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는 슬로건으로 남부시장 2층에 자리 잡은 청년몰.
청년몰은, 슬로건처럼 장사의 궁극적인 목적을 돈이 아닌 '공생'에 두고 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힘쓰고, 함께 잘사는 삶.
이곳은 남부시장 2층. 십여 년간 방치되어 있던, 낡고 핸디캡 많은 공간이지만 우리가 씨를 뿌리고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밭이 되어주었다. 2011년 2가게가 2012년 12가게가 되었고, 조금씩 늘어가 지금은 31개의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직도 부족함 많은 공간이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청년몰을 좀 더 즐겁고 활기차게 만들어 가기 위해 12가게 시절부터 매주 반상회를 하고, 역할에 맞게 네 개의 팀(환경팀, 홍보팀, 디자인팀, 총무팀)으로 나누어 활동을 해왔다.
가게가 많아졌으니 한 개의 팀을 더 만들면 어떠냐는 제안이 있었다. 평소 청년몰을 찾는 사람들에게 청년몰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고, 일단,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공연이었다. 필수조건이었던 음향장비를 소유하고 있던 나무향기를 포함 평소 공연과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던 상인들 남자 셋 여자 셋이 모여 공연기획팀을 만들었다.
'청년몰과 닮은 뮤지션을 초청하고, 그들의 삶과 음악을 이야기 나누는 시간'
축제, 행사가 있는 곳이면 공연이 가득하고, 거리에서 만나는 버스킹 또한 많은 요즘, 구체적으로 어떤 공연을 해야 차별화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한 달에 한번 프로 음악인들을 초대해 음악뿐 아니라 그들의 삶속에 녹아있는 진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어떨까? 팀원들과 의논하고 마음을 모았다, 우리가 한 달에 한번 소정의 금액을 내 모으는 청년몰 회비로 개런티를 지불해야 하기에 반상회에서 신중히 의견을 나누었고, 일단 (2014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만 먼저 해보기로 결정하였다 그 후 다음해 콘서트 유무를 다시 논하기로 하였다.
뮤지션도 서고 싶고, 관객도 특별함으로 느낄 그런 무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소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많지 않은 개런티로 흔쾌히 와주는 뮤지션은, 돈이 아닌 사람과 공간에 가치를 두는 분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도 청년몰과 닮은 사람일 것이다. 그들과 눈빛으로, 호흡으로 소통할 수 있는 거리에서 만날 것이고, 또한 연주되는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삶속의 이야기를 나누어줄 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라는 기대가 들었다.
그렇게 경험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던 우리에게 무(모)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공연기획초보들의 공연준비기
청년몰은 여름과 겨울이 성수기, 봄과 가을이 비성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까지 관광객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콘서트를 시작하는 9월은 비성수기, 그것도 평일 저녁, 무리수를 던졌다. (이때는 남부시장 야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관광객보다 전주시민들이 평일 저녁 운치 있는 청년몰을 느껴보고, 상인들과 함께 공연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정했다. 저녁 8시가 넘으면 정말 손님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던 터라 조금 이른 7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하고 인터넷방송 아프리카로 송출하기로 하였다. 화장실 옆에 천변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공터가 있어 라운지로 이름 짓고, 그곳에서 공연을 하기로 정했다. 야외 공연에서의 장비의 한계로 드럼을 쓰지 않는 팀으로 국한했다.
무대가 없어서 너무 썰렁한 상황. 푸드 페스타(청년몰 음식점라인축제) 행사 때 드리웠던 천이 가물가물 생각났다. 페스타 팀에게 부탁해 찾아보니 무채색의 양복천이었다. 생각했던 천이 아니어서 실망하고 있는데 보성 씨가 한번 걸어보자고 했고, 진회색, 회색, 아이보리색의 긴 천을 낑낑 세로로 드리워 매달아보니 꽤 괜찮은 그림이 나왔다. 어두워져 조명을 받으니 더 괜찮았다.
준비할수록 필요한 게 생기고 아쉬운 점이 생겨났다. 그렇지만 이미 예산이 결정된 상황에서 다른 금액이 필요하다고 번복하기가 미안했다. 최대한 창고에 있는 자원으로 끌어 썼다.
드디어 첫 콘서트 날! 라운지 바닥 그대로 음향장비를 깔고 객석 쪽은 플라스틱 간이의자를 배치했다. 거리공연이 아니라 작은 공연장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바리케이트를 세워 공연장 섹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객석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1000원의 의자 대여 비를 받았다.
객석이 썰렁할까 염려했던 건 잠시, 리허설 사운드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사진에서처럼 사람들이 가득 자리를 채워주었다.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너무 추워서 연주자도 관객도 팀원들도 진행을 맡은 나도 덜덜 떨었지만 함께 열심히 준비한 무언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그 자체에 뿌듯하고 기뻐했던 기억이다.
이후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청년몰 회비로 2015년에는 작지만 무대도 제작하고 객석 긴 의자도 만들었고. 개런티도 조금 더 책정할 수 있게 되었고, 홍보비와 예비비도 마련되었다. 2014년 3회의 콘서트의 경험으로 2015년 4월~10월 넷째주목요일 6회의 콘서트를 잘 진행할 수 있었다. 뮤지션 분들도 청년몰을 좋아해주시고 부족한 상황에 많이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무엇보다 공연기획팀의 콘서트준비를 함께 도와주시고, 경품 기증해주시고, 함께 즐겨준 청년몰 상인 분들이 있기에 더욱 알차고 깊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왜 청년몰 콘서트를 할까?
누군가 물었다.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게수입에 영향이 없는 행사를 왜 해야 하냐고. 돈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와서 버스킹도 하고 있는데 굳이 왜 회비를 들여 콘서트를 하느냐고. 다른 근사한 공간에서 더 그럴싸한 행사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누가 일부러 와서 보느냐고.
그때 난 말문이 막히고 씁쓸하고 가슴속 무언가 꿈틀대서 시원하게 답변할 수는 없었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명쾌한 답변을 하기란 쉽지 않지만 나는 찾고 싶지만 지금은 이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다.
청년몰 콘서트에는 이곳 청년몰이 장사만을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즐기고 나누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공감하고 좋은 가치로 여겨주는 뮤지션들의 이야기와 음악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그 시간을, 특별하게 여겨주는 관객과의 소통을 기대하는, 작지만 소중한 시간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