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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4 | [시사의 창]
특별기고 농촌의 위기는 지역사회 전체의 위기를 몰고 온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의 한국농촌
장재우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2003-09-23 10:25:19)
만 7년을 끌어오던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이제는 전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국회비준만을 남겨두고 잇다. 결과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지금 심정으로는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앞날이 두렵기만 할 따름이다. 농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농촌을 지켜주었고 순진하고 소박하기만 한 농촌의 인심을 가꾸어 주었다. 이제는 농업이 그 시대적 사명을 마감하고 그 사명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어야 하는 시점에 오게 된 것이다.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지고 농민들을 대할 때마다 미안할 뿐이다. 농산물의 수입 자유화는 우리나라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유는 농산물의 국제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서양 나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농업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넓은 토지와 막대한 자본을 농업에 투자해 왔다. 그리고 기계혁명을 농업부문에 도입하여 경쟁력을 갖추어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 농업은 이들 서양나라들과 경쟁할 수가 없고, 또 지금부터 이를 모방하여 경쟁력을 높여 간다해도 가까운 시일 내에 그들을 따라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 함께 우리보다 경쟁력이 못한 나라들도 값싼 노동력과 임금을 동원하여 우리나라 농업을 공략해 올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농업은 거기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농업이 지역의 산업이나 기업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농업의 파멸이 농촌지역 전체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농업의 위기가 직접적으로 농민들의 생활을 위협하게 되며, 또 농촌의 위기가 직접적으로 농민들의 생활을 위협하게 되며, 또 농촌의 위기는 지역사회 전체의 위기를 몰고 온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농업의 몰락은 농촌의 사회와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며, 또 그 전망은 어떠한가.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의 농촌을 한번 생각해 보자. 농촌 등지는 농민들 먼저 농업이 몰락하게 되면 농촌의 마을들이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농촌마을은 농민들의 생업의 터전이고 일자리이다. 농업이 몰락하여 농민들의 생계유지가 어렵다면 농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농촌에는 빈집들만 늘어가게 될 것이고 지금까지 먹고 입고 생활하는데 불편은 있었을지언정 농촌에 정을 붙이고 살아왔던 순박한 농민들은 낯선 도시를 향하여 농촌을 떠나게 된다. 정이 들어 고향을 떠나기는 싫어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이와 같이 농촌에서 취업기회를 잃은 농민들은 일거리가 있는 도시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그러나 도시에도 이들을 반갑게 맞아줄 일자리가 흔치 않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조차도 외국에서 숨어 들어온 노동자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농촌에서 흘러 들어온 농민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취업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지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농사를 잃은 농민들은 도시의 최 하류 생활노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도시로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도시의 과밀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최소한 도시는 이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주택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유입되는 인구의 압력으로 교통지옥은 더욱 가중되고 의료와 교육 서비스는 그 한계를 넘어 풀기 어려운 난제로 남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도 도시주민과 도시행정은 압박을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수도나 가스, 전기등 생활기반이 되는 시설들의 절대부족으로 많은 도시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되고, 또 부담을 져야 한다. 황량해지는 농촌 들녘 다음으로 농업의 몰락은 농지이용을 떨어뜨려 많은 유휴 농경지를 양산하게 된다. 지금까지 푸른 녹지를 공급하면서 대기오염을 정화시키고 자연을 유지시켜 주었던 농경지들이 이제는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여름에는 푸르고 가을에는 황금물결로 넘실대던 들녘이 황량해질 수밖에 없다. 또 한편으로는 풍성한 오곡백과로 도시민들을 살찌우게 해왔던 평야들이 잡초가 무성한 황폐지로 바뀌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버려진 농촌 풍경을 상상해 본다면 얼마나 끔직하고 삭막하겠는가. 더구나 농촌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많은 땀과 노력을 투자해온 자본이다. 농업개척의 역사를 보면 우리 선조 농민들은 표토의 대부분이 불모에 가까운 척박지까지라도 개간하느라 많은 피땀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농경지의 확장을 위해 암반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급경사를 이루는 산허리까지도 피땀을 흘렸으며 무수한 잡초와 싸우면서도 열심히 가꾸어온 토지였다. 또 수확이 끝나면 땅심을 높이기 위해 개토를 하기도 하고, 또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관개 수리시설을 했다. 그 결과 우리농토는 기름지게 보존될 수 있었다. 이를 누가 생각이나 해본 적이 있는가. 농업의 몰락은 농민들의 정서를 자극하여 대립과 마찰의 사회를 재연시킬 것이다. 그 이유야 어쨌던지 지금가지 우리나라 국민들은 영남과 호남이라는 깊은 골을 형성하면서 지역감정으로 많은 피해를 입으며 시달려 왔다. 이유는 두 지역간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차별 때문이다. 그런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타결은 농업지역과 비농업지역, 그리고 농민과 비농민들간의 격차를 유발시켜 지금까지의 지역간 대립구도에서 산업간, 계층간 대립구도로 바꾸어 놓게 된다. 예를 들면 농촌지역에서는 현 정권을 불신하게 될 것이고 또 농민들은 현 정권에 표를 주지도 않을 것이다. 빚만 늘어 가치 잃어가는 농민 재산 농산물의 수입개방은 농민들의 재산 가치를 크게 하락시키게 된다. 농가들이 소유하는 재산은 논이나 밭과 같은 농경지가 대부분이다. 농업의 몰락은 농사지을 사람을 농촌에서 내몰게 되어 농지를 팔려고 하는 사람들을 양산시키게 되며, 반면에 농지를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은 축소시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농지의 매매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농지가격은 폭락할 것이고 그로 인해 농민들의 재산은 점점 그 가치를 잃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지가 하락으로 잃게 되는 농민들의 재산을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막막하기만 하다. 만약 이들이 농사를 버리고 도시로 떠난 경우에도 이들이 당장 살아갈 수 있는 재산은 있어야 한다. 집도 구입해야 되고 이사비용도 많이 들게 될 것이기에 다소간의 현금이 필요하고 재산이 필요한 것이다. 논 값이 폭락하게 되면 이들은 도시로 떠난다 해도 수중에 돈이 없어 빚을 내던지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다른 방도를 강구해서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농민들은 빚 속에서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하는 파국을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농업 관련 회사들의 연쇄적 타격 농업의 몰락은 농업과 관련을 갖는 산업과 기업들의 축소를 불가피하게 한다. 농협과 축협, 농업진흥공사, 농산물 유통공사, 농지 개량조합 들은 농업과 갚은 관련을 갖는 단체들이다. 국가기관으로도 농수산부와 농촌진흥청과 같은 기관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기관들은 산하에 방대한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농협만 보더라도 수많은 단위 농협과 또 그들을 회원으로 하여 구성된 거대한 중앙회가 있다. 1993년 말 현재 여기에 근무하는 직원들만도 수만 명에 이른다. 또 그에 딸린 식구들까지 합하게 되면 엄청난 사람들이 농업관련기관이나 단체에 그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기업과 산업들이 농업과 직간접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 농약회사가 그렇고 비료회사도 그렇다. 종묘회사도 마찬가지이고 농기계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농업의 축소는 이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주어 연쇄적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다. 농사규모가 줄어드는데 누가 비료를 더 사가고 누가 농약을 더 소비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이들 농업자재를 공급하고 수송하는 상업종사자들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농업생산 자재를 공급하는 가게들이 잘 운영되지 않을 것이고, 또 이들 자재를 독점적으로 공급해 왔던 농협의 경제사업도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농업관련회사들의 경영이 악화되어 이들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의 자산가치도 크게 하락하게 될 것이다. 사라지는 고향의 문화, 농촌의 문화 농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이다. 누구나가 명절이 되면 고향을 그리워하고, 또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 고향에는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문화가 있고 또 인정이 있기 때문이다. 농촌문화는 우리의 긴 농업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 졌고 농업과 함께 보존되어 왔다. 따라서 그 근원인 농업이 죽어가게 되면 농촌문화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켜줄 이 없는 농촌에서 어떻게 문화가 육성되고 보전될 것인가. 이렇게 되면 명절이 되어 고향을 찾고자 하는 도시민들의 설레임도 또 어린아이와 같이 그저 기쁘기만 한 그 들뜬 환한 미소도 그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학문으로서의 농업, 농과대학은 어디로 농업의 몰락은 농과대학에서도 예외 없이 타격을 가한다. 이미 농업의 퇴조와 함께 농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남녀별 구성비가 크게 달리지고 있다. 과거의 농과대학은 남학생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남학생들의 집단으로 딱딱하기만 했다. 그러나 농과대학의 분위기가 여학생 입학의 증가로 여학생 일색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오히려 남학생들이 여학생 틈에 끼어 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게 되었다. 대학의 강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농업전공의 학과목을 이수해봤댔자 취직하기도 어렵고, 또 기업들도 뽑아주지 않는다. 따라서 농과대학 3학년쯤 되면 학생들의 대부분은 채용에 별 차별이 없는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한다. 그러니 대학의 강의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자기학과 강의보다는 타 과의 강의를 더 많이 신청하거나 설령 자기학과의 수강신청을 해도 자기들의 수험준비로 강의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 취직을 위해 오히려 시내의 사설학원을 더 많이 찾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교수들은 이러한 학생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교수가 이들의 장래를 책임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은 정말 충격적이다. 과연 농과대학에는 학생들이 제대로 오게 될른지, 오지 않는다면 농과대학의 장래는 어떻게 가게 되고 또 그 미래는 어떡할 것인지 참으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활기 잃어 텅비어버린 농촌 사회 마지막으로 농업의 축소는 많은 농촌인구를 농촌 밖으로 끌어내게 된다. 따라서 농촌인구를 기반으로 성립하고 있던 모든 시설과 기관들이 철수 또는 폐쇄하게 된다. 그 경우 그 시설에 대한 관리와 유지는 과연 누가 할 것이며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농촌인구 감소로 국민학교와 같은 교육시설의 폐교가 눈앞에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산간지역과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는 농촌지역의 국민학교는 매년 폐교가 되고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 1980년 이후 금년까지 13년 동안 112개의 각종학교들이 폐교를 했고, 1994년에만 해도 30개 학교가 폐교될 예정으로 있다. 이렇게 되면 학교시설이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고 또 농촌은 그만큼 활기를 잃어 그야말로 유령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밖에도 농촌에 남아 있는 농촌지도소나 농민회관, 복지회관 등도 농촌이 죽어가는 마당에서는 아무런 쓸모없는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이러한 시설과 건물들은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며 누가 지켜야 할 것인가. 걱정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우루과이 라운드를 지켜보는 농업의 장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는 농업을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들이 얼마나 농촌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으며 또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를 얼마나 담아내고 있는가,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농정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이고 뜬구름을 잡는 식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나라의 농촌행정이 아직까지도 행정편의주의의 역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농정이 아니고,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는 모습. 그리고 그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등불을 밝히며 노력해 나가는 모습을 우리 농민들에게 보여줄 때 농정은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고 농업은 살아 움직일 것이다. 장재우 / 48년 익산 출생으로 70년 원광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했다. 83년 일본 동경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농업 금융론』등을 펴냈다. 『농촌 공업화』『농업 경영』『지역 농업』등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UR협상 이전 농업의 근본적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한 농정이 아쉽기만 하고 요즈음 강연, 청탁 등으로 분주하지만 이런 활동이 농촌 살리기에 근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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