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으나 창작극회 회원들과 도내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창작소극장 재건추진운동본부’를 구성해 창작소극장 재건에 나섰다. 환경은 여전히 열악했으나 창작소극장은 이후 꾸준히 무대를 올리고 연극인구를 확장시켜갔다. 가난한 여건에서도 연극을 향한 열정이 온전히 발휘됐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2020년, 전 세계를 절망에 빠트린 COVID-19가 연극인들의 무대를 빼앗았다. 창단 60주년이었던 2021년, 창작극회는 야심 차게 준비했던 공연까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위기에서도 무대를 향한 배우들의 열정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비대면 공연 등 다양한 형태로 배우들은 무대에 섰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창작극회가 올린 작품은 정기공연만도 170여 회. 전주뿐 아니라 전북의 각 지역,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창작극회는 1993년, 작품 「꼭두, 꼭두!」로 전국연극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곽병창)을, 2003년 전국연극제 「상봉」으로 대통령상과 연출상(류경호), 희곡상(최기우), 연기상(김순자)를 받았으며, 2019년 「아부 조부」(조민철 연출, 송지희 작)로 대한민국연극제 은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대한민국연극인축제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단체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연 연보가 말해주듯 오랜 전통과 인본주의적 작품 경향을 지향하는 창작극회는 창립 초기부터 지역문제, 역사 등을 소재로 한 극에 무게를 실어 창작극 전문극단으로 거듭났다. ‘연극은 공공의 일이며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박동화 선생의 말을 새겨 사회적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고, 연극이 제시할 수 있는 가치를 끊임없이 성찰하며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해온 덕분이다.  


창작극회는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닌 임기제 대표와 운영단원들의 협의로 운영되는 동인제 극단이다. 초대 대표로는 故 박동화 선생이 활동했으며, 문치상, 박길추, 전성복, 류영규, 박의석, 장성식, 곽병창, 신중선, 류경호, 홍석찬 등이 뒤를 이어 창작극회를 맡았다. 현재는 2015년 14대 대표로 선출된 박규현이 창작극회를 이끌고 있다.



성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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