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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 연재 [내가 만든 무대]
털어놓고 이야기하니 삶이 보였다, 청년이 보였다
청년문화기획사 '우깨'
원민(2015-12-15 09:50:18)

 

 

 

"우리는 모두 발랄해져야 한다"는 슬로건으로 청년들과 함께 자체적인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는 우깨. 우깨는, 슬로건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발랄한 삶을 주고 싶어 만들어진 청년문화기획사이다.
처음에는 형태도 없었다. 취업·진로 문제 등으로 힘든 청년들이 많다는 안타까움만 있었다. 그 안타까운 마음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청년들의 얼굴에 짙게 깔려있는 어둠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렇게 직장을 그만뒀다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바로 '진로','취업'. 가슴을 뛰게 하는 직업을 찾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고민없이 선택한 대학교 전공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모두 진로문제였다. 답을 내려줄 수는 없었다. 본인도 본인을 모르는데 어떻게 우리가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놀랍게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청년들은 힘을 얻었다.
스스로의 고민을 이렇게 마음 놓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청년문화기획사 우깨' 설립됐다. 누구나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생각을 나누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문화에 대한 지식은 부족해도 그 동안의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긍정적임 힘을 줄 수 있다고는 확신했다. 그리고 이러한 확신들이 지속되면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우울한 우리 사회가 행복해질 수도 있다고 믿었다. 자주 모임에 참여했던 한 청년이 감사하게도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줬다. 그렇게 식구가 생기고 다양한 문화행사 및 모임들을 통해 청년들의 발람함 회복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각종 행사와 모임·만남이 많아지니 공간이 필요했다. 돈을 끌어모으고 50여명의 사람을 만나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의 뜻에 동의했고 도와줬다. 그렇게 전주 시내 중심인 영화의 거리에 청년들을 위한 40여평의 공간이 탄생했다.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청년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와서 이야기하자고 하면 얼어붙어 있는 청년들의 마음을 녹일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혼자가 익숙한 청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년을 무대에 올리면 어떨까?' 청년의 고민이 메인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팀원들과 의논했다.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지 않다는 우려가 많았다. 당연한 우려였다.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청년을 무대에 올려 이야기를 나누면 누가 오겠는가. 하지만 관객수의 집착에서 벗어나 생각을 바꿔보니 좋은 점들이 눈에 띄었다. 평범한 청년도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그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는 주인공을 꿈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그들의 이야기로 함께 소통한다면 자연스레 청년들끼리 연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우리가 기획사를 설립한 본질이었다. 그래도 형태는 있어야 겠다 싶어서 많은 사례를 찾아봤다. 그리고 '토크콘서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토크콘서트에는 행사를 이끌어줄 사회자 한 명만 있었다. 그리고 사전에 고민을 접수 했던 세 명의 청년들이 무대에 올라 고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마음에 금방 빠져들었다. 100여명의 처음 만난 청년들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수다를 떨었다. 모두 스스로의 고민과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 본 사람들이 신나게 이야기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더욱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러한 일로 돈을 벌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발랄한 기획으로 즐거운 상상을-
문화기획사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뜨거운 열정만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특한 네이밍을 생각했다. '생산적또라이 파티','없애기캠프','안녕,인생' 등이 그 예이다. 사람들은 독특한 이름에 끌렸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아졌다.
이름과 형태는 달라도 우리 문화행사의 핵심은 참여자들의 스토리다. 그들의 이야기가 곧 행사의 프로그램이자 메인콘텐츠인 것이다. 다양한 스토리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스토리와 삶에 집중하니 정답은 또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스스로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고, 사회가 정해놓은 매뉴얼을 벗어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생산적또라이파티(이하 생또파티)를 만들었다. 시 쓰는 고3학생, 무전으로 세계를 누비는 배낭여행자 등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함께 했다. 다른 곳에선 본인을 또라이라고 생각하는데 생또파티에서는 너도 나도 다 특이한 삶을 사는 또라이라서 좋다고 했다. 딱히 준비할 것은 없었다. 밤새도록 서로의 생각을 맘껏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됐다. 특별한 삶의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가장 훌륭한 콘텐츠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재미있는 연출을 위해 '또라이웅변대회','또라이백일장'등을 통해 더욱 즐겁고 재미있게 행사는 진행됐다.
우리는 왜 스토리에 집중 하는가?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부족한 형편에서 왜 이렇게 행사를 하니?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청년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문이 막히고 답답함이 가슴속에 자리 잡았었다. 너무도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확실히 명확한 답을 내리는 기획자들은 아니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대답한다. "저희들이 기획하는 행사들은 즐기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함께 모인 청년들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을 그 어느 자리보다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답답했던 마음은 풀리고 삶에 대해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정답만을 원하는 분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저희 행사들의 매력입니다. 그런 매력을 함께 나누는 청년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분명 지금 시대의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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