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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교사의 마음, 부모의 마음
이은혜(2015-11-16 15:37:18)

서양음악을 구성하는 재료 즉 서양음악의 소리는 열두 개의 음으로 되어있다. 도- 레 - 미 -파-솔-라-시 그리고 중간에 들어가는 다섯 개의 반음이 전부이다. 서양음악은 이 열 두 개의 음을 확장시키고, 섞어서 화성을 만들고, 여러 악기와 사람의 목소리를 넣어서 무수히 많은 음악을 만든다. 많지도 않은 단지 열두 개에 불과한 이 소리들이 한 없이 많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소리를 늘어놓고 겹치는 방식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제 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나누고 합치며 겹치고 늘어놓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어서 그 규칙에 어긋나면 아름답게 나오기 어려운 것이 또한 음악이다. 모든 것에는 조화가 필요한 까닭이고 음악 또한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60년대만 해도 사교육을 통해서 음악을 배우기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때는 특별히 선택받은 아이들만이 도레도레로 시작하는 바이엘 교재를 들고 피아노를 배우러 다닐 수 있었다. 넉넉지 못했던 우리 집에서는 유일한 여자 형제인 내 바로 위의 누이만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인해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는데 눈이 펑펑 쏟아져서 어른 무릎까지 쌓였던 어느 겨울 아버지의 등에 업혀 피아노를 배우러가던 누이의 넙대대한 등짝을 바라보며 부러워만했던 기억이 지금도 아스라이 남아있다.
예전에는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는 특별한 아이들만 받을 수 있었던 음악교육을 지금은 보통의 아이들도 받는다. 말하자면 전인교육의 일환이다. 정서함양이나 두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작금의 음악교육의 보편화는 대단히 환영받을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이 시대에 거꾸로 오히려 감사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교육의 질의 저하이다. 누구나 음악을 배워야 하는 분위기이니 음악을 배우기는 하는데 많은 이들이 그저 배운다고 하는 데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느낌이다. 내 아이도 하고 있으니 아이에게 죄 짓는 것은 아니지 하는 심정으로 내 아이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아이의 음악교육을 시키는 부모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음악교육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를 얻지 못하는 교육을 받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음을 보게 된다.
서두에서 조금 언급을 했지만 음악은 조화이고 질서이며 규칙이다. 극히 일부 전문 음악인이 되는 사람을 제외한 대다수의 아이들이 음악교육을 통하여 얻을 것은 무수한 연습을 통하여 얻는 현란한 테크닉이 아니고, 음악이라는 언어의 이해이다. 테크닉은 음악을 이해하는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쌓여지며 그 과정에서 특별한 재능과 관심을 갖는 아이가 보다 심화된 훈련을 통하여 전문음악인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특별하고 어려운 것이 음악교육이다. 왜냐하면 음악교육은, 그 가운데서도 실기 교육은 선생과 제자간의 일 대 일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은 그래서 더더욱 절대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 학생 개개인에 맞는 교재를 선택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용하는 교육방식은 교사의 몫이다. 말하자면 어떤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능력에 따라서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내는 것이 음악교육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으로 교사의 역할을 한다고 평소 생각하기는 했지만 막상 나의 아이의 일이 닥치니 그 생각 또한 나의 허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 모든 아이에게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하나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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