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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노랑나비 팥꽃
(2015-11-16 15:16:13)

 

 

 

지금까지 내가 본 곡식 가운데 가장 종류가 많은 게 팥이다. 붉은 팥, 검붉은 밭, 흰팥, 잿빛 팥, 얼룩팥, 노랑팥…….

거기다 논밭에서 잡초로 자라는 새팥, 가는 넝쿨을 뻗으며 자라며 잎이 죠삣한 좀들팥, 여우팥…….

우리나라가 원산지여서 그러리라.   
팥은 콩에 견주어 하늘하늘 자란다. 콩보다 늦게 심어도 콩보다 일찍 꽃이 핀다. 콩꽃은 잎겨드랑이 사이에 숨어서 피지만, 팥은 잎겨드랑이 위로 꽃자루를 쭉 올려서 꽃을 피운다. 게다가 꽃잎이 샛노랑이라 노랑나비가 앉은 듯하다.  
그렇다해도 콩 집안 식구. 꽃봉오리가 열리면 기판 두 장이 펼쳐 든든히 지키면, 한 가운데서 암술과 수술을 보듬느라 꼬부라져 있는 용골판이 보인다. 그 사이 샛노란 익판 두 장이 날개처럼 달려있다.   
꽃은 여러 개가 한 군데 모여서 피고 그 자리에 가늘고 긴 팥꼬투리를 단다. 팥은 맛이 좋아 떡고물이나 별식을 만드는데 쓴다. 하지만 늦게 심어 일찍 거두는 것처럼 성질이 급하다. 사람 뱃속에 들어가서 빨리 나오려고 하고 그래서 팥을 먹으면 설사한다는 분이 계신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과 오래 살아와 길흉사에 팥 음식을 먹어왔다. 동지에도 집들이에도 고사 상에도…….

아마도 우리 몸 유전자와 잘 맞으니 이럴 때는 한번 먹고 넘어가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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